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의식은 부처님의 체험을 상징 통해서 행자가 따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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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8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11-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함께 읽는 종조법설집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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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11-02 14:09 조회 1,303회본문
제1장 교상(敎相)과 사상(事相) 편(篇)
제1절 밀교(密敎)란 무엇인가
3. 밀교의식(密敎儀式)
밀교란 의식을 주(主)로 한다. 의식이란 특정(特定)한 시기(時期)에 다른 질서(秩序)가 지배(支配)하는 그것이 의식이요 제전(祭典)이다. 또 특정한 장소가 일반의 장소와 구별되는 것도 종교의 특색(特色)이다. 예를 들면 도량(道場), 불단(佛壇) 등과 용구(用具), 언어(言語), 행동(行動) 등이 구별(區別)되어 일상생활과 달라서 시간(時間), 공간(空間), 물체(物體), 동작(動作), 언어 등이 성(聖)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상대(相對)하여 일상생활을 세속적(世俗的)이라고 하고 순불교적인 생활을 출세간적(出世間的)이라고 한다.
종교는 어떠한 것을 막론(莫論)하고 비밀적(秘密的)인 부분이 있다. 수행의 깊이에 따라 그 비법을 수습(修習) 또는 체득(體得)하는 것이 본령(本領)으로 되어 있다. 여타(餘他)의 종교보다 불교에서 비법이 많고 그 대표적(代表的)인 것이 밀교라고 하겠다.
불교를 대별(大別)하여 소승, 대승, 밀교의 셋을 들 수 있고 석가모니불의 교설(敎說)에서부터 시대에 따라 점차(漸次) 박달하여 왔다고 하는 설도 있으나 실은 불타자신(佛陀自身)의 교설중에는 이 모든 것이 최초(最初)부터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만 제자들이 그 가운데서 부분별(部分別)로 중점(重點)을 두어서 전해 왔음으로 어떠한 계통(系統)은 소승(小乘), 어떠한 계통은 대승(大乘), 어떠한 계통은 밀교(密敎)라는 등 상이(相異)한 경향(傾向)이 평행(平行)하여 발전(發展)해 온 것이다. 그러므로 소승경전(小乘經典)이라고 하는 아함경(阿含經)이나 파알리어성전(聖典)중에도 대승 내지 밀교적 요소(要素)가 포함(包含)되어 있는 것도 그러한 일례(一例)가 될 것이다.
註 - 1. 밀교의식에 대하여 부연(敷衍)해 둔다. 밀교의 본질을 요약하면 첫째,「심비성(深秘性)」을 들 수 있다. 언어(言語)나 논리(論理)로서는 최고아(最高我), 우주전체상(宇宙全體相) 등의 진실(眞實)을 표현하기 매우 어렵다. 실재(實在) 진실(眞實)은 그러한 실재성(實在性)을 초월한 곳에 있다. 그러므로 밀교의 본질(本質)의 제일은 심비성(深秘性)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심비(深秘)한 것이 그대로 공개(公開)되지 않고 방치(放置)된다면 그것은 「심비(深秘)」「밀(密)」이라 할 수 있어도「교(敎)」라고는 할 수 없다. 여래(如來)의 자내증(自內證) 그 심비한 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일상적(日常的), 논리적(論理的), 공개적(公開的)일 수는 없다.
일상적, 논리적, 공개적이 아닌 표현수단이 있다고 하면 무언(無言)의 표현(表現) 또는 상징적(象徵的) 방법(方法)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무언의 표현」은 표현이 아니다. 대부분(大部分)의 대승불교 경전은 이것으로서 그 진실성(眞實性)을 표현하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유마경(維摩經)」에 있어서의 ‘유마(維摩)의 일묵(一墨)’ 같은 이러한 것을 초월(超越)하려는 것이 밀교 제2의 과제(課題-밀교적 표현, 상징적 표현)인 것이다. 현교(顯敎)에서는「인분가설(因分可說) 과분불가설(果分不可說) - 인간의 원인(原因) 수행(修行)의 단계는 설할 수 있어도 불(佛)의 결과(結果), 깨침의 단계는 설 할 수가 없다.」로서 그치고 있다. 그러나 밀교에서는 불가설(不可說)한「과분(果分)」을 기어이「가설(可說)」로 성취(成就)시켰다. 그것이 상징적 표현 수단이며 제2의 밀교의 본질이다. 이것은 세 가지로 대별(大別)된다.
