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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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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58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3-01-02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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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경숙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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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02 07:38 조회 2,26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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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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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비가 오더니 불공을 끝내고나니 비가 그쳤다. 절에서 집 까지는 한 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이지만, 운동이 부족하다고 걸어 다니라는 의사의 권유로 오늘도 걸어가야지 마음을 다잡는다.

비 온 뒤끝이라 촉촉이 젖은 땅을 보니 마음도 촉촉이 젖어온다. 오전에 내린 비로 공기까지 청명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깊이 숨을 들이마시니 맑은 공기가 들어와 머릿속까지 맑아진다. 기분도 상쾌하다. 중앙동 뒷길로 접어들자 바람이 분다. 길 양쪽의 우거진 은행나무에서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린다.

은행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꼭 노란 눈이 오는 것 같았다. 평소에 다니던 길이건만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들이 이렇게 멋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맞은편 이층 찻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하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갈을 걸어 다녔지만 아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내가 세상을 잘 못 살아서 일까 하면서 생각하며 걷다가 문득 아니지, 멀리 있는 자식은 자주 볼 수 없지만 날만 새면 마주보는 도반들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멋진 날에 도반이 생각난다는 것 역시 보통 인연은 아닌가 보다.

비록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길도 아니고 새가 지저귀는 오솔길도 아니고 매연만이 듬뿍 뿜어져 나오는 길이지만, 나는 내일도 이 길을 걸을 것이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도반들의 소중함도 느꼈다.

내일도 웃으면서 만나요, 도반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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