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소식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소통(疏通)과 한의학

페이지 정보

호수 304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3-01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특별기고

페이지 정보

필자명 정은철 필자법명 - 필자소속 나무와 숲 한의원 필자호칭 원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3-10 14:39 조회 445회

본문

소통(疏通)과 한의학

딸아이는 배우 주지훈의 열렬한 팬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중증외상센터’에서 천재 외과 전문의 역을 맡아 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의사 주지훈에 대하여 찬사를 쏟아낸다. 그렇지만 주지훈에 대하여 많은 감정을 가지지 못한 의사인 아빠의 입장에서조차 그저 ‘쓸데없는’ 연예인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반대로 딸아이에게는 공부와 인생살이에 관한 아빠의 여러 가지 충고가 또한 불편한 잡음에 불과하기 쉬우리라. 

이처럼 같이 한집에 사는 가족 사이에도 세대 차, 그리고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감정의 교류와 소통은 다양한 편차를 지니게 된다. 자신이 가치를 두는 일들에만 몰두하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줄인다면 결국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도 소통은 단절되고 오해와 갈등이 증폭되는 관계로 변하게 될 것이다. 

특히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 가족, 친구, 회사 동료 등 가장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는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마음과 몸이 아프게 된다. 단지 소통 하지 않고 서로 말만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의 단절, 소통의 부재에서 상처를 받고 감정의 흐름이 꼬이고 엉켜서 마음과 몸에 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을 하나의 국가 사회로 비유하고 몸 내부에서의 소통의 부재로 생기는 질환들을 울(鬱)이라 칭한다. 자신의 마음이 상처받고 소통되지 못하면 우선 기운이 울체(鬱滯)되어 여러 가지 병리적 현상들이 발생한다. 머리 쪽으로 열이 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이 답답하며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마음의 상처에서 파생된 여러 질환들을 모아서 칠정상(七情傷)이라 이름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들을 마련해 왔다.

우리 몸 내부에서 진액의 흐름이 장애를 받거나 소통이 잘못되었을 때는 이를 담음(痰飮)이라고 부른다. 혈액의 흐름이 혈맥을 이탈하거나 정체되어 소통의 단절 상태가 되었을 때는 이를 어혈(瘀血)이라고 부른다. 음식을 잘못 먹고 소화기 내부에서 소통이 잘되지 못하였을 때 이를 체증(滯症)이라 부르고 그에서 파생되는 여러 질환에 대하여도 한의학에서는 다양한 치료법들을 구비하고 있다.

이처럼 한의학은 우리 몸 내부에서 정신과 기운, 진액과 혈액의 소통(순환이라고도 함)을 보배롭게 여기며 소통의 단절을 중대한 병리적 상태로 규정한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 내부에서의 소통과 사람 사이의 소통, 모두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소통의 단절과 그로 인한 결과 모두를 주요한 병인(病因)으로 파악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한의학은 진정한 ‘소통의 의학’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내 몸 안에서의 원활한 소통과 함께, 사회와 가족, 친구 사이에서의 대화와 소통, 정서의 교류가 원활하다면 사회는 그만큼 건강해질 것이고 개인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c043b7ba116ffa8cbc473e01c2e0c247_1741585157_7147.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