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갈길은 닦아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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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9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4-03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만보사 신행체험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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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15:00 조회 2,533회본문
김희순 보살님 이야기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부부란 찾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 니다. 저희 부부의 경우는 특히나 더 그랬습니다. 조실부모한 남편은 열심히 모아놓은 돈을 가까운 친척에게 빼 앗기기도 하는 등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때문에 늘 작은 것이 라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없는 걱정도 만들어서 하는 유형 이었습니다.
반면에 저는 8남매의 장녀로 다섯 남동생과 두 여동생을 다 제 손으로 키웠습니다. 여장부라는 말을 들으면서 대범한 마음으로 통을 크게 가지고 사는 데 익숙했습니다. 이처럼 원래도 상극인 남편과 저인데, 남편이 풍에 걸리자 그 간 극은 더 커졌습니다. 하루하루 병든 남편을 수발하는 일이 정말 힘 들었습니다. 남편이 원래의 성정에 보태어 더욱 더 소심해지고 예민해졌기 때문입니다. 늘 먹던 밥과 국에도 투정을 일삼았고 불같이 화를 내 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약을 먹이는 일만 해도 여간 곤욕이 아니었 습니다.
약통을 던지기도 하고 밥상을 엎기도 하면서 사람들 앞에 서 망신을 주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하도 힘들어서 전수님께 고민을 털어놓자 입장을 바꿔서 생각 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남편 입장에서도 여 간 힘든 게 아닐 것 같았습니다. 집안 대소사부터 아이를 키우는 일 까지 대범하고 거칠게 밀어붙이는 제 방식이 그동안 얼마나 마뜩 찮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에게 미안해지기도 하면서 남편의 끼니를 챙기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마음이 약간이나마 편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남편의 병에는 차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수님께서는 49일 불공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49일 불공 을 하면 남편의 병이 깨끗하게 나을 줄만 알았던 저는 달력에 날짜 를 헤아려가며 불공을 드렸습니다. 그렇지만 몇 차례 반복된 49일 불공에도 남편의 병 증세는 여전 했습니다. 나을 것 같다가도 재발을 거듭했습니다. 소용이 없는 것 같다고 투덜대자 전수님께서는 천일불공을 해보자고 말씀하셨습 니다.
저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천일불공을 시작했습니다. 그 리고 천일불공이 끝남과 동시에 남편은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불공이 완치로 가는 길이 될 줄만 믿었던 저는 충격에 휩싸였습니 다. 평소에 챙기던 불공도 건너뛰면서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 남편의 49재를 마치자 어느 정도 마음이 안 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불공을 하던 중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명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데 아픈 몸으로 억지로 생을 연장하려 하 는 것은 오만하고 교만한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간 드린 불공은 무리한 고집과 같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 더 이상 고통에 시달리지 않고, 가야 할 길을 편안하게 가게끔 해주 는 의미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병수발을 하다가 시간을 내어 절에 오시는 보살님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부처님 안에서 위안과 깨달음을 얻었듯이, 보살님들도 부처님 안에서 평안하기를 바랍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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