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 친견의 서원이 깃든 강화 석모도 낙가산 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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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44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1-11-05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인물 / 설화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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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07 09:16 조회 2,918회본문
관세음보살 친견의 서원이 깃든 강화 석모도 낙가산 보문사
낙가산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 물이 빠진 갯벌 저만치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 몇 개가 서해의 한낮을 지키고 있었다. 회정은 오늘도 관음기도를 하고 있었다.
작 은 암자에 홀로 기거하며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천수천안의 대비행을 배우고자 이 산마루에 묻 힌지도 어느덧 10년 세월이 훨씬 넘었다. 그러나 세월과는 상관 없이 기도는 한결 같 았다. 회정은 아스라히 금강산을 생각했다. 그리고 보덕각시를 생각했다. 꿈같은 일들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갔다. "나무관세음보살....." 그는 원래 금강산에서 수행을 했었다.
치솟 은 바위 자락에 단칸 움막을 짓고 관음보살의 원행을 온몸으로 배우고 실천 할 것을 원력 세 우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의 소원은 관세음보살님을 꼭 한 번 친견하 는 것이었다. 백일기도 천일기도를 번갈아 가 며 기도를 하고 또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꿈을 꾸었다. 한 노파를 만나는 꿈. 그리고 그 노파가 들려 준 생생한 이 야기. 그는 꿈속에서 비를 맞으며 바닷가 염전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폭우속 등대처럼 보이는 소금막에서 그 노파 는 물었다. "왠 스님이 이렇게 비를 맞으며 다니시우." "금강산의 회정이라 합니다.
관세음보살을 만나고자..." "이런 곳에서 찾으면 되는가. 강원도 양구땅 에 가서 몰골옹을 만나 해명방 노인의 안부를 물어야지." "여기는 어디입니까" "여기? 어디긴 어디야. 낙가산이지." 생각할수록 신기한 꿈이었다. 또렷한 노파의 이야기와 그 이름들. 낙가산이라면 관세음보살 이 머무시는 산이 아닌가. 회정은 그 꿈이 혹 관세음보살님을 만날 수 있는 길일 수도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믿 음의 끝자리에서 이미 그는 짐을 꾸리고 있었 다. 등짐 하나에 지팡이 하나. 그는 물어물어 양구 땅을 찾았고 우연히 만난 노인이 바로 몰골옹이었다. 몇날을 걸은 피로를 짊어져야 했던 석양녘, 양구의 험준한 산자락 어느 초가에서 만났던 몰골옹은 깡마른 체구와는 달리 유연하고 그윽 한 눈매로 다감한 느낌을 주는 노인이었다.
"저물었는데 어딜 그렇게 가십니까." "아, 예. 사람을 좀 찾고 있습니다." "누구를?" "몰골옹이라면 아실지 모릅니다만." "남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지요." 이렇게 만난 몰골옹은 회정으로부터 자초지 종을 듣고 "글쎄 해명방을 만나면 관음을 친견하는 일도 성취가 되긴 할테지만 그 법음(法音) 을 들을 수는 있을런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회정은 관음을 친견할 수 있다는 말에 흥분되 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만나기만 한다면 법음을 들을 수는 있을 것" 이라 장담하며 그 길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어린 아이처럼. 몰골옹이 가르쳐 준 길은 험했다. 산을 넘고 계곡을 돌아 한참을 간 곳에서 회정은 조촐한 숯막 하나를 만날 수 있었다. 숯막에는 나이 든 노인이 열 여덟 살이나 되 었음직한 어여쁜 딸 하나와 살고 있었다. 회정 이 먼저 만난사람은 딸이었다. "소승은 금강산에서 온 회정이라합니다. 해 명방 어른을 만나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산 너머에서 만난 몰골옹께서 이리로 안내하셨 지요." "그분은 저의 아버님이십니다." 이렇게 만난 해명방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 고 싶다는 회정의 말을 듣고 의외의 서약을 강 요했다.
"모든 일을 내가 시키는대로 복종할 것을 약 속해라." "네. 분부를 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대성을 친견할 때까지 나를 부모 모시듯 시 봉할 것이며 또 내 딸과 결혼을 하여 살아라." 회정은 어이가 없었다. 노인을 시봉하는 일 이야 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출가납자에게 결 혼을 요구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 분부를 거절 할 수도 없었다.
