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가피로 다녀온 모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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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45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1-12-05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이정화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총지사 교도 이 정화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07 06:13 조회 2,402회본문
참 많은 공수표를 날렸다. ‘해외 여행을 시켜 준다’, ‘나중에 용돈을 넉넉히 드리겠다.’ 나는 기억조차 하지 못 하는 많은 공수표를 엄마에게 날렸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가 원하는 걸 해드리고자 할 때면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게 됐다. 서른 넷이 되도록 하나도 제대로 해드린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슴 한쪽에 지니고 있던 즈음, 올해 그 중 한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엄마와 함께한 일본 여행이다. 지난해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촌 언니가 고모(사촌 언니의 엄마)께 언제 함께 일본을 가자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언니에게 지나가듯 얘기를 던져뒀다. 기회가 되면, 사촌 언니와 고모, 그리고 나와 엄마가 함께 여행을 다녀오자고. 지난 4월 회사를 옮긴 후, 여름휴가를 갈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던 중, 다행히 주말을 포함해 9일이라는 휴가가 주어진다는 걸 알게 된 후 어디로 갈까 고민을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나에게 9일이라는 긴 휴가 기간이 주어진 건 처음이었다. 그러던 중 엄마가 사촌 언니네와 함께 일본 온천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했다.
언니도 흔쾌히 응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아버지의 반응이었다. 올해가 칠순인데다 여행을 떠나는 기간 중 아버지의 생신이 끼어있음에도 불구, 아버지는 당신을 대신해 엄마 일본 여행을 시켜주는 것에 대해 무척 고마워하시며 상관하지 말고 꼭 다녀오라며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하셨다. 한창인 시절, 엄마에게는 일본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가지 못 가셨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집안 형편이 기울어 따로 여행을 가신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표현은 안 하셨지만 엄마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계셨나보다. 일에 치여 제대로 우리가 가는 곳에 대해 알아볼 짬도 없이 지난 8월 12일 부산으로 내려가는 날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저녁 버스에 올라탔다. 설레었다.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는 것도 처음이고,‘여행’만을 목적으로 해외를 나가는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이틀 후인, 15일 새벽. 우리 모녀와 고모네 모녀는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타고 음료수 한 잔 마시니, 어느새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 공항이 보인다. 짐을 끌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유명하다는 초밥집을 찾아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 지하쇼핑센터를 따라 아이쇼핑, 아차 판단을 잘 못 했다. 엄마는 지하를 싫어하실 뿐더러 오래 걷는 걸 힘에 부쳐하신다는 걸 깜빡했다. 지난번 베이징을 여행에서도, 천안문 광장에서 자금성 입구까지 걷는데 이미 지쳐 아빠와 나만 들어가서 구경하고 오라고 하지 않으셨던가. 당신은 입구에 앉아 기다리시겠다며... 그저 막내와 함께 여행 간다는 설레임에 에너지가 소진된 걸 모르고 계셨다가 지하에서 오래 걷다보니 체력이 급 저하돼 급기야 더 이상 못 다니겠다는 선언을 하신 거다. 이에 사촌 언니와 고모는 아이쇼핑을 계속하라 하고 나와 엄마는 어느 백화점 꼭대기 층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를 2시간, 이럴려고 여행을 온 게 아닌데 말이다.
