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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랑반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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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4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3-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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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보우스님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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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2 02:39 조회 5,3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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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랑반혼전

“우리들은 명왕께 명을 받아 그대를 잡으러 왔더니, 이제 그대가 도량을 깨끗이 하고 단정히 앉아 부지런히 아미타불을 염불하니, 우리들이 공경한 마음이 들었으나 염라왕의 명을 피하기 어려워 잡아가니 함께 가소서.”


왕랑은 성은 왕이오, 이름은 사궤니 길주 사람이다. 쉰 일곱에 아내 송씨가 먼저 죽은 지 열한 해 되는 밤중 삼경 때에 창을 두드리며 찾아왔다.

“왕랑이여. 자느냐 아니 자느냐?”하거늘, 왕랑이 이르되,

“누구요?”

“당신의 죽은 아내 송씨입니다. 중요한 일을 일러주기 위해 저승에서 잠깐 나왔습니다.”

왕랑이 놀라 괴이히 여겨 이르되,

“무슨 중요한 일인가?”

송씨 이르되,

“내 죽은지 이제 열한 해됩니다. 염라왕이 아직 죄 묻기를 마치지 아니하고 그대를 기다려 결단하리라고 합니다. 내일 아침에 그대 잡을 명부사자 다섯 귀신이 올 것이니, 그대는 집 가운데 미타탱화를 서쪽 벽에 높이 걸고 동으로 앉아 서쪽을 향하여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십시오.”

왕랑이 이르되,

“명부사자가 나를 잡아감은 무엇 때문인가?”

송씨 이르되,

“우리 집 북녘 이웃에 사는 안노숙이 매일 이른 새벽에 서쪽을 향하여 쉰 번 절하고 매월 보름에 아미타불 염불하기를 일만 번으로 업을 삼거늘, 그대와 내가 항상 비방했더니, 이 일로 나를 먼저 잡아 가두어 죄를 묻고 그대를 기다려 문죄를 마치리니 우리들이 필연 지옥에 떨어지면 길이 빠져나올 기약이 없을 것입니다.”

말을 마친 송씨가 즉시 사라졌다. 이에 왕랑이 다음 날 아침에 죽은 아내의 말대로 준비하고 지성으로 염불하였다. 그 때 문득 다섯 명부사자가 찾아왔다. 뜰 가운데 서서 자세히 살펴보고 먼저 아미타불 탱화에 절하고 다음에는 염불하는 왕랑에게 절하였다.

왕랑이 크게 놀라 자리에서 내려와 절하니, 사자가 이르되,

“우리들은 명왕께 명을 받아 그대를 잡으러 왔더니, 이제 그대가 도량을 깨끗이 하고 단정히 앉아 부지런히 아미타불을 염불하니, 우리들이 공경한 마음이 들었으나 염라왕의 명을 피하기 어려워 잡아가니 함께 가소서.”

제 3사자 이르되

“염라왕이 명을 내리시되, 왕랑을 엄히 매어 데려오라 하셨으니 칙령대로 아니 하면 왕의 분노를 우리들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나머지 사자들도 이르되,

“우리들이 많은 칙령을 받았어도 선도를 닦지 못한 고로 이제까지 사자보를 못 벗으니, 차라리 죽을죄가 될지언정 감히 칙령을 따라 염불하는 사람을 잡아매지는 못할 지로다.”

제1 사자가 왕랑에게 말하기를,

“비록 죄 범함이 산 같아 반드시 지옥에 들 것이나, 우리들이 본 바로 염라왕께 이대로 사뢰면 반드시 인간 세상에 다시 돌아오리니, 그대는 슬퍼하지 마소서. 그대 만일 극락에 가거든 우리 사자들을 잊지 마소서.”


“부부가 일찍이 안노숙의 염불하는 일을 매양 비방하기에 먼저 송씨를 가두고 왕랑을 데려와 그 죄를 물어서 악도에 떨어뜨리려고, 이제 사자를 보내 본 바를 들으니, 그대 마음을 고쳐 참회하고 부지런히 염불하니 어떤 죄를 물으리오.”


저승사자들이 끓어 앉아 게를 읊어가로되, 내 명부에 사자된지 이제 백 천겁이로되, 부처 염불하는 사람이 악도 중에 떨어짐을 보지 못했도다.

“그대 만약 연화국에 나거든 우리 무리 생각하여 귀보를 벗게 하소서.”

