검은소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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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31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10-15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심일화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7:53 조회 2,769회본문
검은소의 울음
해남 미황사
『저것이 무엇일까?』
『배지 뭐야. 여보게 아무리 봐 도 배처럼 생기지 않았나?』
『그렇기는 하지만 배 같으면 사 람이 보일 터인데 사람이 안 보이 지 않은가?』
『사람이야 보이거나 말거나 밸 세, 배야. 바다에 떠서 움직이는 게 배가 아니고 뭐겠나?』
신라 성덕왕 때 지금의 전라도 해남지역 사자포(속칭 사재 끝, 땅끝) 앞바다에 돌배 하나가 나타 났다. 이상히 여긴 어부들이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배 가까이 다가 가니 배에서는 아름다운 천악 범패소리가 울려퍼졌다. 배는 사람을 피하여 둥실둥 실 바다 가운데로 떠 나가더니 사람이 돌아 서니 다시 육지로 떠 오곤 했다. 이러한 소 문은 마침내 관가에까 지 들어가졔 됐다. 관 원들이 실지로 나와서 본 후 고을 촌주(지금 의 군수나 면장격)에 게 보고했다. 관원들 의 보고를 들은 촌주 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 배는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 정을 탐지하러 온 배 가 아니겠느냐? 배 위 에 사람이 없다는 말 은 그들의 위장술에 속은 것일 것이니라. 사람이 숨어서 나타나지 않을 뿐 흐이라. 그렿지 않고서야 그렇게 달 아날 이채4 있겠느냐? 그 배는 서 아무리 생%해 봐도 황당한 배라 고 아니할 수 없으니 수군을 풀어 서 나포토록 하여라.』
촌주의 명을 받은 관원들은 즉 시 수군에게 첩보하여 정체 모르 는 배를 잡아들이도록 했다. 무장 한 수군 수십 명이 목선을 나눠 타고 돌배를 추격했다. 그러나 그 돌배는 바람 한 점 일지.않는 바 다 위를 날쌔게 달아났다. 아무리 추격해도 쫓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달아나 그림자도 보이질 않았다.
추격하던 수군들은 헛수고만 하 고 돌아왔다.
『그것 참 알 수 없는 일일세. 어찌 그렇게도 빨리 달아날 수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부리는 배는 아닐 성싶은데… 바 닷가에 가끔 신선이 내려와서 배 를 부린다더니 아마 신선이 내려 와 노니는 걸까?』
『오라, 그래서 배 안에서 풍악 소리가 울려 나오나 보군.』
『그것 참 이상한 일일세. 그 배 가 정녕 나무로 만든 배는 아니 지. 바위를 파서 만든 돌배가 틀 림없지?』
『돌배가 어떻게 물에 떠 다닐 까?』
『그러기에 신선이 타고 노는 배 거나 귀신의 조화라는 것이 아닌
을에까지 널리 퍼졌다.
의조 스님도 이' 소문을 들었다.' 스님은 곧 촌주, 우감과 장운 두 사미승, 그리고 불자 1백 명을 거 느리고 바닷가에 가서 목욕재계하 고 재를 올렸다. 드리어 배가 서 서히 육지를 향해 오기 시작했다. 배가 바다 언덕에 닿자 스님을 필 두로 일행은 배에 올랐다.
일행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배 안에는 사람이라곤 그림자 하. 나 볼 수 없는데 금물을 입힌 쇠 사람이 노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 가. 그 옆에 놓인 금함을 열어 보 니 그안에는《화엄경),‘(법화경), 비로자나불, 문수 - 보현보살 등 40성중, 53선지식, 16나한 탱화 등 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들은 모 두 금으로 되어 있어 눈이 부시도 록 휘황찬란했다. 그 중에는 금환 과 흑석 각 1매가 있 었다.
스님은 이 법보들을 조심스럽게 하선시켰다. 불자들이 불상과 경 을 언덕에 내려놓고 봉안할 땅을 의논할 때 흑석이 갑자기 벌어지 더니 그 속에서 검은소 한 마리가 나타나 삽시간에 커져 큰 소가 됐 다. 이날 밤, 의조화상 꿈에 금인 이 나타났다.
『나는 우전국이란 나라의 왕이 오. 금강산에 만불을 모시려고 불 경과 불상을 배에 싣고 왔더니 곳
곳에 크고 작은 사찰이 들어서 있 않았소.
'해서 그냥;돌아가는 걸에. 이곳 달 "마"산-싼세를-보디 그 형세가 금강 산과 대동소이해 가히 경상 을 모실 만하여 배를 멈추고 때를 기다린 것이오.
그래서 이곳이 부처님의 인연토 가 되었으니 경전과 불상을 이 소 에 싣고 가다가 소가 크게 울면서 누웠다 일어나는 곳에 절을 짓고 경상을 안치하면 국운과 불교가 흥왕할 것이오.』
금인은 이렇게 이르고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튿날, 의조 화상은 금인의 지 시대로 소에 불경과 불상을 싣고 길을 떠났다. 검은소는 경치 좋은 곳에 이르러 한 번 누웠다 일어나 더니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산협 에 이르러 검은소는 크게 울며 눕더니 다시는 일어나지 않 고 그 자리에서 죽어 버렸다. 이 자리에 절을 창건하고 불상과 불 경을 모신 후 절 이름을 미황사라 명했다. 이는 그 소의 울음소리가 극히 아름다워「미」자를 취하고 금 인의 황흘한 빛을 상징하여「황」자 를 택해 미황사라 칭했다 한다. 또 처음 소가 누웠던 곳에도 절을 세우니 이 절 이름은 통교사라 한 다. 통교사, 미황사를 비롯 달마산 내에는 도솔암, 문수암 등 12암자 가 산중 '각처에 있었으나 지금은 미황사만 남아 옛 전설을 전하고 있다.
전남 해남군 송지 우 현산 . 북평 등 3개 면 에 위치하면서 영암에 속한 달마산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절경 의 명산이다. 문헌에느 의하면 1백 여 자가 넘는 수목들이 병풍처 럼 둘러쳐 있으며 최 상봉은 순백색의 흰 바위가 우뚝 솟아 사 자가 웅크리며 포효하 는 모습이고 용호가 어금니를 펴는 것 같 다고 한다. 또 멀리서 바라보면 흰눈이 쌓여 허공에 떠 있는 듯하 고 구름 속의 신기루 처럼 순간적으로 변모 하는 이 산은 금강산 절경에 비유 퇴어 '왔다. 바로 전철의' 돌배가 이 산을'보고 돌아가던 길을 멈춘 것도 '이 산이 불교적인 인연 국토 임을 알게 한다.
옛날 불교 포교의 원력을 세운 인도의 왕은 경책과 불상을 조성 하여 배에 실어 바다에 띄워 보내 면 인연있는 땅에 도착하여 저절 로 포교가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 나 신하들은 불상만 보고 불교를 믿는다는 것은 꿈같은 일일 뿐 아 니라 국고의 재산이 고갈된다면서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이어 온 불 교를 선포하면 나라가 흥하고 백 성이 이롭게 된다는 굳은 신심으 로 금불상과 경전 및 철불을 조성 하여 배에 띄어 보냈던 것이다.
- 심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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