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와 고통을 발효시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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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92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5-11-04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불교이야기/칼럼 서브카테고리 명사 칼럼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시행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전 신문인 김시행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18 05:48 조회 2,481회본문
쓰레기가 발효되면 거름이 되듯이, 번뇌와 고통도 잘만 소화시키면 나를 괴롭히는 무기가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칭찬할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를 꾸짖거나 비난할 때가 문제다. 가만히 귀 기울여 그의 말을 받아들이는가, 불쾌하게 생각하여 화를 내고 반발하는가.
하지만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 거기에 맞서서 화를 내는 순간, 우리 마음은 부글부글 끓는 화탕 지옥이 되고 만다. 상대방의 비난이 근거가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그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 자신의 마음을 지옥을 만드느냐 천국으로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상대가 아무리 비난하는 말을 쏟아 놓더라도 귀 기울여 그의 말을 귀감으로 삼을줄 안다면, 바로그 순간, 상대도 나도 한꺼번에 부처가 된다. 왜 그러 한가? 상대는 내 중생심을 꾸짖으니 필경 부처일 것이고, 나는 그것을 거울로 삼아 더는 중생심에 물들지 않을 테니 청정한 불심으로 돌아선 것이 된다.
고통이 닥치면 우선 피하려 드는 것이 인지상정 이다. 하지만 피하고 도망치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병을 부리 뽑지 않으면 재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닥치는 번뇌와 고통도 그 원인을 살펴 느부리째 봅아야 한다.
시련과 고난이 닥치면 대개는 그 원인을 밖에서 찾곤 한다. 남의 탓을하기 일쑤이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운명이나 팔자 탓을 한다. 그런 방법으로는 병의 원인을뿌리째 뽑을수가 없다.
세상 만물은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내게 와서 부딪히는 경계는 끝이 없다. 바깥에다 원 인을 돌린다면, 나에게 고통을 가져다 주는 것들의 부리를 어떻게 다 뽑을 수 있겠는가. 나뭇잎을 모조리 따낸다고 해도 잎은따낸 자리에서 또 솟아날 것이다. 그러니 부리를 뽑아야 하고, 부리를 뽑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내 마음에서 원인을 찾고 그것을 제거해야 한다.
내 마음이 바뀌어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이 뭐라고 말하든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변해야 한다. 번뇌와 고통은 나를 바른 길로 인도 하기 위한 길잡이요,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번뇌와 고통도 잘만 소화시키면 '나를 괴롭히는 무기가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사랑하는 마음엔 번뇌나고통이 설 자리가 없다. 번뇌와 고통은 사랑이라는, 자비라는 울타리 밖의 소식일 뿐이다.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는 나와 남이
따로 없다. 내 속에 그가 있고 그 속에 내가 있는데 부딪칠 일이 어디 있으며 마뜩치 않을 일이 무엇 이겠는가.
상대가 잘났든 못났든, 잘못이 있든 없든, 부자든 거지든 가리지 않고 그를 나와 똑같은 사람, 나와 분리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한다면, 내가 나를 사랑하듯이 주위는 온통 사랑으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대개는 자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나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고, 기껏해야 내 가족을 챙기는 정도다. 그것만을 부둥켜안고 놓지 않는다. 경계가 뚜렷하고 내가 쌓는 성이 견고할 수록 하는 일마다 번뇌가 쫓아오고, 부딪치는 대목마다에 고통이 따른다. 내 주변에 치는 담벼락이 곧 번뇌의 씨앗이요, 고통의 부리인 것이다.
모든 고통과 기쁨은 밖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싹트고 자라난다. 내가내 주위에 경계선을 긋고 그 이상은 용납하지 않으려 들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 담벼락은 누가 만들었는가? 내가 만든 것이다. 나라는 개체의 보존과 번성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경계선을 긋고 담을 쌓는 것이다.
행복은 그 경계선 안의 영토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너른 영토라도 언젠가는 빼앗긴다. 아무리 튼톤한 성이라도 언젠 가는 허물어진다. 내 영토의 크고 작음에 따르는 것도 아니고, 성 쌓기의 잘되고 못됨에 따라 결정 되는것도 아니다.
행복은 오히려 영토를 내주는 데에 있고, 내 성을 허물어 트려 경계선을 지우는 데에 있다. 그럼 으로써 내 마음의 영토는 오히려 더욱 더 넓어지고 기름지게 된다.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마련이지만, 그런 것에도흔들리지 않는 것이 더 큰 자존심이다. 상대의 언행을 나의 거울로 생각하고, 나를 공부시키는 좋은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그것에 감사할 줄 알고, 그럼으로써 그를 사랑하기까지에 이른다면, 그런 사람은 번뇌와 고통을 발효시켜서 자기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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