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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면 복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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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4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7-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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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남혜 필자소속 - 필자호칭 정사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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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7-11 13:29 조회 1,56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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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남혜 정사의 위드다르마 (1회)

참으면 복이 올까요?

인터넷을 검색하다 “참으면 복이 와요!”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이 있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여 들어가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우리 모두의 삶이겠지요. 참아야 합니다. 한번에서 열 번을 세며 백번을 참고도 끝끝내 참아내야 할 것입니다. 참아야만 살아서 복을 받게 됩니다. 세상에 하고 싶은 것은 바다같이 넘치고 모래알처럼 많습니다. 그렇대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참지 않고는 살아 버틸 수가 없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도 다 말 할 수 없고, 화내고 싶은 대로 화끈하게 다 화 낼 수 없습니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와 온 세상이 회색으로 뒤덮이어도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참아야 합니다. 참고 참아서 다시는 무엇도 되찾아지지 않을 진정, 달콤한 어제의 추억도 흐려지고 푸르른 꿈이 설레는 내일의 희망도 모두 사라질망정, 오늘 우리는 참아야 합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지만, 웃기까지는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참기만 하면, 혹은 참기만 해도 복은 올 것입니다.’ 이다. 


이글의 핵심은 참기만 해도 복이 온다는 것이다. 슬프고, 힘들고, 화가 나도 참기만 하면 복이 온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흑백논리처럼 보인다. 참으면 복이 오고, 참지 않으면 복이 오지 않을까? 정말로 참으면 복이 올까요? 내 생각은 ‘아니요!’이다.


우리가 위의 글에서 정말 알아야할 핵심은 참기만 해도 복이 온다는 것이 아니라, 슬프고, 힘들고, 화가 났다는 사실이고, 위의 글쓴이는 슬프고, 힘들고, 화가 나지만 참으면 복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화를 참는다는 것은 화가 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언제든지 화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를 참고 참다보면 언젠가는 넘치게 될 것이고, 화산처럼 폭발하게 될 것이다. 항아리에 물을 부으면 언젠가는 넘치듯이, 참는 것이 궁극에 이르게 되면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나오게 된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 중에 화를 참는 것이 인욕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욕이라는 것은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화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을 인욕이라고 한다. 그리고 화를 참을 때 행복이 오는 것이 아니라 화가 일어나지 않는 마음일 때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화가 나는 이유는 ‘나’라는 이기적인 존재를 인식하고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교에서 인욕수행이란 ‘나’라는 이기적인 집합체를 해산시켜, 내가 있다. 내 것이다. 내 생각이다. 라고 하는 개념들을 깨뜨리는 것이다. 내가 있다는 어리석음과 욕망과 아집은 '나'라는 집합체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어 나중에는 그것을 깨뜨리려고 하여도 아주 힘들게 되고, 결국 그것을 깨뜨리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가 인욕수행을 하는 이유는 미움과 화, 분노를 참아서 화를 더욱 더 키우는 것이 아니라, 미움과 화, 분노가 일어나지 않게 그것을 나에게서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인욕수행의 목적은 ‘나‘라는 집합체에 미움과 화, 분노가 일어나지 않게 하여 베풀음과 나눔, 포용과 자애심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우리는 바지를 입을 때 허리끈을 맨다. 허리끈이 너무 느슨하면 바지가 흘러내릴 것이고, 허리끈을 너무 꽉 조이면 허리에 불편함을 느끼다 결국은 터져 끊어질 것이다. 하지만 허리끈이 허리에 잘 맞는다면 우리는 허리끈을 맨 사실조차 잊고 살 것이다. 허리끈을 맨 사실조차 잊고 산다는 것, 이를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중도이고, 인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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