굳어있던 표정은 엄마가 그리 원하시던 온천욕을 하면서 슬그머니 풀렸다. 그렇게 탈 많았던 첫날밤은 지나가고, 이튿날은 본격적인 온천을 위해 유명한 온천휴양지‘유후인’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리자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산록을 따라 난 고속도로가 나타난다. 중간 중간 마을과 연결된 정류장이 있어 버스는 사람을 태운다. 드디어 그림에 나오는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마을 ‘유후인’에 도착하자, 상점이 줄지어 있는 거리가 우리를 맞는다. 그길을 따라 올라간 끝에 나오는 호수는 석양에 비친 물고기의 비늘이 금빛으로 빛난다 하여 ‘긴린코(金鱗湖)’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대낮에 보는 호수도 충분히 멋졌다. 물이 맑아 노는 고기들이 다 보이고, 오리들도 한가롭게 호수를 노닐고 있었다. 일본여행의 묘미 중 하나인 전통여관 료칸(일본식 전통 여관)에서 먹은 저녁‘가이세키 정식’과 식사 후 노천 온천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좋고 싫음’에 대한 표현이 너무나 정확한 우리 엄마는 온천 중, 갑자기 일어나시더니 나와 사촌 언니에게 합장을 하고 고개를 ‘꾸벅’하며 ‘모두 모두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너무 좋다하신다. 그러고 보니 고모는 이번 여행 동안 가타부타 한 마디 말씀이 없으셨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고모는 안 좋으세요? 왜 아무 말씀이 없으세요?” 했더니, 덤덤하게 하시는 말씀. “이루 말 할 수 없이 좋은데.” 한 마디로 끝내신다. 그렇게 우리의 2박 3일의 짧은 일본 여행의 마지막 밤은 저물었다. 무작정 계획 없이 떠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본 여행이었다.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나갔지만 그래도 그 때를 떠올리며, 엄마와 함께 웃곤 한다. 그리고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가 직장을 옮기지 않았다면, 마음과 경제적인 여유,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면,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 여행이었을까?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 또한 평소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온 기회였다. 가끔은 부처님의 법을 지키려 노력하며 사는 것이 쉽지 않아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 것이 옳다는 걸 느낄 때마다 혼자 속으로 되뇌어 본다.‘부처님 감사합니다’라고..일마다 지도했는데, 동래 온천장 학사가 화명동으로 옮겨지면서 거리도 멀고 지치기도 하여 13년을 지도하고 그만 두게 되었다. 한국방송대학생들은 같은 과에 있으면서도 서로 얼굴도 잘 모르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었으며, 대학문화에 접할 기회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들이야말로 동아리 활동이 꼭 필요하다 싶어서 불교학생회 동아리를 조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들은 전시회니 운동회니 정기법회 외의 활동들을 많이 함으로써 그 뒷바라지가 힘들었던 반면에 보람 또한 컸다. 내가 그들에게 강의한 것을 매번 소식지에 정리하여 싣게 되었는데 어느 학생이 책으로 묶어내자고 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94년도에 출판한 것이 “고해를 건너는 뗏목”이란 책이며, 당시로서는 개인의 강설집을 찾아볼 수 없을 때라 내가 이 책을 출판해도 될까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회고와 반성 내가 이렇게 불교 그리고 불교학생들과 함께 걸 어온 행로는 남다른 뜻과 의지가 있어서라기보다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거절하지 못하는 나의 약점 때문이기도 하며,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가 한두 번 이 아니었지만 바톤을 받아줄 사람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오래 머물게 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이다.
이제 내 인생 황혼에 서서, 내가 불교와 함께 걸어온 인생행로를 돌아다본다. 젊은 나이에 한 동 안 내가 여러 종교를 기웃거리면서 방황의 길을 걷 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것은 불교 즉 밀교라는 제자리에 깊이 뿌리내리기 위한 일시적 외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몸은 일시적으로 불 교를 떠나기도 했고 밀교를 떠나 현교를 떠돈 적도 있지만 결코 마음만은 떠난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 되며, 결과적으로 본다면 밀교에서 출발하여 다시 밀교인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재대로 알지 도 못하는 주제에 마음만 조급해서 느닷없이 불교 교단에 뛰어올라 학생들을 지도한답시고 겁도 없이 떠들면서 바쁘게 걸어온 내 불교 인생! 학생들의 순수한 영혼을 더럽히면서 구업을 많이 지은 것 같 은 생각도 들고, 자기 수행은 게을리 하면서 남 앞에 겁 없이 나선 지난날들을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 며, 속빈 강정처럼 허망하게 느껴질 때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런대로 치열하게 걸어온 지난날을 보람으 로 생각하면서 자위와 감회에 젖어본다. 마지막으로 꼭 덧붙이고 싶은 말씀은, 지난날의 작은 인연으로 우리 총지종단에서 부족한 저를 종 립학교 교장으로 영입해 주신 크신 은혜에 대하여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그 큰 은혜는 백골난망이 아 닐 수 없다는 말씀을 이 기회에 꼭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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