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시대 불법홍포를 위한 삼국불교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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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9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12-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한중일불교우호교류학술대회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칼럼니스트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12-14 15:34 조회 1,159회본문
1. 불교의 역사적 특징
많은 불교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불교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성격의 종교였다고 합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성격을 들고 있는데 먼저 차별적인 모든 제도의 타파이고, 두 번째는 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입니다. 먼저 차별적 제도의 대표적인 것이 신분제도로 이 제도는 인류 문명의 초창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불교는 2500년 전에 신분제도의 타파를 주장하였습니다. 그것이 비록 제도적 차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승단 내에서는 신분적 차별은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신분적 차별에 대한 부정은 다른 종교에서도 보이지만 여성에게 종교적 지도자의 자격을 부여하는 파격은 불교가 유일합니다.
두 번째는 어쩌면 불교를 다른 종교와 구분짓는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름아닌 무신론적 입장입니다. 우리의 외부에 신을 설정하게 되면 인간은 그 신의 종속적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불교는 외부이 길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으로 향하는 길을 개척하여 왔습니다. 외부에 절대신을 두지않는다는 것은 어떤 권위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 인간의 주체적 의지를 중시한다는 점, 무엇보다도 현실을 중시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2. 동아시아 불교의 종합적 성격
한중일 세 나라가 속해있는 동아시아는 아시아의 다른 지역과 비교한다면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이질적인 두 문명이 불교를 매개로 융합한 것입니다. 인도에서 불교가 전래되었을 때 중국인들은 먼저 방대한 경전을 번역하였습니다. 이 변역활동은 인류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활동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단 중국의 사상으로 불교를 이해하는 방법을 취했습니다.
이를 격의불교(格義佛敎)라고 하고 다음 단계는 경전의 내용을 수미일관하게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상판석(敎相判釋)이란 경전이해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그리고 불교가 중국이라는 토양에 완전히 뿌리를 내린 후 중국화된 불교로 선종(禪宗)이 등장한 것이죠. 중국에서 성립한 이 새로운 불교는 동아시아의 여러나라들에 전파되어 동아시아 문명권을 다른 문명권과 구분짓는 특징이 되었습니다.
3. 불교의 보편성
본래 불교는 다른 종교처럼 정복과 동반하여 전파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동아시아 불교는 매우 개방적인 성격의 종교였습니다. 한편으로 여기에는 그리스 문명과 인도문명, 그리고 중국문명의 내용이 종합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문명의 특징의 하나는 신상(神像)조각인데 인간 신체의 이상적인 특징을 신상조각에 반영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불교에는 인도와 중국과 그리스 문명의 내용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근대사회가 성립하는 동력으로 최근에는 과학혁명을 들고 있습니다. 특히 20세기 이후 과학의 발전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 인문학과 사회과학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이 말하는 내용은 기존의 서구사상으로는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 현대 과학이 발견한 내용과 유사한 것이 불교에서 담겨있다는 것이 알려집니다. 이로써 불교는 근대 이후의 서양의 과학혁명의 내용까지 담겨집니다. 불교는 어쩌면 현존하는 모든 종교와 사상 체계중 가장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미래 사회의 기후 위기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처방안을 제시한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빅뱅 이론이 근대의 개인을 전제로 한 계몽주의적 세계관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즉 개별적 존재를 전제하고 그 존재와 존재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존재와 관계를 선후(先後)의 개념으로 보는 세계관을 넘어서는 관점을 제공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빅뱅은 이 우주가 탄생하는 처음부터 관계(關係)가 본질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계의 실상을 관계론적 관점으로 설명하는 종교는 불교가 유일합니다. 관계론적 세계관을 불교적 용어로 치환하면 연기론(緣起論)적 세계관이 됩니다. 모든 사물이 중중무진(重重無盡)의 관계로 서로 얽혀있다는 불교의 주장은 어쩌면 과학이 말하고 있는 것보다 더 세계를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진화론에서 말하는 공진화(共進化)도 연기(緣起)라는 용어로 수렴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과학이 말하는 관계론적 세계관의 오래된 버전이 바로 불교의 연기론(緣起論)은 아닐까요?
4. 현대사회에서의 한중일 불교의 역할
근대이전에 불교가 이슬람의 침략으로 인도에서 소멸하였다면 근대이후에는 서구 제국주의 침략으로 위축되어왔습니다. 세계종교라고 불리는 종교 중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정복 전쟁을 통해 교세를 확대한 특징이 있다면 불교는 오히려 침략을 통해 그 교세가 위축된 종교입니다. 특히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이 가지고 있던 문화적 공통성은 파괴되었습니다. 이러한 동아시아 삼국의 이질화(異質化)를 극복하고 공존 공생의 관계를 회복할 매개물로 불교를 떠올리게 됩니다. 불교는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관계를 이루기위해서 정치에 개입할 필요도 없고 교리적 측면에서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치적 갈등을 비켜서서 문화적 종교적 교류를 통해 평화적 해결의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불교가 지닌 인간 중심이 아닌 뭇 생명을 아우르는 생명 존중의 사상, 종교를 이유로 전쟁을 벌이지 않은 거의 유일한 종교, 청빈(淸貧) 내지 무소유와 같은 욕망 절제의 가르침과 이를 바탕으로 한 환경오염의 극복, 그리고 명상과 같은 특징들은 현대사회에서 불교의 역할을 기대하는 근거입니다. 이러한 불교를 공통분모로 하는 동아시아 삼국은 중국과 한국과 일본을 잇는 동아시아의 불교루트를 복원하여 평화적인 토대를 만들어 내야만 합니다.
불교는 근본적으로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입니다. 모든 생명에게 적용되는 불해(不害, ahimsa)의 가르침을 담고 있으며 공생(共生)의 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와 남이 별개로 나뉘지 않는다는 불이(不二)의 세계관, 연기론적 세계관을 내세웁니다. 자(慈)는 연대(連帶)의 의미를, 비(悲)는 공감의 의미를 말합니다. 불교는 동아시아라는 지역 내의 갈등해소에 기여하고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들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기후 위기는 결국 인간의 소비를 줄이는 것에서 출발하여야만 합니다. 채식은 생명존중의 의미를 일상에서 드러내는 행위이고 잔혹한 공장식 축산을 줄이고 마침내는 없앨 수 있는 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현대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그 답을 불교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가 주도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고 보다 평화적이고 지속적인 방법을 찾던 사람들이 불교에서 그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불교의 역할이 불교의 내부에서 먼저 발현되었다기 보다는 세계인들이 현재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넘어설 대안을 모색하다가 불교를 만났다는 것입니다. 비록 수동적이지만 이러한 흐름은 특히 한중일 불교도들에게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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