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같은 신도들과 함께 공덕을 쌓고 따뜻한 마음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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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1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11-01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혜정사 신행체험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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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6 12:17 조회 2,694회본문
혜정사, 박영숙 보살님의 이야기
새벽이면 시어머니가 염주를 쥐고 염 송하는 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시어머 니는 큰 소리로 가족들의 이름을 외며 불 공을 하셨다. 그때는 어려서 그것이 뭔지 도 잘 몰랐는데, 첫 아이를 낳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머님, 저도 절에 나가 보고 싶어요” 하고 말씀을 드리니 아주 좋아하셨던 표정이 아직 눈에 선하다. 사실 시집오기 전엔 교회를 다녔었다. 절은 관광지 같은 느낌으로 몇 군데 가보 기만 했는데, 이상하게도 절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은연중에 느꼈다. 아무튼 절에 막 다니기 시작했을 땐 여 러 가지로 엉망이었다.
불교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그저 전수님의 설법을 재밌 는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며 설렁설렁 다 녔다. 자성일에만 출석하는 정도였고 염 주는 형식적으로 손에서만 빙빙 돌아갔 다. 하지만 행동이란 것이 참 신기했다. 몸이 먼저 따라가니 자연스레 마음도 동하였다. 형식적으로 손에 쥐어지기만 했던 염주는 어느새 마음이 불편할 때 가 장 먼저 찾는 것으로 변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에게 절의 간부를 한번 해보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아무것 도 모르는 상태인데 어떻게 직급을 가지 겠냐며 사양을 했지만, 차츰 절에 나가는 일수가 쌓이면서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어떠한 깨우침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 리하여 한동안 총무라는 직을 하게 되었 다. 그만둔 이유는, 남편의 사업이 실패 를 하게 되고 아이들을 건사하는 힘도 부 쳤기 때문이다. 불공에 대한 시어머니의 열정은 여전 히 뜨거웠지만 저는 절에 가는 빈도도 많 이 줄어들었다. 삶이 힘겨운 고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다행히 아예 주저앉는 정 도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큰아들의 대입시험을 앞두 고, 절에 다시 열심히 다녀보고 싶은 마 음이 생겨났다. 제 이야기를 들은 전수님 역시 한번 작정하고 제대로 불공을 해보 지 않겠냐고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마음을 잡고 자식을 위해 정진 에 매진했다. 생계에 치여 절에 갈 수 없 는 날도 있었지만, 무슨 일을 하든, 어디 에 있든 늘 ‘옴마니반메훔’이라는 진언을 입에 달고 지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아들과 성적이 비슷한 아들 친구 여럿 이 같은 학교의 전공에 지원을 했는데 모 두가 떨어지고 저의 아들만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것도 무려 장학생이었다. 합격 소식을 듣는데 어찌나 신기하고 감 사했는지 모른다. 이게 다 어머님의 불공 덕이라는 생각 도 들고 진언의 힘이라는 것도 느껴져서 새벽까지 심장이 두근거려 뒤척였던 기 억이 난다. 현재 저희 아이들, 삼남매는 대학도 잘 가고 자리도 잘 잡아서 제 밥그릇은 챙기 면서 살고 있다. 특히 첫째 아들은 대학 원까지 진학하여 그 안에서 배필을 만나 두 내외가 연구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 이다. 손주들 역시 공부도 곧잘 하고 심 성이 착하다. 제가 혜정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는 바로 우리 신도들 때문이다.
자신의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을 위해 몸과 마음 을 사리지 않고 희생하는 것을 지척에서 보고 있노라면, 저의 삶에도 좋은 자극이 된다. 저에게 미흡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여 기 혜정사 안에서는 그들처럼 공덕을 쌓 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 역시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끔 성실히 정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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