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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승과말세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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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36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1-03-03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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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심일화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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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3 07:33 조회 1,7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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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불교설화 (53회)

도승과말세우물
우물은 자비의 뜻과 삶의 정도를 일깨워 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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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곡리 마을에 있는 말세우물. 나라에 변고가 있을때마다

물이 넘친다고 한다.


우물 물이 세 번 넘치면 말세가 온다는 전설로 유명한 충북 증평군 증평읍 소재‘증평 사곡리 우물’이 충북도 기념물 143호로 지정되어있 다. 이 우물은 1456년께 조성된 마을 공동우물로 직경 1.44m, 깊이 5.4m, 수심 2.8m 규모로 일반 우물보다 1.5배 가량 크다. 버드나무로 6각형 의 틀을 설치하고 그 위에 석축을 쌓아 올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조선시대 우물의 원형을 잘 유지하 고 있다. 사곡리 우물에 대하여 다음과 같 은 전설이 있다. 세조가 왕위에 오른 지 몇 해가 지난 어느 해 여름. 오랜 가뭄으로 산하대지는 타는 듯 메말랐다. 

더위 가 어찌나 기승을 부렸던지 한낮이 면 사람은 물론 짐승들도 밖에 나 오질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 님이 지금의 충청북도 사곡리 마을 을 지나며 우물을 찾았다 더위에 먼 길을 오느라 갈증이 심한 모양 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스님의 눈 엔 우물이 보이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스님은 어느 집 사립문을 밀 고 들어섰다. 『주인 계십니까? 지나가는 객승 목이 말라 물 한 그릇 얻어 마실까 합니다.』 『대청마루에 잠깐 앉아 계세요. 곧 물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주인 아낙은 길어다 놓은 물이 없다며 물동이를 이고 밖으로 나갔 다. 스님은 아낙의 마음씀이 고마워 대청마루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었 다. 그러나 물길러 간 아낙은 몇 시 간이 지나도 오질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스님은 목마른 것도 바쁜 길도 잊은 채 호 기심이 생겨 아 낙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저녁 무렵, 아낙은 얼 마나 걸음을 재 촉했는지 숨을 몰아쉬며 한 손 으로 구슬땀을 닦으면서 물동이 를 이고 왔다. 

『스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낙은 공손히 물을 떠 올렸다. 우선 시원한 물을 받아 마신 스님 은 궁금증을 풀 양으로 아낙에게 물었다. 『거, 샘이 먼가 보군요.』 『이 마을엔 샘이 없습니다. 여기 서 10리쯤 가서 길어온 물입니다.』 아낙의 수고를 치하한 스님은 무 슨 생각에선지 짚고 온 지팡이로 마당을 세 번 두들겨 보았다. 『과연 이 마을은 물이 귀하겠구 려. 마을 땅이 층층이 암반으로 덮 였으니 원… 그러나 걱정마시오. 내 주인 아주머니의 은공에 보답키 위 해 좋은 우물 하나를 선사하고 가 리다.』 이 말을 남긴 스님은 그 집을 나 와 마을 구석구석을 살폈다. 동네 한복판에 이른 스님은 큰 바위에 다가서서 역시 지팡이를 들 어 세 번 두들기더니 고개를 끄덕 였다. 

그리곤 우물을 파다가 도승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청 년들에게 일렀다. 『이 바위를 파시오.』 『스님, 여기는 바위가 아닙니까? 물이 나올 리 만무합니다.』 청년들이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 으나 스님의 표정은 태연자약할 뿐 아니라 엄숙하기까지 했다. 『자, 어서 여길 파시오. 겨울이면 더운물이 솟아날 것이고 여름이면 냉차 같은 시원한 물이 나올 것입 니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장마져도 넘치지 않을 것이오.』 청년들은 도승의 말에 위압당한 듯 어안이벙벙했다. 이때 한 청년이 앞으로 나서더니 스님의 말씀을 믿 고 한번 파보자고 제의했다. 장정들이 밤낮으로 사흘을 파도 물줄기는 보이질 않았다. 스님은 계 속 팔 것을 명했고, 청년들은 내친 걸음이니 시키는 대로 해보자며 작 업을 계속했다. 

