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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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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10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5-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교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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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홍균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홍균(총지사 교도, 개포초 교장 역임)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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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16:12 조회 2,46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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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이삭

삐비


방죽 둑에

삐비풀 돋았다


삐비꽃 피기 전에

통통한 풀 골라 뽑아

껍질 가만 까보면

하얀 속살

달콤하고 쫀득한 하얀 속살


배고프냐? 내 새끼

짠한 얼굴로

할머니 야윈 손 봄나물 캘 때


오래오래 씹으면 껌이 된다며

방죽 둑에 드러누워 두 눈을 감고

잘근잘근 씹어 본

하얀 삐비


온갖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즈 음 보릿고개라는 말은 그야말로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밥이 없으면 라면 끓여 먹으면 되지.”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을 나무랄 수 도 없는 것이 배고팠던 그 시절의 모습을 직접 보여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로지 땅만을 일구어 목숨을 부지해 야 했던 그 시절에 먹을거리는 삶의 수단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삶의 목적이었다. 가을걷이 한 식량이 바닥나고 봄날 보리가 익을 때까지 의 그 기간 이른바 보릿고개는 참으로 넘기 힘든 삶의 고개였다. 

뭐든지 먹어야 했던 사람들은 물오른 소나무 껍질을 벗겨내고 송 기라고 부르는 말랑한 속살을 먹기도 했고 삐비, 찔레순, 참꽃(진달 래꽃)도 따 먹으며 보릿고개를 견뎌내었다. 어린 마음이야 어른들의 그 절박함을 어찌 다 알 수 있었겠는가? 봄날 들길에 돋아나는 풀들 속에서 삐비를 뽑아 먹는 것은 그 시 절의 어린이들에게는 마냥 즐거운 군것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삐 비의 속살이 억새처럼 하얗게 피어버리기 때문에 그 전에 먹어야 한 다. 달콤하고 쫀득한 그 맛이 반백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 지지 않는다. 요즈음 어떤 간식거리에서 그런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인가? 오래 씹으면 껌이 된다는 말을 믿기야 했겠는가만 삐비를 씹으며 평소에는 구경하기 힘든 껌을 떠 올리는 것도 어쩌면 애잔한 즐거움이었으리라. 조금 우스갯소리 같은 주장을 덧붙이자면 그렇게 먹던 삐비나 찔 레순 등은 어떤 식품첨가물도 포함되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한 자연 식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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