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일상속의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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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35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1-02-09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세상사는 이야기페이지 정보
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3 08:47 조회 1,928회본문
난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지난 일을 생각하고 있 다. 요즈음 때때로 오래 전 일을 떠올리고 생각에 잠 길 때가 많아 지고 있다. 너무 빨라진 세월의 흐름에 당황하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벌써 신묘년 새 해가 밝아 온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지난 한 달 동안 난 무엇을 했나? 되짚어 보니 많은 일이 있었 다. 먼저 신년불공을 잘 마쳤고 설날 차례도 잘 모셨 다.
나름대로 일을 잘 해낸 것 같은데 무엇인가 채워 지지 못한 것 같아 가슴 한쪽이 허전해 온다. 올해 신년 불공 하는 동안 난 배운 것이 너무 많 았다. 보살님들이 내게“남을 위한 배려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 주셨다. 나도 늘 배려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부족한 것이 많다. 길지도 않은 인생 조금이라도 남에게 도움이 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했다. 이런 계기를 만들어 준 보살님께 해 드릴게 너무 없어서 가슴이 답답하다. 조그만 실천은 기회 있을 때 마다 하려고 노력 한다. 지하철 역이나 차 안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을 못 본 체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도와 주고 있다. 또 주위에 정말 어려운 사람이 있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도와 주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보살님들이 내게 가르쳐주신 것을 실 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특히 90년 만에 찾아온 한파라고 한다. 동 장군의 기세에 놀라 모두 움츠리고 있다. 눈도 예년 에 비해 많이 내렸다. 거의 폭설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더 많아 질 것이다. 도움은 사람들만이 아니 다. 동물들도 겨울나기가 정말 힘들 것이다. 산에 눈 이 너무 많이 와서 먹을 것을 찾지 못한 동물들이 민가에 내려와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한다. 동물들도 그들의 생존에 관한 문제인데 동물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를 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그들도 우리들과 같은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게 생 겼는데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것을 탓 할 수만은 없 지 않은가? 우리들이 먹을 것을 조금씩이라도 나누 어 주고 산에 떨어뜨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동네 하천에서도 철새들을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겨울에는 철새들이 찾아와 청둥오리들이 자맥 질도 하고 두루미들의 우아한 자태도 보여 주었다.
때로는 숫자는 적지만 그들의 군무도 보여주어 나를 즐겁게 해 주었는데 하천이 꽁꽁 얼어 버렸다. 그들 은 아마 따뜻한 남쪽 어딘가에서 여전히 신나게 놀 고 있겠지. 철새들이 돌아오지 않은 하천은 더욱 얼어붙은 동 토를 연상 시켜 마음까지도 얼어붙게 한다. 혹시 날이 풀려 얼음이 녹으면 철새들이 늦게라도 찾아오지 않을까 기다려 본다. 눈 이야기를 하니까 지난 어느 날 밤에 있었던 일 이 생각난다. 한밤중에 갑자기 온 세상이 환해 져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 보았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하얀 눈꽃 세상, 온통 하얀 세상에서 눈은 하 늘하늘 춤을 추며 사뿐이 내려 앉고 있다. 마치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닌 우주의 어느 눈 나라에 날아 온 것 같다. 잠시 사람을 몽롱하도록 취하게 만든다. 나도 새하얀 옷을 입고 함박눈을 맞으며 눈 나라 에서 그들과 함께 밤새도록 춤을 추고 싶다. 어느 누 가 이렇게 환상적인 밤을 연출 했을까? 신의 힘으로 도 불가능한 일이다. 잠시 동안이지만 난 환상 속에 서 가슴 벅찬 행복을 느꼈다.
아주 오래 전 임진각에 갔을 때의 일도 생각난다. 우리들은 사전에 약속한 대로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날 서로 연락도 없이 무작정 서울역에서 만났 다. 오래 전 약속인데도 모두 나왔다. 우린 너무 반 갑고 신났다. 서울역에서 간식거리를 이것저것 사고 파주 가는 기차를 타고 임진각으로 향했다. 약속을 잊지 않고 다 같이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 다. 기차에서 차창밖에 쏟아지는 눈을 보며 간식을 맛있게 먹고 신나게 떠들며 여행을 즐겼다. 임진각 도라산역 근처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그들도 눈을 즐기기 위해 온 것이다. 우리들 도 눈이 하얗게 덮인 논밭에서 마구 뒹굴며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뛰어 다녔다. 철새들도 놀라 하늘로 힘 차게 날아올랐다. 우린 신이 나서 더 뛰어다녔다. 그 때는 철이 없었는지? 천진난만 했는지?
우린 그렇게 하루를 그대로 눈사람이 되었다. 나중에 양말이 다 젖어 난로에 말려 신느라고 고생 좀 했다. 지금은 그 때처럼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이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멀리 안산에 살면서 친구들과의 옛 추억이 더 욱 그리워진다. 친구들과도 나 보다 친구를 더 생각 하는 배려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늘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요즈음 구제역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그 수많은 목숨은 어찌할 것인지? 아무쪼록 빨리 끝나 서 모든 사람들의 희망찬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 램 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모든 사람들이 서로 위로 해 주고 배려해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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