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 마음먹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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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49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2-04-03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출판/문화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종열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종열 기자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06 11:00 조회 2,296회본문
‘유식불교의 이해’ 목경찬 저, 불광출판사 간
일체유심조와 만법유식, 즉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고[一切唯心造] 오직 식뿐[萬法唯識]임을 밝히는 것이 유식사상이다. 마음에 의해 펼쳐진 이 세상은 인연화합에 의해 드러난 것인데, 사람들은 ‘보는 나’와 ‘보이는 세상’이 마음 밖에 실제로 있다고 집착한다. 이렇게 집착된 세상은 결코 있지 않다. 그러나 인연화합에 의해 마음으로부터 언제나 펼쳐진다. 즉 유식사상은 이 세상이 단지 우리 마음의 현현일 뿐 결코 우리가 본 대로 있지 않음을 밝혀낸다. 언뜻 보기에는 쉽지만, 하나씩 따져보면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유식사상은 유식무경(唯識無境), 즉 오직 식만 있고 대상은 없다는 말로 대표된다. 유식무경의 ‘식(識)’은 일체유심조의 심(心)과 같은 뜻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즉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말이나 ‘오직 식만 있고 대상은 없다’는 말은 같은 뜻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었기’ 때문에 ‘오직 식만 있고 대상은 없다.’ 왜 세상의 상식과 다르게 오직 식만 있고 대상은 없다고 할까? 유식무경(唯識無境)에서 무(無), 즉 ‘없다’는 말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은 내가 본 것처럼 그렇게 있지 않다’는 뜻이다.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을 없다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처럼 그렇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순간, 세상에 자신의 생각을 덧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생각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다. ‘유식무경’은 인식의 측면에서 결코 그치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인식하기 전의 세상도 마음이 만든 것이고, 뿐만 아니라 마음을 떠나서는 결코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식된 것이나 인식되기 전의 것이나 모두 마음이 만들고 마음속에 있다.
즉, 내 마음이 만든 세상을 내 마음이 보는 것이다. 이러한 유식사상을 펼친 유가행파의 시조는 미륵 보살이지만, 사상적 체계는 세친에 의해 완성되었다. 세친은 『유식삼십송』에서 식전변설을 수립하여 유식무경의 이치와 8식의 존재 양상 및 인식 성립의 역학적 구조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유식삼십송』은 30송의 게송만 있을 뿐 자세한 풀이는 없다. 이후 많은 논사들이 『유식삼십송』에 주석을 하였는데, 그 가운데 뛰어난 이들을 십대논사라고 하였다. 친승(親勝), 화변(火辨), 덕혜(德慧), 안혜(安慧), 난타(難陀), 정월(淨月), 호법(護法), 승우(勝友), 최승자(最勝子), 지월(智月)이다. 유식학의 중심지였던 인도 나란다 대학에서, 호법의 제자인 계현(戒賢)에게서 수학하였던 당나라 현장 법사는 이들 십대논사의 주석서를 모두 가져왔지만, 각각 따로 번역하지는 않았다.
그 대시 호법의 학설을 중심으로 하고, 다른 논사들의 학설은 참고 로 선 택 하 여 하 나 의 논 서 , 즉 『성유식론』 10권으로 편집하여 번역하였다. 이 『성유식론』에는 인도 유식학의 사상적 절정기의 면모가 집대성되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전까지 중국에서 보리류지의 『십지경론』 번역에 의해 지론종이 형성되었고, 진제의 『섭대승론』 번역에 영향을 받아 섭론종이 형성되어 논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유식론』을 소의경전으로 하여 법상종이 일어난 후부터는 호법의 해석을 정통 유식설로 중요시하게 되었고, 신라와 일본 등 동아시아 전체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성유식론』이 번역된 이후 동아시아 유식사상계의 중심에는 『성유식론』의 가르침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 『유식불교의 이해』에서는 『성유식론』을 중심으로 유식무경의 이치를 오늘날의 언어로 자세하게 풀이하였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고 있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일체유심조’를 풀기 위해 불교공부를 시작하였고, 20여 년의 공부 끝에 그 답을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그 동안의 ‘공부(工夫)’를 회향하고 싶은 마음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 저자이기에 이 책 『유식불교의 이해』는 철저하게 독자의 입장에 서 있다. 저자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서 출발하여 그 상식에 의문을 품고 하나씩 헤쳐가면서 유식(唯識), 즉 유식무경(唯識無境)의 원리를 차근차근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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