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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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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8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11-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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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탁상달 필자법명 - 필자소속 전 동해중학교 필자호칭 교장, 시인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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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11-02 14:24 조회 1,3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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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삶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에 ‘성품이 조급하고 마음이 거친 사람은 한 가지 일도 이룰 수 없다(性燥心組者 一事無成)’이란 말이 나온다.

 앞의 이 말은 ‘성미가 조급한 사람은 타오르는 불길과 같아서 만나는 것마다 태워 버리고, 은덕(恩德)이 부족한 사람은 싸늘한 얼음과 같아서 만나는 것마다 사(死)해 버리며, 꽉 막힌 고집스러운 사람은 고인 물과 같아서 이는 마치 썩은 나무와 동급이니, 생생한 기운이 이미 끊겨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은 모두 공적을 세우고 복을 누리기가 어렵다.’ 라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이 주는 의미는 허둥대는 사람, 경박한 사람 등을 꼬집어 빗대어서 정확하게 처신하라는 교훈의 말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하면 ‘그렇게 할 일이 없어.’라고 하고, ‘급할수록 돌아가라.’ 라고 하면 ‘미쳤어, 비행기 타고 가야지.’ 라고 내뱉는 풍토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느긋하고 아름다운 품성은 눈치 빠른 사람들의 영악한 세태에 흡수되고 말아서 ‘빨리 빨리’라는 구호에 매몰되고 만 시대가 되고 말았다. 가장 예의 바른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의 후손이라고 자부하던 우리 민족이 시대의 변모와 함께 가장 졸속한 민족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연의 법칙에는 ‘빨리 빨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은 오직 영겁의 세월을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꾸만 ‘빨리 빨리’라는 단어로 소를 몰아가듯 다그치고 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야 할 식사에서도 ‘빨리 빨리’, 줄을 서서 타야 할 버스 간에서도 ‘빨리 빨리’, 소심하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행정에서도 ‘빨리 빨리’가 판을 쳐 심지어는 급행료라는 유행어까지 생겼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언어는 생각이나 느낌을 행동으로 옮겨 놓게 하는 수단인데, 말끝마다 ‘빨리 빨리’ 뿐이니 이렇게 서둘러 이루어 놓은 결과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 아니겠는가?

 교량이 붕괴되고, 배가 침몰하며, 각종 공사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던 과거의 사례는 모두 조급함과 적당주의의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자연의 온갖 재해가 인재(人災)로 둔갑하고, 지하철 사고와 같은 어쭙잖은 일이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현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슨 일, 어떤 일을 하든 우리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조급하거나 성급하게 서둘러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 할수록 대개 실패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운전하는 사람이 여유를 가지고 운전을 하면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쉴 새 없이 밀어닥치는 일 앞에서도 시간을 내어 여가 활용을 잘함으로써 피로, 권태, 긴장 등을 해소하여야만 기력과 의욕을 회복할 수 있다. 여유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해 보는 여유를 가지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고를 가지도록 하자.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도록 하자. 우리가 찰나의 순간일망정 놓치고 싶지 않은 바쁜 일상의 연속에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하루에 한 번쯤은 지나간 어제를 생각하고, 다가올 내일을 향해 달릴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살자. 우리 모두가 내일의 알차고 내실있는 결실과 삶의 보람을 얻기 위해서도 말이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무엇인가 영글어 가는 삶의 여정을 만들고 내실있는 일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 보자. 오늘 하루도 여유를 가지고 일신 우 일신(日新 又 日新)하는 자세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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