그리한 후에 명부에 가니 염라왕이 사자더러 노하여 가로되,

“빨리 잡아매어 오라 했더니 어찌이리 늦게 오느냐?”

명부사자가 보았던 바를 갖추어 말하니, 대왕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하되,

“좋구나, 왕랑이여, 빨리 연화좌에 오르소서.”

염왕이 모두 절하여 가로되,

“부부가 일찍이 안노숙의 염불하는 일을 매양 비방하기에 먼저 송씨를 가두고 왕랑을 데려와 그 죄를 물어서 악도에 떨어뜨리려고, 이제 사자를 보내본 바를 들으니, 그대 마음을 고쳐 참회하고 부지런히 염불하니 어떤 죄를 물으리오.”왕랑이 게송으로 이르되,

서방교주 아미타불은 이 사바에 각별한 인연이 있으니, 만약 한결같이저 아미타불을 염불하지 않으면 명부의 용맹한 사자를 항복케 하기 어려우리라.

“부부를 인간 세상에 도로 보내어, 남은 목숨이 서른 해이거늘 예순 해를 더하여 부지런히 닦아 아미타불을 염불하여 빨리 저 세계에 가시리니, 우리 시왕사자도 모두 서방에 이르게 하소서.” 하고 위하여 보내리라.


“도대체 어떠하신고? 날로 염불신심이 견고하시니 세 해 뒤에 삼월 초 하룻날이면 서방 교주가 자금련 연화좌를 가지고 그대를 맞아 서방 상품에 나게 하리라.”

왕이조부최판관에게명하여가로되,

“왕랑이 도량을 벌이고 간절히 염불하니 먼저 범한 무간죄보가 이제 이미 흩어져 없어졌고, 오직 염불 공덕으로 부부를 한 가지로 인간에 돌려보내어 함께 늙도록 한 곳에 살면서 아미타불을 모시고 염불공덕에 힘쓰게 하리라. 그런데 송씨는 수명 마친 지 오래되어 가죽, 뼈 흩어져 없으니 혼을 어느 곳에 붙일고?”

판관이 왕명을 들어 염왕 뜻으로 왕랑께 절하고, 왕께 사뢰되,

“월지국 옹주가 이제 스물한 살인데 명이 다해 혼이 이제 야마천에 태어난지라. 그 몸이 온전하니 송씨의 혼을 옹주 형체에 의탁하여 도로 나게 함이 좋겠습니다."

하거늘, 염왕이 기뻐 말하기를,

“부처가 이 원을 잊지 않으면 서방에 빨리 나시리니, 그대 자세히 들으라. 그대 집 북쪽에 사는 안노숙을 감히 비방하지 말지어다. 이 몸을 받아늘 서방극락을 존중하여 말하면 이 공덕으로 제불제천이 항상 보호 할 것이니라. 그대는 늘 공양함을 부모같이 하시어, 그대에게 청하노니 우리들의 뜻을 안노숙에게 전하여 아뢰소서.”

하거늘 왕랑이 대답하여 허락하니, 염왕이 노숙을 향하여 절하고 가로되,

“도대체 어떠하신고? 날로 염불신심이 견고하시니 세 해 뒤에 삼월 초 하룻날이면 서방 교주가 자금련 연화좌를 가지고 그대를 맞아 서방 상품에 나게 하리라.” 하고 말을 마침에, 도로 본가에 오니, 집사람이 영접하고자 할때에, 도로 일어나 게송으로 이르되,

집에 가득한 처자와 재물과 보배는 임종 앞두고는 이 몸을 대신하지 못하리다.일념 미타라야 죄보를 녹이나니, 인간세상 도로 나와 수명을 늘여 다시 염불행을 닦으리로다.


송씨 옹주의 몸에 위탁하여 도로 나니 왕고 부인이 기뻐할 때, 옹주 생신이 위의 일을 갖추어 말하니 왕이 슬퍼하고, 왕랑을 불러 가로되,

“나는 잠깐도 이런 일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른바 꿈 중의 상서로다.”

왕랑이 즉시 사뢰어 이르되,

“송씨 열한 해 사이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아니하고, 오직 전날의 신의를 지켜 다시 불연을 만났도다.”하고 기뻐 물러가 목숨 일백마흔일곱 해를 늘인 후에 함께 극락국에 태어났다.


<출처: 현장스님의 카스 불교문화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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