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화택의 비유가 현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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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9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12-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처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12-14 15:38 조회 1,137회본문
삼계화택의 비유가 현실이 되다
삼계화택의 비유가 현실이 되다
비유하면 어떤장자 크나큰집 가졌으나
그큰집은 오래되어 퇴락하고 낡았으며
집채마루 위태롭고 기둥뿌리 썩어들고
대들보는 기울어져 축대마저 무너지며
담과벽이 헐리우고 흙덩이가 떨어지고
지붕썩어 내려앉고 서까래도 부러지고
막혀버린 골목에는 오물만이 가득하며
그가운데 오백식구 오밀조밀 살고있네
(중략)
이와같이 낡은집이 한사람의 소유더니
그사람이 외출한지 얼마되지 아니하여
그런뒤에 그집에서 갑작스레 불이나서
사면응로 한꺼번에 맹렬하게 타오르니
대들보와 서까래와 많고많은 기둥들이
불길속에 튀는소리 벼락치듯 진동하고
꺽어지고 부러지고 담과벽이 무너지네
(중략)
바로이때 그집주인 대문밖에 서있는데
어떤이가 말하기를 당신여러 자식들이
장난질을 좋아하여 그집속에 갇혀있고
어린것들 소견없어 놀기에만 빠져있소
그장자는 이말듣고 불타는집 뛰어들어
방편으로 건져내어 불타죽게 안하려고
여러자식 타이르며 많은환난 설명하되
『묘법연화경』 2권 <비유품>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중생들이 번뇌의 불길에 쌓여있는 것을 곧 무너지고 위험한 불타는 집에 살면서도 놀이에 빠져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붙타는 집에서 나오지 않는 철없는 아이들에 비유한 <삼계화택>의 비유입니다. 다행이 아버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 장난감을 준다는 말로 유인하여 붙타는 집에서 나오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가열화로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가 불타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로 폭염과 폭우와 폭설과 가뭄과 홍수와 산불로 재난이 끊임이 없고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통받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새로운 지질대가 발생했고,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과도한 화석연료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와 생태계 파괴로 인해 기후시스템과 생물다양성이 파괴되고 붕괴에 직면해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 현재 기후변화 현상이 진행 중이고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최악의 상황을 회피할 여지는 남아있다"며 회원국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3년 3월 20일 내놓은 6차 종합보고서에서는 각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모두 실행하더라도 2040년 이전에 지구의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1.5도는 과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기후붕괴를 막을 수 있는 티핑포인트입니다. 이 보고서는 1.5도 제한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지만 세계 각국이 세운 감축 목표로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진단하면서,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성공할 때 비로소 불타는 집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즐거움, 경제성장이라는 즐거움,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즐거움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생태계는 파괴되었고 지구는 뜨거워져서 지구가열화에 이르렀습니다. 더 이상 그런 즐거움에 빠져 있다가는 대멸종이라는 파국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자연을 생산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것을 지금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자연을 인류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이자 우리를 살리는 생명의 원천이고 우리가 지켜야 할 삶의 터전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물질적인 부가 행복의 원천이고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므로 서로 돕고 사랑할 때 더 행복하고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서로 경쟁하고 대립하는 사회가 아니라 협력하고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산업경제시스템은 이제 그만 멈추어야합니다. 생태계 파괴를 통해 얻어지는 이윤추구를 멈추어야 합니다. 이미 개발한 것을 잘 유지하고 공유하고 순환하는 균형과 조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람들이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부처님의 연기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불교계가 앞장서야 합니다. 『법화경』에서 장자가 놀이에 빠져 불이 난 집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붙타는 집에서 구원한 것처럼, 불자들은 청빈하면서 서로 돕고 사랑하는 행복한 삶의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대멸종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지구생명공동체에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불교계가 기후위기 해결에 적극 나서 주실 것을 간절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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