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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과 연인 자야의 사랑 뮤지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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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5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6-12-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불교문화산책 서브카테고리 서 하 보 살 의 불교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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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강지연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강지연 구성작가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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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11:56 조회 1,5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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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과 연인 자야의 사랑 뮤지컬로

자야 김영한 보살 사랑을 불심으로 회향, 길상사 창건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2016. 11. 05~2017. 01. 22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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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포스터, (우) 백석과 자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중략)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시골로 가자 출출이(뱁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오막살이집)에 살자 

(중략)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던보이이자, 해방 전 가장 주목 받던 시인, 한국의 시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시 인, 백석.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뮤지 컬로 돌아왔다. 우란문화재단 개발프로그램(시야플랫폼, 시야스 튜디오)이 선보이는 이 뮤지컬은 백석의 동명 시에 서 모티브를 얻은 극이다. 시인 백석과 그의 연인이었던 기생 자야의 사랑 이야기를 담담한 목소리와 음악으로 전개해 나간 다. 백석의 시를 노래 가사에 담아, 아름다운 선율과 감각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자야는 김진향으로 불렸던 기생으로 故 김영한 보살이다. 

3공화국 시절의 유명 요정 대원각의 주인 으로 1987년 1000억 원대 재산을 시주해 길상사를 건립하게 한 장본인. 시인 백석(1912년 7월 1일~1996년 1월)은 1912 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백기행. 일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교를 졸업했다.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를 계기로 ‘마을의 유화(遺話)’· ‘닭을 채인 이야기’ 등 몇 편의 산 문과 번역소설 및 논문을 남겼다. 하지만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듯 그는 시작 활 동에 더 많은 힘을 실었다. 향토적인 서정의 세계를 사투리로 형상화한 시를 썼다. 1935년 조선일보에 ‘정주성’으로 등단하여 시와 수필, 야화 등을 발표했 다. 

1936년에 펴낸 시집 <사슴>에 그의 시 대부분이 실려 있다. 1936년 1월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100 부 한전본으로 인쇄한 ‘사슴’ 초판본 가격은 당시 2 원(圓)이었다. 다른 시집들이 1원 정도 했던 것에 비해 고가임에 도 윤동주 시인은 시집을 구하지 못해 필사본으로 간직했다고 한다. <사슴>에는 ‘여우난’, ‘곬’, ‘족’ 등 새로운 인문적 시어들을 사용한, 아름다운 시들을 담고 있다. <사슴>을 통해 백석은 불교의 윤회사상과 민속신 앙에 천착한 시인의 모습을 드러냈다. 운명적 인연 을 우선한 개인적 세계관 또한 담아냈다. 

외로움과 서러움의 정조를 바탕으로 한 시 ‘여승’을 살펴보자. ‘여승’은 여승의 일생을 사실적이고 애상적으로 묘 사한 시로, 일제강점기 우리 농촌의 몰락과 가족공 동체가 해체되는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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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취나물)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여승 중에서 



4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한 여승의 일생을 드라마 틱하게 읊는다. 금광 찾아 나선 남편을 10년 동안 기 다렸지만 여인에게 남은 건 병 걸린 어린 딸마저 잃 고 혼자가 된 슬픔뿐이다. 마음 의지할 곳 하나 없던 여인이 선택한 것은 절 마당 한 귀퉁이에서 머리를 자르고 세속과의 연을 끊는 일. 그렇게 출가하게 된 여승과의 만남은 백석에게 불경처럼 서러운 일이었 나 보다. 이 여승은 당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던 여인들 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백석은 당시 문단 의 경향이던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지방적 이고 민속적인 것을 바탕으로 한 시 세계를 선보였 으며, 일제강점기 민중들의 애환과 삶을 전형적으 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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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


