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이 된 목련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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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80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6-07-01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나도 한마디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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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31 08:07 조회 2,713회본문
호박꽃이 된 목련꽃
15년 전 장미가 화려하게 핀 오월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큰 아이가 5살 되던 해였다. 다음해 봄날 앞집 연립 담 장너머에 하얀 목련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날씨가 따뜻해서 아이의 손을 잡고 잠시 외줄을 하면서 난 큰 아이에게 “저 꽃이 무슨 꽃인 줄 아니?”하고 물었다.
아이는 “네”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 하여 내심 기특한 마음까지 생겼다. 그러면 “무슨 꽃이지?”하고 물었더니 큰아이가 대답하기를 “호박꽃이요” 뜻밖의 대답에 나는 황당했다. “왜 호박꽃이야?”라고 다시 물었다. 아이는 “지난 번에 호박꽃이 피었잖아요”하는 것이다. 그랬다. 지난 가을에 분명 목련 나무에는 호박꽃이 피었고, 호박이 주렁 주렁 달렸다.
우리가 지난 봄 이쪽으로 이사 올 때는 목련꽃이 이미 지고 잎만 무성한 목련나무를 보았고 앞집 아주머니가 나무 밑에 호박을 심어 놓은 것을 몰랐기에 나무에 달린 호박을 보았다.
어찌 보면 큰 아이의 대답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과 무심한 줄만 알 았던 아이의 관찰력에 기특함을 느꼈다. 아이에게 대충 목련꽃임을 그리고 호박을 심어 호박넝쿨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호박이 열렸음을 설명해 주었다.
어린 아이들이란 그냥 보고 느낀 것이 전부인 것 같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기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더 순수하고 상상력과 관찰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목련꽃도 호박꽃으로 변할 수 있음을 어른들은 알 수 있을까?
〈최해선/총지종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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