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성지순례 대표적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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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56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2-11-07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전시 / 불교 에세이 서브카테고리 불교서적 에세이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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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05 06:04 조회 2,376회본문
법정스님의〈인도기행〉
그런데 불교 신자들은 위와는 다른 목적으로 인도로 떠난다. 인도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신앙심을 키우기 위해 인도를 방문한다. 인도와 네팔의 국경지역인 룸비니에서 태어나 인도 전역에서 전법활동을 하다 변방 쿠시나가라에서 생을 마감한 부처님의 삶의 흔적은 인도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불자들은 이런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부처님을 역사적 인물로 재확인하고, 남긴 뜻을 되새기고자 인도로 성지 순례를 떠나는 것이다. 성지순례를 중심으로 한 대표적인 여행기를 꼽는다면 법정스님의 〈인도기행〉을 들 수있겠다. 성지순례를 목적에둔 불교신자들이 참고하기에 좋은 책이다.
법정스님은 1989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불교성지를 중심으로 인도를 여행했다. 이때 스님의 세수는 59세고, 좀 젊은 스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에 실린 사진 또한 스님이 직접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스님의 담백한 문장과 상세한 설명, 그리고 명징한 정신세계가 느껴지는 글은 19애년 조선일보에 9개월 간 매주 연재됐다가 1991년에 샘터사에서〈인도기행 - 삶과 죽음의 언저리〉라는 제목으로 출간됐고, 계속 재 간행돼온 스테디셀러다. 2006년 마지막으로 출간된 후 스님의 유언에 따라 절판된〈인도기행〉은 법정스님의 유일한 여행 산문집이면서 또한 인도여행 책자 가운데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겠다.
법정스님의〈인도기행〉은 인도의 큰 도시 캘커타의 혼잡함에 대하 당혹감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원시와 문명이 한데 뒤엉켜 혼돈과 무질서가 난무한 캘커타에서 스님은 문화적인 충격에 휩싸인다. 아마도 그 충격은 일반인보다 더 컸을 것 같다.
산중에 은둔해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고요한 환경에서 수행에 정진하던 스님에게 인도는 카오스 그 자체였으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환경에서 스님은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확연히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모습과 충돌하는 현실의 인도 환경에서 갈등하면서 보다 확장돼 가는 자신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바닥에 자리 잡은 곳은 좌우로 두 개의 변소가 마주하고 있는 출입구다. 바댁에 미리 준비해 간 비닐을 펴 그 위에 숄을 접어서 깔고 좌정했다. 양쪽 변소 틈바구니에서 밤을 새울 걸 생각하니 난감했지만, 오기로 버티기로 했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밤새 끊임없이 들락거렸다. 그때마다 코로는 지린내를 맡아야 하고 귀로는 배설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 처음에는 슬그머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자정이 되자 생각이 문득 바뀌었다. …
‘관념의 차이’ 에 생각이 미치자 이때부터 오기도 불만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내 마음은 지극히 평온해졌다. 우리는 이 관념 때문에, 틀에 박힌 고정관념 때문에 새로운 세계에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수가 얼마나 많은가.
따지고 보면, 더러울 것도 깨끗할 것도 없는 불구 부정의 세계. …… 이날 밤, 변소 앞 바닥에 앉아 겪었던 이 일이 인도 여행 중에 가장 고맙고 뜻있는 체험이 되었을 뿐 아니라, 내 생애에서 두고두고 음미될 사건이 된 것이다. (184-185p)
법정스님의 인도 여행은 대체로 불교유적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도지인 보드가야, 부처님이 태어난 룸비니와 최초의 설법을 한 녹야원, 열반에 이른 쿠시나가라까지 인도의 4대 성지를 비롯해서, 불교 포교의 중심지였던 왕사성, 최초의 불교 사원 죽림정사, 부처님이 수행 중 가장 오래 머물렀다는 승원 기원정사, 세계의 학승들이 모여 인도 문화의 해외 전파 본거지가 되었던 날란다 대학 등의 불교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겪은 체험담과 느낌, 그리고 그에 관련된 일화 등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소개하는 편이다.
그러한 이야기들 속에는 부처의 가르침도 곳곳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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