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소식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염라대왕은 없다 마음만 있을 뿐

페이지 정보

호수 150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2-05-03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학술/불교서적 에세이 서브카테고리 -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은주 <자유기고가>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06 10:14 조회 2,332회

본문

염라대왕은 없다 마음만 있을 뿐

예전에 출간됐지만 여전히 꾸준한 관심을 받아온 책들, 스테디셀러를 중심으로 '불교서적 에세이'를 꾸리고자 합니다. 오래전 출간돼 대중의 호들갑스런 관심에서는 멀어졌지만 꾸준하게 잘 팔리는 책들은 나름 가치를 확인 받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책들을 흙속 보석을 캐는 심정으로 찾아내 리뷰형식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글쓴이 말


02772180a6d25ec8d69d29e244790bc4_1528247643_8852.jpg
 


티베트의 성자 파드마삼바바가 쓴 <티 베트 사자의 서>는 죽음에 대한 안내서입 니다. 티베트에서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 로 추앙받는 파드마삼바바의 경전 중 가 장 유명한 이 책은  죽음을 체험하고 쓴 책입니다. 삶과 환생의 중간 지대인 중음 을 경험하고 와서 죽음의 과정과 사후세 계를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또한 이 책은 20세기 초에 티베트어에 서 영어로 번역되면서 널리 알려졌는데, 심리학의 대가 칼 융에게 영향을 줌으로 써 현대 심리학에도 공헌했으며, 최근 티 베트 불교에 대한 서양인의 폭발적인 관 심의 촉매제라고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죽음은 네 과 정을 거치며 진행됩니다. 첫 번째는 ‘임종

중음’의 단계로 호흡이 끊어지는 때로부 터 사나흘 정도의 기간입니다. 호흡이 끊 어지면서 망자는 잠시 의식을 잃습니다. 이때 첫 번째 빛이 나타나는데 강렬한 이 빛을 알아채면 해탈을 얻고, 실패하면 다 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무의식상태라는 것은 표층의식과 잠재 의식이 작용하지 않고, 심층의식만 작용 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심층의식은 불 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늘 깨어있지만 표층의식과 잠재의식이 활동할 때는 알 아채기 어렵습니다. 평소 ‘숙면일여’를 강 조했던 성철스님과 같은 분은 심층의식이 발달했던 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성철스님은 임종 시 이 빛을 알아챘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임종중음의 두 번째 단 계입니다. 무의식에 빠졌던 의식 이 갑자기 아주 맑은 의식으로 깨 어나는 단계입니다. 이때 망자는 자신의 죽음을 깨닫지 못하고 가 까운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하면 서 자신의 유체 곁을 맴돈다고 합 니다. 이때도 빛이 나타나는데 이 빛은 앞에서보다 약하기에, 잠재 의식과 표층의식이 모두 돌아온 망자가 이 빛을 알아채기는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실상중음’의 단계인 데, 이때를 진정한 죽음의 과정이 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이 죽고 나 면 49일간 재를 지내는데, 실상중음과 다 음에 나오는 투생중음이 이 49일에 해당 합니다. 이때 의식은 이미 육신을 벗어났 고, 이제 자기 죽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의식체는 중음세계를 떠돌며 환상을 경험 한다고 합니다. 갖가지 색상과 밝고 어두 운 빛을 보고, 형상을 갖춘 많은 불보살과 신들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모 든 것은 업력이 이끌어낸 환각입니다. 마지막 단계인 투생중음 때 영혼은 비 로소 험난한 죽음의 여정에 들어왔다고 할 정도로 두려움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나찰에게 쫓기며 공포를 경험하게 되고, 또 우리가 일반적으로 죽음과 연관 지어 떠올리는 염라대왕과 업의 재판도 이때 나타나는 형상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망자는 49일의 막바지에 이르면 자신이 환생할 곳을 찾게 되는데 이때 검 은색이나 안개를 쫓아가면 지옥에 태어나 게 되고, 보석으로 생긴 여러 층의 신전으 로 들어가게 되면 천도에 태어나게 된다 고 합니다. 이 또한 자신의 의식상태의 영향 하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래기나물만 먹 으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시래기나물이 최고의 음식인 것처럼 아무리 천당이 좋 다고 해도 자기의 의식에 따라 검은 지옥 이 더 좋게 보일 수도 있으므로 결국 모든 선택은 현재 의식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 습니다. 

8세기의 고승 파드마삼바바가 쓴 <티베 트 사자의 서>는 자칫 황당하고 흥밋거리 로 전락하기 쉬운 죽음의 세계를 ‘깨달음’ 과 연관시켜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 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죽음의 매순 간을 깨달음의 기회로 활용하라는 것입 니다. 앞서 임종중음의 첫 단계에서처럼 심층의식을 개발하면 첫 번째 빛을 발견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쉽게 해탈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빨리 해탈을 얻게 되면 외로움과 두려움, 쫓김과 공포로 기 획된 험난한 죽음의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파드마삼바바는 내내 친절하게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실상중음이나 투 생중음에서 경험하는 환각을 자신의 업 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자각하는 것입 니다. 환영을 자신의 의식이 만들어낸 것 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꿈에서 꿈이라는 걸 인 식하면 강도에게 쫓기면서도 나름 여유를 찾게 되는 것처럼. 그리고 죽음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문 화권에 따라 같은 종류의 광경을 경험하 게 된다고 하는데, 이 사실 또한 죽음 후 겪는 경험이 결국 자기에게서 나온 것임 을 뒷받침합니다. 예를 들면 불교신자들은 삿갓 쓴 저승 사자나 염라대왕, 부처님 등의 형상을 보 는데 반해 기독교인들은 천사나 악마를 보게 되는데, 이런 차이점을 보더라도 죽 음에서 만들어낸 환영이 결국은 자신의 업력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죽음의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우리가 지금 가진 현재의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죽음의 매순간 현재의 식의 성숙에 의해 해탈의 길은 언제나 열 려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삶과 죽 음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티베트 사자의 서>는 죽은 이를 위해서 썼다고 하 지만 실상은 산 사람을 위한 가르침이었 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