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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십계(三世十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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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6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9-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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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칼럼니스트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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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9-09 14:19 조회 1,4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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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십계(三世十界)

진화는 상호작용으로 자연과 함께 변화하는 것

불교의 시·공간관은 현대 과학의 설명과 유사


역사는 인간의 삶을 다루는 대표적인 학문분야입니다. 제가 사는 농촌에서 몇몇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만들어 이런저런 책을 읽어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을 선택하여 두 차례 진행하였는데, 몇 가지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사피엔스>가 역사책이라는 저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사피엔스>를 많은 사람들이 역사책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중고등학교 때 배운 역사책과 편제와 내용이 너무 다른 것 같아서였을 겁니다.


근대 이전에는 역사가 남아있는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근대 이후로 넘어오면서 기록이 없는, 즉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인 선사(先史) 시대가 역사책에 담겨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근대 이후에는 사회과학이 발전하면서 역사학에 영향을 끼쳤다면 20세기 후반에는 과학, 그 중에서도 특히 생물학과 천체물리학의 발달이 역사학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탐구는 생명의 기원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우주의 기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빅 히스토리(Big History)라는 새로운 역사학의 분야가 등장한 것입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이 분야의 대표적인 저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사피엔스> 보다 앞서서 역사학에 새로운 자극을 준 책으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있습니다. <총, 균, 쇠>는 역사학자가 아닌 과학자가 쓴 대표적인 역사책이라고 합니다. 보통 <총, 균, 쇠>와 <사피엔스>를 함께 읽어보는 것이 많이 추천되고 있는데, 이는 과학이 역사와 같은 인문학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피엔스>는 현대 과학의 성취를 역사학이 받아들여서 구성한 책입니다. 어느 시대나 한 시대를 주도하고 지배하는 세계관이 있는데 21세기에는 과학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피엔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는 내용의 하나로 농업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말하는 부분이 아닐까합니다. 수렵채집단계에서 농업으로의 이행이 발전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면 수긍이 가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데 진화를 발전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생물학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으로 진화론을 꼽는데 이 진화론은 진화(進化)라는 말이 주는 느낌 때문에 발전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진화론을 이러한 발전 개념으로 받아들여 인간사회에 적용한 것이 사회진화론인데 특히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우생학과 연결되고 결국에는 인종청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논리로 악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진화론은 결코 발전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최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는 환경과 무관하게 어떤 생명이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쌍방이 나아가 자연 전체가 함께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화론에 의해 변화된 대표적인 것이 인종주의를 몰아낸 사실을 꼽습니다. 인종(人種, races)은 피부색을 기준으로 인간을 분류하는 방식인데,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인류의 피부색이 오늘날과 같이 나눠진 것은 이동하여 정착한 곳의 자연환경과 기후에 의해 적응하여 달라졌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변화는 겨우 몇 만 년 전에 일어난 사건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종으로 구분하고 피부색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잘못된 주장임을 생물학이 밝혀냈습니다. 


 <사피엔스>는 이처럼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과학의 내용을 적극 수용하여 성립한 역사책입니다. 특히 불교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비슷하게 인간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삼세십계(三世十界)의 준말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전후좌우 동서남북 상하의 공간을 합친 말로 불교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너무나 거대하여 허황되게 느껴졌던 불교의 시간관과 공간관이 현대 과학이 설명하는 시공간과 유사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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