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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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9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6-03-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불교의 선정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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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3 11:26 조회 2,726회본문
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생활 중의 정념 4
일상에서 정념 수행을 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은 일상생활에서의 모든 기거 동작에 마음을 챙기는 것이지만 차를 마신다거 나 음악을 듣는다거나 그림을 감상하고 산책을 하면서도 정념 수행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무용 이나 축구 등과 같은 동작을 하면서도 마음챙김 을 할 수 있다. 차는 특히 불교와 관련이 많은데 맑은 차와 은 은한 향, 그리고 차를 우리는 우아한 동작 등이 불 교의 자성청정의 이미지와 많이 닮아 수행자들은 차를 즐겨 마신다.
‘끽다거(喫茶去; 차나 한 잔 하 게)’라는 유명한 화두를 남긴 당 나라의 조주(趙 州, 778~897) 선사는 차를 선(禪)의 경지로 끌어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시시콜콜한 질문에 “차나 한 잔 하게”라고 대꾸 했다는 일화는 유명한데 차를 마심으로서 머리가 맑아지고 차를 우려내는 과정을 통하여 마음을 차분하게 할 수 있으니 선가(禪家)에서 ‘차선일여 (茶禪一如)’니 ‘차선일미(茶禪一味)’니 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자성청정의 사상과 정려, 무아 의 정신이 ‘차선일미’에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가에서 뿐만 아니라 사대부 의 문인, 선비, 예술가들이 차를 즐기며 마음을 다 스렸던 흔적들이 책이나 그림 등을 통하여 많이 남아 있고 그 전통이 지금껏 전해 내려오고 있다.
커피나 다른 음료는 대부분 똑 같은 맛으로 한 잔만 마시고 나면 그것으로 끝나버리지만 차는 우려내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부터 차를 우려내 는 동안, 그리고 차의 향기를 맡으며 차를 맛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마음을 집중할 수 있고 차 분히 가라앉힐 수가 있다. 차는 혼자 즐겨도 좋지만 여럿이 함께 마셔도 좋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차를 권하면서 조용 히 대화를 나누는 것을 ‘차담’이라고 하는데 차의 장점은 다른 음료와 달리 여러 잔을 마셔도 몸에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물만 부으면 계속 마실 수 있으므로 대화가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효용들 때문에 차는 예로부터 수신양성 (修身養性)의 음료로서 불가에서 뿐만 아니라 일 반 지성인들도 즐겼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사람들이 너무 커피 등의 인스턴트 음료에만 치 중하는 것 같아 아쉬운 감이 든다. 음차(飮茶)는 정신수양에도 좋지만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일반 인들도 정념 수행의 전초 단계로서 특히 권하고 싶다.
여럿이서 마시는 것도 좋고 혼자서도 조용 히 차를 마시다 보면 어느 사이에 머리가 맑아지 고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다. 여유가 된다면 향도 하나쯤 피워 놓고 차를 우 려낼 준비를 하면서 마음을 차분히 하고 차가 우 러나오면 차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우려낸 차의 색깔을 즐기면서 천천히 차를 맛본다. 조용히 찻잔을 들어 올려 찻잔이 입술에 닿는 느낌과 함께 찻물이 혀와 입안에 닿는 느낌을 응 시하면서 목구멍을 지나 온 몸에 차의 좋은 기운 이 퍼져나가는 것을 천천히 느껴본다. 차를 통한 정념 수행은 짧은 시간 동안에도 많 은 좋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수행에 마음을 두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권하고 싶은 방 법이다. 향으로 머리를 맑게 정념 수행에는 향도 많은 도움이 된다.
불교에 서는 향공양은 거의 필수이지만 일상생활에서도 가끔은 향을 피워 놓고 냄새를 음미하면서 심신 을 안정시키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향은 방안의 나쁜 냄새를 제거하는 데에도 탁 월하지만 정신을 집중시키고 머리를 맑게 한다고 해서 불가에서 뿐만 아니라 유가에서도 많은 선 비들이 향을 즐겼다. 옛날에는 향나무를 깎아서 불에 태우는 단순한 방법만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종류의 선향들이 많이 나오고 또 아로마 향 같은 것들도 많이 보급 되어 다양한 향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의 향기를 담은 차의 오묘한 냄새는 알게 모 르게 우리의 심신을 정화한다. 마음이 산란할 때는 향을 피워놓고 반듯하게 꿇어 앉아 합장을 하거나 법계정인(法界定印)을 해본다. 이때 가부좌나 반가부좌도 상관없으며 편안하 고 반듯하게 앉는 것이 중요하다. 법계정인은 선 정인(禪定印)이라고도 하며 단전에다가 한 손을 펴고 다른 한 손도 편 채로 올려놓되 엄지의 끝은 마주 붙이는 방법인데 왼손이 위에 가든 오른 손 에 위에 가든 어느 방법이나 무관하다. 은은한 향 의 냄새를 음미하면서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으 면 극히 짧은 시간 동안에도 머리가 맑아지고 마 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머리를 많이 쓰고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 인들에게 향을 통한 심신의 안정은 매우 효과적 이다. 향을 선택할 때는 가급적 자연향을 선택하도록 하고 향을 피울 때는 환기에도 주의를 해서 너무 밀폐된 공간보다는 신선한 공기가 조금은 통하도 록 하는 것이 좋다. 향을 피우고 나서는 조용히 눈을 감고 향기를 음미하는 데에 집중한다. 이것을 ‘문향(聞香)’이 라고 한다. 향을 코로 냄새 맡는 것이 아니라 듣는 다고 표현하는 것은 온 몸의 감각을 동원하여 향 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눈을 감지 않더라도 가늘게 뜨고 향연기가 퍼 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좋은 향기가 온 세상에 두 루 퍼지기를 염원해 보는 것도 좋다. 이때 반드시 눈을 뜨지 않고 생각만으로 좋은 향기가 온 세상 에 두루 미친다고 상상해 본다.
향기가 미치는 모든 곳의 중생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염원하면서 향내를 맡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퍼진 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향을 올릴 때에 이러한 훈 향게(熏香偈)를 외운다. 願此香花雲 遍滿十方界 一一諸佛土 無量香 莊嚴 具足菩薩道 成就如來香 (원차향화운 변 만시방계 일일제불토 무량향장엄 구족보살도 성 취여래향) ‘원하오니 이 향의 꽃구름이 시방에 두루 퍼지 어 모든 불국토를 무량의 향으로 장엄하며 보살 도를 구족하여 성불하여 지기를’ 기원하는 의미 이다. 그리고는 ‘옴 달마다투 바누 가떼 사바하’라 는 진언을 외우는데 향기가 법계에 두루 퍼져나 가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향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향 한 개로도 우리의 마음 을 얼마든지 다스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향은 정념 수행에 아주 유용한 재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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