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제진언의 수용과 『범서총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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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7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10-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밀교법장담론페이지 정보
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10-10 15:33 조회 1,347회본문
한국밀교는 최초 기록으로 신라시대 삼기산에서 시작되었고, 신라시대 크게 꽃 피웠으며, 고려시대 『밀교는 역사, 문헌, 수행, 의례, 종파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하게 동아시아 밀교의 중심이자 번영을 구가하였다. 조선 초 밀교가 절멸할 때 일본은 조선왕에게 밀교대장경을 구했고 본국에 가져간 후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하였다. 그러나 밀교대장경은 이름 모를 사찰에 지금도 보존되어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한국불교의 전승 가운데 준제진언은 과거 고려밀교의 위상을 전하는 등불과 같은 것이라 말하고 싶다. 특히 원정대성사께서 준제진언을 전승토록 한 것은 총지종의 중심을 과거 고려 밀교의 무대였던 동아시아의 중심에 서도록 고려한 혜안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준제진언의 위상과 유행을 이해하려면 고려불교를 이해해야 한다. 연구의 선구자로서는 서윤길 교수가 고려시대 밀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밀교연구를 주도하였고, 이후 강대현, 강향님, 김수연, 옥나영 같은 신진 연구자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김수연박사는 고려시대 밀교의 전적 가운데 하나인 <범서총지집> 연구를 주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고려시대의 밀교전적 연구는 요(거란)의 대장경 수입으로부터 시작된다. 요는 당시 모든 불교경전을 수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밀교전적을 보충, 수집하였고, 밀교승들의 적지 않은 주석이 그 이름을 전하고 있다. 각원은 <대일경의석연밀초>에서 <화엄경>과 <대일경>을 대등한 반열에 올려 놓고, 양 경전의 차이를 현원(顯圓)과 밀원(密圓)이라 평가하였다. <팔대보살만다라경>의 장소를 저술한 사효와 지실도 있었는데, 이것은 불공에 의한 밀교의 정토수행을 주석한 것으로 고려시대 유행한 정토의 밀교수행에 영향을 주었다. 고려불교는 요와 원, 티벳을 아우루는 복잡한 외교관계를 극복하고 동아시아 불교의 판도를 유연성 있게 주재하였다.
고려시대 준제진언과 관련해 고려 외의 문헌으로는 <현밀원통성불심요집>을 들 수 있고, 고려 내의 저작으로는 <범서총지집>이 있다. 김수연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범서총지집>은 7종 이상의 판본이 있으며 모두 고려시대 조성된 비로자나불상의 복장 가운데 발견되었다. 특히 해인사본 <범서총지집>은 각각 1156년과 1166년 고려 의종 연간에 조성되었으며, 민영규가 기증한 연세대 소장 <범서총지집>은 고종 5년(1218)에 간행된 것으로 서문에 <연밀초>와 준제진언을 언급한 <현밀원통성불심요집>의 인용이 보인다. 진언의 수집은 신라시대 이미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진성여왕 9년(895)의 「백성산사전대길상탑중납법침기」에는 탑 안에 <진언집록> 2권 등을 봉안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그 형식과 원류는 방산석경 가운데 행림이 집록한 <석교최상승비밀장다라니집>과 유사한데 양 저술의 연대 차이는 불과 3년을 넘지 않아 신라밀교와 당 밀교의 교류가 긴밀했던 중요한 흔적이라 볼 수 있다. 불가사의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선무외, 금강지와 불공, 지바가라에 의한 준제진언류 다라니경의 역경이 존재해 준제진언을 준제보살 중심의 별존행법을 넘어 양부 수법으로서 중요한 출세간 선정으로 활용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현밀원통성불심요집>의 진언이 <범서총지집>에 수용된 것은 준제진언의 한국불교로의 진정한 토착화의 계기라고 할 수 있기에 그 가치를 진중히 인식해야 한다. 또한 <범서총지집>의 서문에는, 다라니의 수승함과 다라니에 대해 선정장(禪定藏)으로 활용할 것을 언급하고 있는데, 선정장으로서 다라니를 수용한 풍도는 신라시대 불가사의의 <대비로자나경공양차제법소>에서도 동일하게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준제진언 정진을 다룬 별본을 조성하고 부제로 현밀쌍행(顯密雙行)이라 이름하였으나 현대 후손들이 연구가 부족해 그 뜻을 알지 못한다. 근현대 용성의 육자대명왕진언 염송과 성철의 아비라기도는 멀리 신라와 고려로부터 전해진 선밀겸수의 명백한 전승으로 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한국불교의 정체성으로서 화엄, 천태, 정토, 밀교, 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밀교가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을 현대 불자들은 새로이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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