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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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13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9-03-08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설법/경전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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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1 08:04 조회 2,572회본문
열반
부처님의 연세도 여든이 되었다. 노 쇠한 몸을 이끌고 강가강을 건너 밧지 족의 서울인 베살리에 이르렀을 때 장 마철을 만났다. 그 해에는 인도 전역 에 심한 흉년이 들어 많은 수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내기가 어려웠다.
여럿이 한데 모여 밥을 빌기가 곤 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제 자들에게 베살리 근처에 각각 흩어져 지내도록 하셨다. 부처님은 아난다만 을 데리고 벨루바 마을에서 지나시게 되었다. 이때 부처님은 혹심한 더위로 몹시 앓으셨다. 그러나 부처님은 고통 을 참으면서 목숨을 이어가셨다. 병에 서 회복한지 며칠 안 된 어느 날 부 처님은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계셨 다. 아난다는 곁에 와서 이렇게 말했 다.
“부처님께서 무사하시니 다행입니 다. 부처님의 병환이 중하신걸 보고 저는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 나 교단에 대해서 아무 말씀도 없이 이대로 열반에 드실 리는 없다고 생각 하니 위안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 나는 이제까지 모든 법을 다 가르쳐 왔다. 법을 가르쳐 주는 데 인색해 본 적이 없다. 이제 나는 늙고 기운도 쇠했다. 내 나이 여든이 다. 낡아빠진 수레가 간신히 움직이 고 있는 것처럼 내 몸도 겨우 움직이 고 있다.”
부처님은 베살리 지방에 흩어져 있 는 비구들을 모이게 한 뒤 석 달 후에 는 열반에 들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부처님은 거리에 걸식하러 나갔다가 거리의 여기저기를 돌아보시며 이것이 베살리를 보는 마지막이라고 곁에 있 는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베살리를 떠나 파바라는 고을에 이르셨다. 여기에서 금세공 춘다가 올리는 공양을 드시고 '나서 다시 병을 얻게 되었다. 이때 춘 다가 올린 음식은 부처님께 올린 마 지막 공양이 되었다.' 이 공양을 마치 자, 부처님은 고통을 참으시면서 쿠시 나가라로 다시 길을 떠나셨다. 많은 제자들이 걱정에 잠겨 뒤를 따랐다. 이 길이야말로 부처님이 걸으신 최후 의 길이 되고 말았다. 쿠시나가라에 도착하자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말씀 하셨다.
“아난다여, -나는 지금 몹시 피곤해 눕고 싶다. 저기 사라수 아래에 가사 를 네 겹으로 접어 깔아 다오. 나는 오 늘 밤 여기에서 열반에 들겠다.”
아난다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다 는 말을 듣고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 다. 부처님은 한쪽에 가 울고 있는 아¬난다를 불렀다.
“아난다여, 울지 말아라. 가까운 사 람과 언젠가 한번은 헤어지게 되는 것. 이 이 세상의 인연이다. 한번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다. 죽지 않 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너는 그 동안 나를 위해 수고가 많았 다. 내가 간 뒤에도 더욱 정진하여 성 인의 자리에 오르도록 하여라.”
아난다는 슬픔을 참으면서 부처님께
서 열반에 드신 다음 그 몸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너희 출가 수행자는 여래의 장례 같은 것에 상관하지 말아라. 너희는 오로지 진리를 위해 부지런히 정진하 여라. 여래의 장례는 신도들이 알아서 치러 줄 것이다.”
그날 밤에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말라족 사람들 은 슬퍼하면서 사라수의 숲으로 모여 들었다. 이때 쿠시나가라에 살던 늙은 수행자 수바드라도 그 소식을 듣고 부 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평소의 의문 을 풀어야겠다고 허둥지둥 사라수의 숲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아난다는
“부처님을 번거롭게 해드려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은 지금 매우 피로하십 니다.”
하고 청을 받아 주지 않았다. 부처님 은 아난다에게 수바드라를 가까이 오 도록 이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진리를 알고자 찾아온 사람을 막지 말아라. 그는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설법을 듣고자 온 것이다.
그는 내 말을 들으면 곧 깨닫게 될 것 이다.”
부처님은 수바드라를 위해 설법을 들려 주셨다. 수바드라는 부처님의 설 법을 듣고 그 자리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수바드라는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가 된 것이다. 이제 부처님이 열 반에 드실 시간이 가까워 온 듯했다. 부처님은 무수히 모여든 제자들을 돌 아보시면서 다정한 음성으로 물어보셨 다.
“그동안 내가 한 설법의 내용에 대 해서 의심나는 점이 있거든 묻도록 하 여라. 승단이나 계율에 대해서도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라. 이것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모인 제자들은 한 사람도 묻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은 거듭 말씀하셨다. “어려워 말고 어서 들 물어보아라, 다정한 친구끼리 말하 듯이 의문이 있으면 내게 물어보아 라.”
이때 아난다가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수행자들 중 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서 의문 을 지닌 사람이 없습니다.”
느자등명 법등명 ,
물과 젖처럼 화합하라
아난다의 말을 들으시고 부처님은 마지막 가르침을 펴시었다.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 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여라. 진리 를 등불삼고 진리를 의지하여라. 이 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희들은 내 가르침을 중심으
너희는 이 진리를 지켜 무슨 일에나 진리대로 행동하여라. 이 가르침대로 행동한다면 설사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그는 항상 내 곁에 있는 것 과 다름이 없다.
죽음이란 육신의 죽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육신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므로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래는 육신이 아니 라 깨달음의 지혜다. 육신은 여기에서 죽더라도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진 리와 깨달음의 길에 살아 있을 것이 다. 내가 간 후에는 내가 말한 가르침 이 곧 너희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모 든 것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 런히 정진하여라.”
이 말씀을 남기고 부처님께서는 평 안히 열반에 드셨다. 진리를 찾아 왕 자의 자리도 박차고 출가하여 견디기 어려운 고행 끝에 지혜의 눈을 뜨신 부처님, 사십오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 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법을 설해 몸소 자비를 구현한 부처님은 이와 같 부처님은 육신의 나이 여든으로 이 세상을 떠나갔지만 그 가르침은 어둔 -밤에 등불처럼 중생의 앞길을 밝게 비 추고 있다. 이 지상에 인류가 살아 있 는 한 부처님의 가르침도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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