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소식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문학적 향기 가득한 토 굴 생찰 의 기 족 <사벽 의 다화>

페이지 정보

호수 180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4-11-07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설법 / 서적 에세이 서브카테고리 불교서적 에세이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3 12:19 조회 1,708회

본문

문학적 향기 가득한 토 굴 생찰 의 기 족 <사벽 의 다화>

42a2299294b0a490cea24a7c18171b78_1527045531_433.jpg
「선방일기」의 저자, 지허스님의 가슴 울리는 토굴일기


수좌들의 수행공간으로는, 대중처소인 선방과 개인적 수행처인 토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행공간은 스님들만의 전유물이기에 일반 대중에겐 호기심의 장소기도 합니다. 스님들은 그곳에서 어떻게 생활하느 어떻게 수행할까, 하고 늘 궁금했었는데 지허스님어라고 1960년대를 살았던 한 스님이 이러한 궁금증에 답해주었습니다.《선방일기〉를 통해 선방에서의 대중생활을 보여주었던 지허스님은 이번에는 〈사벽의 대화〉라는 책을 통해서 토굴생활을 경험케 했습니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사벽의 대화〉는〈선방일기〉의 인기에 힘입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선방일기〉출간 이후 사람들은 지허스님에 대해 궁금해 했고, 그의 다른 저서를 찾아 두리번거렸으며, 그런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사벽의 대화〉인데, 1968년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에 연재됐다가 김광식 교수의 제안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됐습니다.

〈사벽의 대화〉는〈선방일기〉이전에 쓴 책으로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 위치한 정암사에서 20여 리 떨어진 ‘심적’ 이라는 토굴에서 1962년 봄부터 1963년 봄까지 1년간의 토굴생활 기록입니다. 지허 스님은 이 토굴에서 ‘유야무야'라는 화두를 잡은 채, 범어사 출신의 석우스님과 함께 수행했는데 그 경험을 쓴 책입니다.

선방생활은 스님들이 여러 대중과 더불어 수행을 일구어 가는 공간인데 반해 토굴생활은 혼자 아니면 마음 맞는 도반과 생활하기에 자칫 나태와 권태에 빠지기 쉬운데 두 스님은 시계추처럼 정확하고 엄격하게 일상을 통제했습니다. 도토리를 주워와 삶아먹고, 나물이 나는 철이면 산나물을 뜯어 반찬을 하면서 소박한 식사를 했고, 땔나무는 하루에 두 번 한 짐씩 했고, 식사 후엔 도토리를 깠습니다. 그리고 해가 지면 잠들었습니다.

조반이 끝나자 꿀밤 솥에 불을 지펴 놓고 나무하러 갔다. 생목벌채는 금하고 고사목만 채취하는 게 불문율로 돼 있어서 한낮이 돼서야 겨우 한 짐 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꿀밤 솥에 물을 갈고 불을 지펴 두고 또 나무하러 갔다. 나뭇길에서 돌아오니 석양이 우리들의 토굴을 황금색으로 물들여 주고 있다.(83p)

우리는 점심을 놓고 마주 앉았다. 찧은 꿀밤(도토리의 경상도 사투리)가루가 주식이고 날무에 소금이 부식이었다. 나는 시장했던 터라 맛도 모른 채 한 발우 가득 먹었다. 잠시 후 오공은 끝났다. 발우는 깨끗이 치워졌다. 꿀밤도, 무도, 소금도, 발우에 담겼던 모든 식물은 모두 흔적도 없어졌다. 일단 발우에 담긴 음식물은 철저히 없애는 게 승가의 식사규풍이다. (32p)

원시인의 혈거와 같은 움막에서 생활하고, 우연히 시장에서 맡았던 된장냄새가 사치일 정도로 가난한 생활이지만 두 수행자는 육체적 욕구를 최소한으로 충족시키면서 정신을 개발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일부작이면 일일부식’ 이라는 백장 회해선사의 말씀처럼 노동과 수행을 병행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문학적 향취였습니다. 구도자의 신분을 떠나서 인적 없는 산속에서 산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인데 이 경험을 문학소년 같은 감수성을 갖고 표현했는데 엄격하고 단조로운 수행생활에 윤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습니다.

(도피안사/2010/11,900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