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해소, 선조의 지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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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99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6-06-01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불교문화산책 서브카테고리 서 하 보 살 의 불교문화산책페이지 정보
필자명 강지연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강지연 구성작가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3 13:24 조회 2,443회본문
부채, 그 속에 담긴 인연 대한민국부채예술대전 6월 29일~7월 5일 인사동 갤러리라메르 3층
연일 폭염주의보다. 5월이면 봄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하다. 올 여름은 9월 까지 길어져 몹시도 덥다고 한다. 요즘은 선풍기도 모자라 에어컨이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달래준다. 물론 실내에서만. 실외에서 활동할 때는 아직도 부 채가 사랑을 받는다. 성큼 다가온 여름. 부채의 매력 속에 빠져보자.
2011년 전통미술 대상작(김근식 선생)
부채는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으킨다는 뜻의 ‘부’자와 가는 대나무 또는 도구라는 뜻인 ‘채’자가 만나 만들어진 순수한 우리말이다.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으키는 채’라는 뜻이다.
부채를 한자로는 ‘선(扇)’이라고 하는데 집이나 문 을 뜻하는 호(戶)자에 날개를 뜻하는 ‘깃 우(羽)’를 합하여 만들어진 글자다. 즉 집안에 있는 날개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종이가 만들어지기 전 새 깃털로 만들었던 옛 부채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 다. 전통 부채는 크게 깃털로 만든 우선(羽扇), 자루가 달린 둥근 부채인 단선(團扇), 접었던 폈다 할 수 있 는 접선(摺扇), 모양이나 용도가 다른 별선(別扇)의 네 종류로 크게 나눠진다. 우선은 새 깃털로 만든 부채다. 공작새의 깃털로 만든 공작선이나 부채 자루 모양이 학인 학우선도 있다. 단선은 우리말로는 방구 부채라고 한다. 둥근 모양의 부채로 크고 둥근 대원선, 태극 문양을 그려 넣은 태극선 등이 있다. 접선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부채로 살이 50개 인 백접선, 부채의 살에 옻을 칠한 칠선 등이 있다. 접선류 가운데 가장 익숙한 부채가 바로 합죽선이 다. 합죽선(合竹扇)은 일반적인 접선이 단죽을 사용 한 것과 달리 대껍질로 부채살을 만들었기 때문에 합죽선이라 불렸다. 마지막으로 별선은 부채이면서도 다른 용도를 가 진 부채를 말한다. 윤선 합심선, 혼선 등이 별선에 속한다.
2013년 부채예술대전 서울시장상(한민정 선생)
2013년 부채예술대전 대상작(현명숙 선생)
윤선은 접었던 부채를 펴면 360도로 펼쳐져 서 마치 차바퀴처럼 원 모양이 된다. 부채의 용도보 다는 햇빛을 가리는 일산의 역할을 더 많이 했다고 한다. 접선류의 모양인 합심선은 의형제를 맺거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결의를 나타내는 글귀와 이름 등을 써서 맹세를 나타내는 증표로 사용한 것이다. 미국의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는 신미 양요 때 강화에서 노획한 전리품 가운데 죽음을 맹 세한 병사들이 지녔던 합심선이 남아있다고 한다. 혼선은 혼례식에서 신부가 초례청에 나올 때 얼 굴을 가리는 도구로 쓰던 것이다. 진주선은 혼선의 일종으로 주로 조선시대 궁중에서 비빈이나 공주가 혼례 때 얼굴 가리개로 사용했다. 지금은 이렇게 다양한 부채들이 실생활에 활용 되고 있지는 않다. 스님들은 부채를 어떻게 사용했 을까? 시 ‘봄날에 부채를 부치면’ 한 수 음미하고 가자. 봄날에 부채를 부치면 온갖 꽃 곱게 피고 여름에 부채를 부치면 구름이 일고 비가 오며 가을에 부채를 부치면 모든 나무에 낙엽이 지고 겨울에 부채를 부치면 서리와 눈이 내린다. 근대 고승, 경봉 큰스님의 시다. 경봉 큰스님께서 는 부채에 사계절이 흘러가는 시절인연을 고스란히 담았다. 계절이 부채를 부친다고 달라질까? 하지만 스님은 자연스레 세상이 돌아가는 인연도리를 부채 에 비유한다. 왜 부채일까. <벽암록> 제91칙 염관 화 상과 무소뿔 부채 편을 보자. 염관 화상이 어느 날 시자를 불러 말했다. “무소 뿔부채를 가져오너라.”시자가 말했다. “부채가 부서 졌습니다.” 그러자 염관 화상이 “부채가 부서졌다면 나에게 무소를 되돌려 다오” 하니 시자는 대꾸하지 못했다.