관음을 친견하고자 하는 절절한 소망과 그 소 망이 이루어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에 서 있는 자신의 현재를 생각하면 파계는 이미 파계가 아닐 수 있었다.
회정은 숯막 일을 거들었고 해명방의 딸 보덕 각시와 부부가 되어 살았다. 천만다행이었다. 보덕각시는 여자구실을 못했으므로 여염집의 부부와는 달랐다. 서로 눈빛으로 부부 였을뿐 애욕의 그늘로 빠 져 들지는 않았다. 그런 세월이 3년. 회정은 금강산에서 3년기도를 한 뒤 꿈을 꾸 고 여기까지 왔었는데 여기서 다시 3년이 지난 것이었다.
"아, 허망하도다. 이제 기도는 뒷전이고 숯일 만 하고 또 보덕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으니 나 는 참으로 기구하도다. 한낱 꿈을 믿고 너무 많 은 것을 던져버린 것은 아닐까." 지난 세월을 더듬으며 회정은 후회스런 마음 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산을 내려갔다. 다시 금강산으로 돌아가 기도를 해야 할 것 같 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그간의 세월을 잊어버 리고자 했다. 돌아가는 길은 찾아왔던 길 그대로였다. 그 길에서 회정은 다시 몰골옹을 만났다.
"그래 관음대성은 친견 하셨는가?" "친견은 커녕, 죽도록 일만 했습니다. 거기에 파계까지 해야 했고..." 회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벼락이 쳤다. 몰골옹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에잇, 미련하고 어리석은 놈아. 3년이나 대 성을 모시고도 만나지 못했다니. 내 뭐라더냐. 만날 수는 있어도 법음은 못들을 것이라 하지 않았더냐.
해명방은 문수대성이고 네 색시 보덕은 관음 대성이다. 이 몸은 문수의 도반 보현이고." 회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허겁지겁 돌아 간 숯막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돌아온 몰 골옹의 집도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3년 세월이 통채로 꿈속에 갇혀 있었던 것인가.
회정은 금강산과 양구 땅에서의 기막힌 경험 을 하고 꿈속에서 들었던 낙가산을 찾기로 했 다. 그리고 그가 정착한 곳이 서해 바다가 한눈 에 내려다 보이는 곳, 바로 석모도였다.
그는 이 산의 이름을 낙가산이라 부르고 다 시 관음보살을 친견할 것을 서원하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관음대성의 대자대비를 배우고 있었다.
회정이 지난 날을 회상하며 다시금 기도정진 력을 가다듬고 있는 한 낮에 어부 한사람이 찾 아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스님, 돌 부처님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어부는 전날 한 자 남짓의 돌불상 스물 두 개 를 그물로 건져 올렸다. 고기가 아닌 돌불상이 었으므로 그는 바다에 다시 던지고 다른 곳에 서 그물질을 했다.
또 그 돌불상들이 올라와 다시 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런데 그날 밤 꿈에 노인이 나 타나 "왜 성인들을 바다에 버리느냐. 그 분들은 서역에서 오신 나한님들이다.
내일 다시 건져 낙가산 길지에 잘 모셔라." 라고 말했다. 과연 그는 다시 돌불상을 건져 올렸고 낙가산 을 오르다 갑자기 돌이 무거워져 '여기가 그 길 지인가'란 생각했는데 그곳이 바로 회정이 기 도하는 움막 근처의 석굴 앞이었다. 회정은 어부와 함께 석굴로 달려 갔다. 석굴 안에는 불상을 모시기 좋게 단이 마련되어 있 었다.
스물두 나한상을 모시고 나니 굴 가득 서 기가 어렸다. "이 관음도량을 지키고 복락을 베풀기 위해 나한님들이 오신 것이 분명하다." 회정은 솟구치는 감격과 환희심을 억누를 길 이 없었다. 낙가산 보문사는 이렇게 천수천안 관음의 온기와 나한님들의 선선한 가피복락이 서려 있는 도량으로 피어 올랐다.
한 여름 날의 연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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