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의 연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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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5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8-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처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8-01 15:55 조회 1,521회본문
“무엇을 연기의 처음이라고 하는가. 이는 이것이 있으므로 해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김으로 해서 저것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무명(無明)은 행(行)의 연(緣)이 되고, 행은 식(識)의 연이 되고, 식은 명색(名色)의 연이 되고, 명색은 6처(處)의 연이 되고, 6처는 촉(觸)의 연이 되고, 촉은 수(受)의 연이 되고, 수는 애(愛)의 연이 되고, 애는 취(取)의 연이 되고, 취는 유(有)의 연이 되고, 유는 생(生)의 연이 되고, 생(生)은 노사(老死)의 연이 되어서, 걱정·한탄ㆍ괴로움ㆍ근심ㆍ번뇌를 일으키는 것이다.” 『연기경(緣起經)』
최근 들어 여름마다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하고 제방의 둑이 무너지고 반지하에 살던 가족들이 죽고,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기고 지하차도에서 달리던 차 안에서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는 무엇입니까? 지구 평균온도가 1.1도 올라서 기후가 변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구 온난화라고도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뭄과 홍수, 산불 등 각종 자연재해로 수많은 사람들과 생명들이 죽음을 당하고 있으므로 기후위기라고 합니다.
지나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온실가스가 증가했고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일어났고 기후가 올라가면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가뭄,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가 늘어서 기후위기를 가져왔고 기후위기는 생물다양성의 파괴로 인한 생물대멸종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치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사라지므로 저것이 사라진다.”는 12연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12연기도 순관과 역관이 있듯이 기후위기도 원인을 거슬러 역으로 하나씩 원인을 제거해 보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왜 화석연료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화석연료 덕분에 우리는 산에 나무를 베지 않고도 난방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풍부한 에너지 덕분에 물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는 풍요를 누리며 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대량 채굴을 해야 하는데 석유나 석탄 그리고 모든 광물들을 채굴할 때 엄청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일어납니다. 또한 대량생산과 개량 소비 뒤에는 언제나 대량 폐기라는 문제가 발생하고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과정에서 또한 많은 환경오염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과 바람과 같은 자연에너지로 전환하는 것과 동시에 자본주의 경제체제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려면 소비자인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깨어있는 소비자가 되어야 합니다. 깨어있는 소비란 물건을 살 때 유행이나 과시욕에 따라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물건인지 잘 생각해 보고 꼭 필요할 때에 구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이 적은 것으로 지역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농업에도 비료, 농약과 같은 화석연료가 들어가지 않은 유기농 농산물을 제철에 구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비뿐만 아니라 버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수행의 핵심은 깨어있는 것입니다. 버릴 때에도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다시 쓸 수 있는지, 고쳐 쓸 수 있는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눌 수 있는지 살펴보아서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다시 쓰고, 고쳐 쓰고, 부득이 버리게 될 경우에는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해서 재활용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보시바라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보시바라밀은 보살의 6바라밀 중 첫 번째로써 나누고 베푸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나라고 할 만한 실체가 없으므로 ’무아‘라고 하셨고 ’무아‘이므로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무소유라 함은 나와 내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필요에 의해 소비하고 소유에 집착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내 것을 집착하지 않고 함께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요즘 자본주의 경제체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물질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공유경제와 매우 밀접한 생활양식입니다. 공유경제가 확산되면 물질소비를 줄일 수 있고 빈부격차로 오는 사회적 갈등과 빈곤의 문제도 극복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의 행위는 결과를 낳는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의 기후위기가 산업화 이후 대량생산 대량폐기의 결과로 빚어진 일이기에 이제부터는 그 반대로 살아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막을 골든타임을 이렇게 흘려보내서는 안 됩니다. 소비를 줄이고 자연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에게 기후위기대응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도록 요구하고 기업이 탄소감축과 기술혁신에 투자하도록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일찍이 보여주셨고 지금까지 승가공동체에 살아있는 소욕지족의 가르침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성장주의 경제에서 순환경제·공유경제로 전환한다면 지금의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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