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과 인간사에 근거한 사관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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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5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4-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박사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4-15 14:55 조회 34회본문
경전과 인간사에 근거한 사관 정립
Ⅳ. 원정사상의 계승과 과제
1. 밀교사관의 계승과 발전
종단의 역사 인식은 종지·종풍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고 종단의 다양한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원정의 밀교사관 계승은 원정이 후손에게 기대한 한국밀교의 발전 방향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원정이 설한 밀교의 역사관은 첫째, 종교관에 입각해 경전에 근거한 것과 둘째, 현실의 인간사에 근거한 사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원정의 불교사관은 불전에 근거한 사관과 현실의 불교사를 모두 수용하고 불교사 전체로부터 밀교사의 특수성을 구분하는 혜안을 지니고 있다.
인도불교사를 살펴보면 부파불교시대 이루어진 불전(佛傳)의 기록이나 대승경전의 경우 불전문학(佛典文學)으로서 역사적 사건이 아닌 비유가 존재한다. 종교문학을 역사적 잣대로 재단해 허구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법이다. 종교문학에 나타난 비유와 허구는 종교 전적으로서 특수한 가치를 지니며 종교의 의지처로서 중요시된다. 대승경전의 독송과 사경이 중요한 이유도 같은 기준에서 설명될 것이다.
밀교의 성립 과정에서 불교논리학의 존재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인도불교에서 디그나가(Dignāga, 480~540)에 의해 기초가 마련된 불교논리학은 삼장에 대해 불교경전 해석의 기준을 마련하고 불전이 지닌 문학성과 진리를 다루는 실재를 구분하여 요의(了義)·불요의(不了義)를 구분하고 경전 해석의 기준을 마련하였다. 만약 불교논리학의 체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불교는 성불을 위해 3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허구와 비유의 바다에 허덕이고 출가 이후 일생에 삼장을 섭렵하고 입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불교논리학으로 인해 삼장의 분석이 끝날 즈음 7세기 『대일경』이 출현하였으며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일경』의 태장계만다라의 부속원들은 방대한 대승경전의 사상과 불보살이 태장계만다라의 본존이 되어 종자·수인·불형으로 요약되었으며, 진언문(眞言門)의 수습은 간결한 진언유가에 의해 대승불교의 3겁 성불은 속질지도(速疾之道)로서 대전환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밀교의 성립 이후 인도불교는 방대한 삼장을 요약하고, 이후 수행체계를 체계화하고 정비하는 도차제(道次第) 문헌이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이 작업은 티베트불교에도 이어졌는데 도차제 문헌의 공통점은 어느 것이나 현밀쌍수(顯密雙修)의 기조를 지지하는 것이다. 인도불교의 밀교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교학은 교상판석에 의해 간결하게, 실천적 입장에서는 실용주의와 현실주의를 선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도·티베트불교의 도차제 문헌에서 드러나는 것은 현교와 밀교의 관계이다.
석가모니 붓다가 설한 삼학의 토대에서 보면 인도불교의 수행은 계학은 출가계와 보살계가 중심이 되고 혜학은 현교의 삼장과 인명이 근거가 되며, 정학은 지관의 유가와 밀교 수행으로 간추릴 수 있다. 불교사의 교훈은 인도·티베트의 도차제 문헌에서 현교의 지관수행을 마친 후 수습의 방편으로서 다음 밀교수행으로 나아간다고 가르친다.
원정은 소의전적으로서 『이취바라밀경』과 『현밀원통성불심요집』을 선택했다. 전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현교의 핵심적 사상과 보살도와 모든 사상을 간략히 요약한 것으로 밀교수행의 이론적 근간을 마련한 것으로 중요하다. 후자의 경우 불공삼장(不空三藏) 전적에서 근거한 것이 많다. 불공은 중국의 종파가 남긴 방대한 종교문헌을 종파별로 요약하여 많은 의궤류를 남겼는데, 이것은 인도불교에서 일어났던 간결·실용·현실주의의 노선을 적용한 것이다. 『현밀원통성불심요집』 저술의 의도는 동아시아불교에 유행한 종학에 대해 방대한 중국 문학의 바다를 탈피해 화엄·천태·선·정토의 교판을 통합한 간결한 수행도를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도불교와 동아시아에 일어났던 불교사는 밀교로 귀착되지만, 잘 알려진 대로 밀교 수행은 현교의 교학적 기초와 바라밀의 지관을 닦은 후에야 비로소 들 수 있는 관정의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것은 『진실섭경(眞實攝經)』에서 일체의성취보살(一切義成就菩薩)이 오상성신관(五相成身觀)의 통달보리심(通達菩提心) 수행에서 처음 마음을 주목해 관한 수행에서도 잘 드러난다.
세계 불교계는 인도불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반복하고 있으며 티베트불교를 주축으로 연기·반야·중관 중심의 교학과 본존관상의 실용적 밀교수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것은 인도불교의 현상이지만 원정이 예측한 미래불교의 향방이기도 하며, 생활불교 총지종의 모토로서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와 일치하는 것이다. 그것은 원정이 가르친 자주와 이원론, 실용주의적 생활불교와 출가주의의 탈피 등 다양한 이론에서도 발견된다.
대성사께서 소의전적으로 제시한 『이취바라밀경』과 『현밀원통성불심요집』은 총지종의 정체성을 가늠할 최고의 문헌이라 생각하고 싶다. 원정은 총지종의 판도를 인도 대승불교와 동아시아로 넓혔다. 양 전적에 제시된 원정의 혜안을 종단 발전의 절호의 단서로 생각해야 한다. 인도불교가 사라진 지금 인도불교 나란다대학의 계승자인 티베트불교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취바라밀경』이 발전해 티베트 역과 불공 역의 『이취경』이 되고 경궤가 출현했다. 티베트불교의 밀교종단과 협력하여 인도 나란다사에 기원을 둔 『이취경』에 근거한 관정과 만다라 의궤를 전수받고 재현할 수 있다.
불교의 한 종단이 새로운 밀교의 경궤와 성취법, 관정의궤를 전수받고 후손에 계승하는 것은 인도, 티베트, 몽골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모든 밀교종단과 학파가 유지했던 한결같으며 자연스러운 전통이다. 원정이 남긴 양 전적에 담긴 혜안을 후손들이 인식하고 총지종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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