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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과 원망을 감사의 마음으로 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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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9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4-03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만보사 신행체험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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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14:59 조회 2,6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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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과 원망을 감사의 마음으로 회향”
백순이 보살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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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미움과 원망은 그 대상인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 을 더 크게 해치는 행위임을 깨닫기 까지 참으로 오래 걸렸다. 남편은 7년을 중풍으로 누워있었다. 처음 병수발을 할 때만 해 도 ‘내가 잘 해내리라’,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생은 내 마음처 럼 따라주지 않았다. 남편의 상태는 호전은 커녕 계속해서 나빠 지기만 했다. 

나는 나의 생을 살며 동시에 남편의 생도 살아야 했 고 또, 우리 ‘가족’의 생도 살아야 했다. 생활은 고단했다. 몸이 힘든 날이면 몸이 힘든 만큼, 가만히 누 워있는 당신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이 곱절로 늘어났다. 병수발 을 드는 것도 싫었고, 대소변을 받아내기도 지쳤다. 괴로움은 걷 잡을 수 없이 늘어나기만 했고, 기쁨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절에 불공을 가니 정사님께서 얼굴에 묻어나는 고통을 알아 보셨다. “보살님, 표정이 너무 어둡습니다.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하고 물어주셨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간의 괴 로움을 시간 가는지 모르고 모두 토해냈다. 정사님께서는 생각 지도 못한 답을 주셨다. “보살님이 괴로운 것은 각자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 때문이니, 오늘부터는 이렇게 기도하십시오. - 각자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내 속에 이런 미움과 원망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 시면 됩니다.” 생각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거북하기도 했다. 마치 병을 낫기 위해 먹는 쓰디 쓴 약 같은 답이었다. 쓴 약은 쉬이 삼켜지지 않았다. 우선적으로, 무엇보다 나는 남 편에게 감사하지 않았다. 

내가 그런 말을 하는 일은 거짓말을 하 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후에 전수님께서 좀 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알려주셨다. 남편에게 감사한 점을 하루에 세 개씩 찾아서 남편의 귀에 대 고 큰 소리로 말하고, 그렇게 실천 한 날엔 달력에 동그라미를 친 후 감사 일지를 적으라는 것이었다. 남편이 듣지 못한다 할지어 도 꼭 말로, 소리 내어 표현하라고 하셨다. 

처음엔 감사할 것도 없었고, 귀에다 이야길 하는 것은 더 어색 했다. 하지만 억지로 무엇이든 찾아내려 하니, 신기하게도 감사 한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신을 만나서 사랑하는 아들을 만났으니 감사했다. 당신이 이렇게라도 누워있어 내가 ‘서방 없는 년’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 니 감사했다. 입으로 감사함의 씨앗을 내뱉자, 마음속에서 감사 함이 뿌리를 내렸다. 그 마음은 당신을 미워하고 원망하던 마음 을 눈물로 지워냈다. 당신을 미워하고 원망하던 마음은 자양분 이 되어 사라지고, 감사하는 마음은 날로 쑥쑥 자랐다. 

작년 추석, 더 이상 남편을 집에서 모시기가 어려워 병원에서 모시기로 했다. 장기요양 등급 판정이 나는 날을 며칠 앞두고 저 녁 공양 준비를 하는 시간이었다. 말도 잘 하지 못하는 남편이 나를 보며 ‘어이, 어이’, 하고 손짓 을 하는 게 보였다. 내가 놀래 남편 곁으로 달려가자 남편은 눈물 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리고 눈빛으로, 눈물로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동안 고생 많이 했소’, 하고. 내가 그 눈빛을 읽어내자마자 큰 숨 을 두어 번 내쉬고는 바로 열반에 들어가셨다. 참으로 이상했다. 내 눈 앞에서 남편이 죽었고, 나는 혼자 남겨 졌는데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랜 기간 병고로 고통이 덕지덕지 묻어있던 얼굴은 어느새 너무나도 편안해 보이는 얼굴로 변해 있었다. 

자식들과 49재를 올리고, 얼마 전 백 일 불공도 회향이 끝났다. 더 이상 당신을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은 없다. 부처님을 만 나 미움과 원망 대신 감사함으로 그늘을 지워내는 방법을 알게 해주셔서 또 한 번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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