1. 신체(身體)에 의한 상징(象徵)인 신밀(身密) 2.입에 의한 상징인 구밀(口密) 3.마음에 의한 상징인 의밀(意密) 이 세 가지의 상징인 삼밀(三密)은 전신적(全身的) 상징이 밀교 제2의 특질이며 실질적(實質的) 내용(內容)이 된다. 즉 심비성, 공개성이란 두 가지의 상반(相反)된 성질이 밀교 속에는 있다. 또 하나의 본질은 제3의 특질인 의례(儀禮)이다. 이와 같이 표현된 불의 세계를 관망(觀望)하는 것만으로는 인간구제(人間救濟)에는 아무런 뜻이 없는 것이다. 표현된 상징을 해독(解讀)하여 역(逆)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자신(自身)에게 재기(再起)시키는 것, 환언(換言)하면 상징으로 표현된 불(佛)의 체험(體驗)을 상징을 통하여 행자(行者)가 추체험(追體驗)하는 것이다. 이 해독(解讀)의 규칙(規則)이 과학적(科學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整理)되어 있다. 이것이 밀교 실천규정(實踐規定)인 의궤(儀軌)이며 구전(口傳)과 더불어 방대(尨大)한 내용(內容)으로 되어 있다. 의궤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다음에 미루기로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가장 높고 바르고 원만한 지혜를 완성한 직후 사자후를 설하셨다. “이제 어둠의 세계는 타파되었다. 내 이제 다시는 고통의 수레에 말려들어 가지 않으리. 이것을 고뇌의 최후라 선언하며 이제 여래의 세계를 선포하노라.” 하지만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시기도 했다. 오욕의 파도에 휩쓸려 있는 중생들이 당신이 깨친, 욕망 세계의 거센 물결을 거스르는 진리를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곧, 한량없는 겁 동안 중생을 이롭게 하고 보리를 구하고자 했던 본래 서원을 떠올리고, 부처의 눈으로 중생을 관찰해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낸 부처님께서는 감로의 법을 열리라 선언하셨다. 깨달음의 기쁨과 환희를 누렸던 49일은 삼계에서 헤매는 중생들의 고통을 가슴 깊이 느끼며 당신께서 깨달은 진리를 어떻게 하면 올바로 전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정리한 시간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논리로 깨달음의 경지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성제, 팔정도, 삼법인, 12연기 등의 교리로 체계화되었더라도 스스로 깨달아야만 알 수 있는 자내증의 경지를 완벽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마음을 직시해야 청정한 본성을 볼 수 있고 번뇌와 욕심의 불길을 잠재워야 열반에 다다를 수 있으니 스스로 체험하지 않고는 언감생심 가닿을 수 없는 경지다.
교설만으로는 부처님의 경지에 닿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끝내 불자들이 의지할 것은 부처님의 말씀뿐이다. 그러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자 후학들은 교학 연구를 거듭했고 그 결과 초기불교, 대승불교, 밀교로 발전할 수 있었다. 초기불교, 대승불교, 밀교가 어디에서 툭 하고 불현 듯 나타난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팔만사천 교설에서 찾아낸 것이다.
교설에 대한 오해와 집착을 막기 위해 침묵을 내세우기도 하고 선종에서는 언어를 여읜 진실한 마음법을 찾기 위해 고함을 지르고 방망이를 휘두르거나 새로운 논리의 언어인 화두법문을 던지기도 했다. 밀교에서는 진언과 만다라와 수인 등 상징적인 표현수단으로 진리의 세계를 그렸다. 문자를 떠나 스스로 직접 체험하고자 하면서도 끊임없이 가장 적절한 언어와 논리를 찾은 셈이다. 진리를 구하는 마음 못지않게 그 진리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전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했던 것이다.
부처님의 지혜를 얻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마음을 밝히는 세 가지 지혜, 즉 문사수 수행이다. 들어서 얻는 지혜, 사유해서 갖추는 지혜, 그리고 닦음으로 완성되는 지혜이다. 경전을 공부하고 법문을 들어 바른 견해를 갖추고, 그것을 스스로 거듭 기억하고 되새기고 사유함으로써 부처님의 말씀을 나의 것으로 만들며, 선정을 닦고 자비보시의 공덕을 쌓아 해탈을 성취하는 것이다.
너무나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해탈의 경지를 범부중생은 도저히 깨칠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설하신 수많은 가르침을 공부하고 사유하고 닦아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부처님의 경지를 상상하여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밀교 의식이다. 거칠게 말하면 부처님의 몸과 말과 마음을 그대로 따라 하며 그 경지를 맛보고, 그 경험을 거듭 연습하여 체득해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신구의 삼밀 수행이다. 방대하고 과학적인 삼밀의궤 수행을 모두 실천할 수는 없다 해도 이 또한 초학자부터 단계별로 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으니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것이 순서일 터다.
앞으로 『종조법설집』을 통해 부처님께서 깨치신 세계를 몸과 언어와 마음으로 구현하는 밀교행자의 삼밀의궤 실천체계를 차근차근 배워보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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