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沈默)’의 진정한 가르침
페이지 정보
호수 279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2-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페이지 정보
필자명 탁상달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전 동해중 교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2-07 14:46 조회 1,677회본문
천수종종 심수무성 정수유심(淺水淙淙 深水無聲 靜水流深)이란 말이 있지요.
이 말은 ‘얕은 물은 시끄럽게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를 내지 않으며,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른다.’라는 의미로 이 말을 깊이 새겨보면 ‘도량(度量)이 깊고 심지(心志)가 굳은 사람은 늘 언행(言行)이 무겁고 조용하다.’ 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우리 속담도 있듯이 물은 깊을수록 고요히 흐르고 사람은 많이 배울수록 인품(人品)이 깊고 넓어서 말 한마디나 행동거지 하나에도 신중하며 언행(言行)의 무겁기가 짐을 가득 실은 수레와 같습니다.
물이라는 것은 만물(萬物)을 길러주고 키워주기도 하지만 결코 자신의 공(公)을 남과 다투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물이라는 속성(屬性)은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오직 낮은 곳으로만 흘러 늘 겸손(謙遜)의 철학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가 잘났다고 목청을 높이는 세상이지만 진실로 덕성(德性)을 갖춘 사람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옛말에 “짖는 개는 물지 않으며, 물려는 개는 결코 짖지 않는다.” 라고 했듯이 대인(大人)은 허세(虛勢)를 부리지도 않거니와 또한 시비(是非)를 걸어 상대방을 굴복하게 하거나, 아예 싸움을 걸고자 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속이 좁은 사람은 시끄럽게 떠드는 것은 물론이고 이기고자 하는 생각까지도 지나쳐서 허세(虛勢)만이 넘쳐날 뿐이며, 반면에 마음이 넓고 생각이 깊은 사람은 삶의 이치를 알고 있어도 이를 모른 척하며 또한 자신의 재주를 과시해서 남에게 돋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오직 붓으로만 세상의 옳고 그름을 말하게 됩니다.
옛날 어떤 가정에 산만하기가 이를 데 없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하루, 이 아이는 자기 아버지께서 그토록 아끼고 조상 대대로 집안의 가보처럼 내려온 소중한 회중시계를 가지고 놀다가 그만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아무리 찾고 또 찾아보았으나 찾을 길이 없게 되자, 결국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워낙 귀중한 집안의 보물이라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엄청난 꾸중을 들을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어머니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온 집안을 다 뒤져봤으나 찾을 길이 없게 되자 결국은 아버지께 이 사실을 실토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얘야!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아마 네가 잃은 시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시며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 준 후 침착하게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집안에 모든 전원까지 다 끈 채 조용히 있어 보자고 했어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얼마 되지 않아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환경이 조용해지자 이 시계는 구석진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려 주었습니다.
시계 소리가 들려오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얘야! 세상이 흉흉하고 시끄러울 때는 조용히 침묵(沈默)하고 있는 법도 배워야 하느니라. 그러면 평소 들리지 않던 소리도 들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혹여 잃어버렸던 소중한 물건 같은 것들도 찾을 수도 있게 되는 지혜도 배우게 된단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때로는 조용한 침묵(沈默)이 큰 목소리보다 오히려 참된 가치(價値)와 위대성을 지닌 강함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살 때가 많습니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듯이,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참 진리(眞理)를 배울 수도 있는 것임에도 말입니다.
옛말에 ‘침묵(沈默)’이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린 후에 새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리는 농부의 기다림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침묵(沈默)’이란 것이 긴 인내(忍耐)와 희망(希望)을 가져다 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각 분야에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나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훌륭한 지도자는 누가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아도 섭섭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으며 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지도 않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말을 배우는 데는 2년~3년이 밖에 걸리지 않지만, ‘침묵(沈默)’을 배우기 위해서는 무려 60년이 걸려도 다 배우지 못한다고 합니다.
겸손(謙遜)을 갖춘,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침묵(沈默)이 오히려 우리 모두가 지키고 실천에 옮겨야 하는 소중한 생활 덕목(德目)의 출발이 아닐까 생각되는 계묘년 새해 설날 아침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