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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불교의 여유가 느껴지는 에세이 〈슬프고 웃긴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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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86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5-05-08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강공 / 서적 에세이 서브카테고리 불교서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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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2 09:26 조회 3,2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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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불교의 여유가 느껴지는 에세이 〈슬프고 웃긴 사진관〉
수행자는 아침은 죽으로 먹고, 점심은 채소를 먹고, 또 오후에는 굶는다고 하자 수감자가 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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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남부에 있는 끄라비라는 곳을 갔었고, 거기서 가장 큰 절을 방문했었습니다. 절문을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체불명의 납작하고 커다란 그릇이었습니다. 그 그릇의 용도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웅전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대웅전 앞의 광경은 과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대웅전 앞에는 대리석 바닥의 휴식터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온 동네 떠돌이 개라는 개들은 다 모여서 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절이 아니라 개들 쉼터 같은 곳이 었습니다.

입구에서 봤던 그 납작한 그릇은 몇 마린지 셀 수도 없이 많은 떠돌이 개들을 위한 밥그릇이었던 것입니다. 또 법당 안은 고양이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콕에 있는 ‘왓 포’라는 관광지화 된 절에는 개들 뿐 아니라 그 지역 노숙자들까지 몰려와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그들을 꺼리거나 귀찮아하지 않았으며 그들 또한 자기 집처럼 그곳을 편하게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태국 절은 부처님을 위한 엄숙한

공간이 아니라 산부처들을 위한 자비의 공간이었습니다.

영국인이지만 태국 사찰로 출가해 30여년 수행승으로 살아온 아잔 브람 스님의 저서〈슬프고 웃긴 사진관〉에는 끄라비에서 보았던 태국 불교의 모습이 읽혀졌습니다. 중생에 대한 자비심 이 느껴졌으며, 유머와 여유가 느껴지는 불교, 친절한 불교, 생활과 밀접한 불교, 탈권위적인 불교의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성남 물소 놓아주기〉 등 베스트셀러를 많이 쓴 아잔 브람스님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했지만 인생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어 대학을 졸업 후 태국의 고승인 아잔 차스님 문하로 출가해 30여년 수행했으며, 지금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퍼스에 있는 명상센터에서 불교 명상법을 전하고 있습니다.

〈슬프고 웃긴 사진관〉은 아잔 브람이 2013년 초에 방한해서 한 법문을 엮은 에세이로 서른 여덟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님의 법문은 시종일관 재미있고 간결합니다. 유쾌한 위트 속에서 삶의 지혜와 감동을 전합니다.

사실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자신이 그곳에 있고 싶지 않다면 모두 감옥인 셈입니다. 어디에 있든 자기 자신이 늘 자유로워야 합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결혼 상태에 머물고 싶지 않다면, 그 결혼은 감옥입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면 그 사무실도 감옥이 됩니다. 지금 여러분이 이곳에 앉아 있는데. 여기 있기 싫다면 이곳 또한 감옥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드는 수많은 감옥들로부터 어떻게 탈출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남편을 바꿀 필요도 없고 직업을 바꿀 필요도 없고, 이 자리를 떠날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그 태도만 바꾸면 되는 것입니다. (p37)

위에서 인용한 말씀을 하시기 전에 스님은 퍼스에 있는 교도소를 방문해서 수감자와 대화를 나눴던 에피소드를 얘기했습니다.

수행자는 아침은 죽으로 먹고, 점심은 채소를 먹고, 또 오후에는 굶는다고 하자 수감자가 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면서 오히려 스님을 안타깝게 여겼다는 수감자 얘기를 한 후 수행자와 수감자의 차이를 설명하고, 이런 결론을 이끌어냈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법문은 이런 식으로 에피소드와 삶의 깨달음이 짝을 이루었습니다. 그 깨달음이라는 것도 대체로 태국 절에서 내가 느꼈던 것처럼 자비심이 기반이 된 여유와 유머였습니다. 경직된 우리 사회에서는 정말 어울리는 조언이었습니다.

(아잔 브람/김영사/1 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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