왜 부채일까? 이 칙의 공안은 <전등록> 7권 염관 제안 전에서 나온다. 염관제안 선사는 마조 선사의 법을 이은 선승이다. 태어날 때 ‘이길 사람이 없는 깃대를 세우고 부처의 햇빛을 다시 비치게 할 사람’ 이라는 말을 들은 법기이다. 신라의 범일국사도 염 관 스님의 법을 계승했다. 이 염관제안 선사와 시자 의 일화는 무더운 여름 선승들이 부채를 부치며 나 눈 선담 중의 일부이다. 부채가 부서진 것을 알고도 무소를 돌려달라며 부채에 집착한 것은 부채가 중 요해서가 아니다. 부서진 부채에 신경 쓰지말고 본 래면목을 제시해보라는 스승의 다독임이다. 부채가 ‘나’라면 나의 본래면목은 무소뿔과 다름이없다. 중국 마조도일 선사의 또 다른 제자 분주무업 선 사도 부채와 얽힌 법거량을 했다. 어떤 납자가 “어 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묻자 “푸른 비단부채에서 서늘한 바람이 풍족하다”고 답변했다 는 것이다. 분주무업 선사가 푸른 부채를 들었다면 불감혜근 선사는 붉은 비단부채를 꺼내들었다. 혜 근 선사의 부채송을 보자. ‘오색구름 그림자 속에 선 인이 나타나 붉은 비단부채를 들고 얼굴을 가리는 구나. 얼른 눈을 뜨고 선인을 보아야지, 선인의 손에 든 부채를 보지 말라.’ <선문염송집>에도 부채 일화가 나온다. 마곡산의 보철 화상이 하루는 부채를 부치고 있는데, 한 스님 이 와서 물었다. “바람의 성질은 변하지 않아 없는 데가 없거늘, 화상께서는 어째서 부채질을 하십니 까?”라고. 화상이 답하기를 “그대는 바람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줄만 알았지, 어디나 있는 줄은 아직 모 르는구나.”라고 했다. 그러자 스님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어떤 것이 어 디나 있는 도리입니까?” 화상은 말없이 부채질을 할 뿐이었다. 그 스님이 화상께 정중히 예배를 드리니 선사는 “쓸모없는 중을 천 명 붙여둔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라고 하셨다. <아함경>에 아난이 부채를 들고 부처님을 시중한 내용이 나온다. <선원청규>에는 옆 사람이 바람을 싫어하면 부채를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가 실려 있 다. 선사들이 법거량에서 많이 활용한 부채는 일상에 서 사용하는 부채다. 연기법으로 돌아가는 일상에 본래면목만 찾으면 얼마든지 깨달을 수 있다는 걸, 선사들은 부채를 비유로 들어 설법한다. 부채가 일으키는 바람에만 현혹되지 말고 부채의 본래면목을 알아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자신의 본 래면목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며, 선사들이 제시한 길이다.
2011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김길환 선생, 용(청, 록, 황)연작
불교에서 또 부채를 쓸 때가 있는데 바로 의식을 할 때다. 의식용 부채는 주로 부처님을 모셔오는 시 련 행렬 때 사용한다. 의식용 부채는 대나무와 목재 류로 자루를 만들고 그 끝 부분에 좌우가 대칭되는 둥근 형태에 철재의 테를 두르고 있는 것이 특징이 다. 부채의 양면은 붉은 비단을 배접 하거나 붉은 칠 을 하고 수를 놓거나 그림을 그려 넣는데 그려진 형 상에 따라 용선, 봉선, 일월선 등의 명칭이 있다. 예전에 비하면 부채 사용량이 현저히 줄어들었지 만 그래도 부채는 전통과 현대의 미가 살아있는 생 활소품이다. 올 여름 어느 해보다 덥다는 예측이 속 속 나오는데 부채로 더위를 벗해보면 어떨까? 다양 한 부채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기다린다.
(사)한국전통문화예술진흥협회가 주최하는 2016 대한민국부채예술대전이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 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02-730-5454) 3층에서 열 린다. 대한민국부채예술대전은 한국화, 문인화, 민화, 수채화, 불화·선묵화, 한문 및 한글 서예, 캘리그라 피로 나뉘어 열린 공모전이다. 전시개막은 6월 29일 오후 4시다. 대한민국부채예술대전은 △참신하고 유망한 신 인 발굴 및 육성 △정예 문화예술인들의 개척정신 과 창조성 활성화 △문화예술인 저변확대 및 상호 간의 친목 도모 △세계 속에 한민족의 정통성과 우 수성 소개 △ 자유로운 표현과 창조적이고 진취적 이며 현실에 맞게 토의 할 수 있는 문화의 장 개최를 목적으로 준비된 공모전이다. 시상은 문화체육관광부장 관상, 서울특별시장상· 서울시의회 의 장 상 , 한국예술문화 단체총연합회 장상. (사)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스포츠조선 대표 상, 전통미술대상, 각 부문 대상, 오체상, 우수상, 삼 체상 ,특선, 입선으로 이루어진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우리나라 최대의 부채 공모전. 2016대한민국부채예술대전에서 다양한 부 채를 만나 더위 날리러 가자. 부채 바람에서 선사들 의 깨달음을 엿볼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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