닷새쯤 팠을 때다. 바위 틈새에서 샘물이 솟기 시작했 다. 맑고 깨끗한 물이 콸콸 흘러 금 방 한길 우물 깊이를 채웠다. 청년 들은 기쁨을 감출 수 없어 서로 부 여안고 울며 춤을 췄다. 샘물이 솟는다는 소문에 온 마을 이 뒤집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물을 구경하러 모여들었고 물을 마시며 기뻐했다. 그들에겐 생명의 샘이나 다름없었다. 이 모습을 아무 표정없이 지켜보던 스님이 입을 열 었다. 『자, 조용히 하고 소승의 말을 들 으세요. 앞으로 이 우물은 넘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 나 만일 이 우물이 넘치는 날에는 나라에 큰 변이 있을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쑥덕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님은 들 은 체도 않고 말을 이었다. 『지난날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 임금을 폐하고 왕위에 올랐지만, 만 약 이 우물이 넘치는 날에는 그보 다 몇 배 더 큰 변란이 일어날 것 입니다.』 『스님, 이 우물이 그렇게 무서운 우물이면 차라리 지난날처럼 10리 밖 개울물을 길어다 먹고 살겠습니 다.』 

『너무 걱정들 마시오. 이 우물이 세 번 넘치는 날이면 이 세상은 말 세가 되니까, 그때 여러분은 이 마 을을 떠나시오.』 이 말을 남긴 스님은 뒤도 돌아 보지 않은 채 표연히 자취 를 감췄다. 마을 사람들은 기쁨도 컸지만 한편으로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이들은 모이 기만 하면 비슷한 말을 주 고 받았다. 

『평생 숙원인 우물이 생 기긴 했네만….』 『과연 기이한 일일세그 려.』 『그 도승의 말을 너무 염려할 것은 없을 것 같으 이.』 그러나「우물이 세 번만 넘치면 말세가 온다」는 소 문은 차츰 멀리 퍼져나갔 다. 『과연 우물이 넘칠 것인 가.』 사람들의 입에서 화제가 되는 동 안 세월은 어느덧 몇 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물 길러 나 간 아낙 하나가 우물가에서 기절을 했다. 우물이 철철 넘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말은 삽시간에 이웃 마을까지 퍼졌다. 사람들은 무슨 변 이 일어날지 몰라 안절부절했다. 

그 로부터 며칠 후 왜구가 쳐들어왔다 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 난이 곧 임 진왜란이었다. 또 한번 이 우물이 넘친 것은 1950년 6월 25일. 그날도 이 우물은 새벽부터 철철 넘치고 있었다 한다. 6·25의 민족적 비극을 알리기 위 한 우물의 충정이었다고 마을 사람 들은 지금도 말하고 있다. 아무 일 없이 정량을 유지한 채 조용히 샘솟고 있는 이 우물이 과 연 또 넘칠 것인가. 그리고 스님의 예언대로 세상의 종말이 올 것인가. 약 50호의 농가가 평화롭게 살고 있는 충북 괴산군 증평읍 사곡리 마을의 말세우물. 아무리 많이 퍼 써도, 또 가물거나 장마가 들어도 한결같이 줄지도 늘지도 않은 채 그 깊이 만큼의 정량을 유지하고 마을 사람들의 식수가 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우물이 지닌 전설을 자랑으로 여기며 부처님 받 들 듯 위한다고 한다. 한 스님의 신통력과 예언은 후세 인들에게 신비의 전설로서 뿐 아니 라 자비의 뜻과 삶의 정도를 일깨 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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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두려워하며 조상을 공경하고 효도를

다하라는 권유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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