‘여우 난 곬족’, ‘고야’에서처럼 고향인 평안도의 지 명이나 이웃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며 정주 사투리 를 그대로 썼는데, 이것은 일제 강점기에 모국어를 지키려는 백석의 의지가 담긴 시어들이다. 해방 후 고향 정주에서 일제시대의 시들과 같은 경향의 시 들을 다수 발표했고, 한국전쟁 후에는 북한에서 번 역과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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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백석은 영어교사로 당대 문학 엘리트였다. 일본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신문학을 접했던 그는 불교 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시집 <사슴>에는 ‘여승’ 외에도 ‘절간의 소이야기’를 통해 자연에서 수행하 는 노스님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시어로 담아냈다. 〈사슴〉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 중에서도 불교적인 소재를 담아낸 작품 ‘고사(古寺)’가 있다. 옛절의 모 습을 정감어린 우리말로 표현한 시다. 



이 부뚜막에 놓인 사닥다리로 자박수염난 

공양주는 성궁미를 지고 오른다 


한말 밥을 한다는 크나큰 솥이 

외면하고 가부틀고 앉어서 염주도 세일 만하다 

- 고사(古寺) 중에서 



‘자박수염난 공양주’ 부처님께 올리는 쌀 ‘성궁미’ 등의 시어는 백석이 지닌 불교에 대한 이해가 가볍 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백석에게 불교 인연의 정점은 연인 자야와의 만 남이다. 문학과 음악에 뛰어난 조예를 보였던 기생 진향이 백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백석은 진향 에게 자야라는 이름을 선물한다. 하지만 엘리트 백 석과 기생 자야의 사랑은 눈총을 받았고, 백석의 가 족은 이 소문을 듣고 백석을 강제로 집에 가두기까 지 했다고 한다. 백석은 자야를 설득하여 멀리 눈 덮인 만주로 도 망가 살자는 절절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그의 마음 이 함축된 시가 바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다. 하지만 자야는 수많은 망설임 끝에 자신의 행복 보다 백석의 행복을 위해 사랑을 단념한다. 백석의 세 차례 권유를 모두 거절한 자야는 백석과 이별을 합니다. 1939년 이별한 후 남북이 갈리어 북에 살던 백석과 남에 살던 자야는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다. 백석을 가슴에 품은 자야는 요정 주인이 되어 많 은 돈을 벌었고, 요정과 평생 번 돈을 모두 법정 스님 에게 기부한다. 대한민국 3대 요정으로 손꼽히던 대 원각은 법정 스님의 불사로 길상사가 되었다. 

당시 자야 김영한 보살은 1천 억 원이 넘는 전 재산을 기 부한 것이 아깝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 답했다. “1천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그토록 그리던 백석을 못보고 김영한 보살은 1999년 세상을 떠난다. 자신과 ‘나와 나타샤와 흰 당 나귀’를 적은 종이를 함께 태워 흰 눈이 오는 날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통해 백석과 자야의 사랑이 다시 한 번 꽃핀다. 

모든 시인들의 선 망 대상이었던 백석 역에는 강필석, 오종혁, 이상이 배우가 캐스팅 되었으며, 평생을 그와 헤어지던 순 간을 반복하며 그리워한 자야 역에 정인지와 최주 리 배우가 출연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작품의 한 축 을 이끄는 사내 역에 안재영, 유승현이 캐스팅 됐다. 실력파 배우들이 합류해 최고의 앙상블을 선사한 다.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한 시인을 못 잊어 평생 헤 어지던 순간을 반복하며 그리워했던 기생 자야. 세 월이 흘러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되어버린 그녀의 앞에 돌연 옛 사랑이 나타난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모던 보이 백석은 자야에게 여행을 함께 떠나자고 제안하는데. 이 이야기는 ‘나처럼 천한 여성을 한 시인이 사랑 해서, 한 줄 나타샤로 만들어준다면 기꺼이 그렇게 살겠다’며 평생을 바친 여인의 이야기이자, 그 여인 의 기억 속에 녹아있는 시인 백석에 대한 이야기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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