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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현정과 화쟁으로 복된 삶 구가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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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18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1-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칼럼 지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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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봉래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봉래 불교방송 보도국 선임기자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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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6 14:04 조회 2,89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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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현정과 화쟁으로 복된 삶 구가하기를
“파사현정은 무아의 보편적 기준에 근거해야” “화쟁은 더 큰 맥락에서 각자의 의미 이어줘”

새해를 맞으며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 날을 새롭게 설계해 본다. 돌아보면 아쉬 움이 남지만 그래도 그러한 자각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불방일과 일로 향상의 계기로 삼고 싶다. 교수신문은 지난 2017년을 상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대승불교 공사상을 대표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 했다. 이 용어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져 파 사에 머물지 말고 현정으로 나가길 바란 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정치권의 쇄 신 노력으로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바 라는 소망을 나타낸 것이리라. 파사에 머물지 말고 현정으로 나간다 는 말을 고찰해 보자. 여기에는 파사가 앞서고 현정이 뒤를 잇는 시간적이고 단 계적인 인과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데 구조적인 인과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파사가 곧 현정이다. 

파사의 과정마다 현 정이 드러나는 셈이다. 오래 전 어느 선배님이 불교계 어른 의 말씀이라며 전해주던 말이 떠오른다. “어이 김군! 파사현정 하지 말고 현정파 사 하시게.” 파사와 현정의 앞뒤 순서를 바꿔놓은 이 말씀은 어떤 뜻일까. 어둠과 빛을 예로 들면 빛이 발생하는 즉시 어둠 이 사라지듯 빛과 어둠이 양립할 수 없다 는 사실을 알고 어둠과 다투는 것이 아니 라 빛을 밝히는 일이 파사현정이 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물론 비판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닐 것 이다. 파사에 집중하다보면 자칫 비판논 리에 빠져 매몰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은 아닐까. 

단순한 비판보다는 대안을 제시 하고 실천하는 현정에 집중하다보면 자 연스럽게 파사도 될 것이라는 말씀이 아 닐까. 하지만 파사현정은 자칫 자기기준 특 히 인간기준에 따른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그릇 이용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 다. 파사를 한다며 혹은 현정을 한다며 자기중심주의로 사회의 공익을 해치거 나 인간중심주의로 지구생태계를 해치 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파사현정은 자기입 장에 머무르지 않는 무아(無我)의 보편 적인 차원으로 승화되어야 할 것이다. 

파 사의 본래 목적이 현정에 있는데, 그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이른바 ‘내로남불’ 따위가 되어서는 또 다른 적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BBS화쟁토론> 프로그램 제작을 맡 고 보니 화쟁(和諍)이 화두가 되었다. 화 쟁은 파사현정과 근본적인 뜻에 차이는 없겠지만 자못 뉘앙스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파사현정은 아무래도 대립적인 양 변을 전제하고 있지만 화쟁은 처음부터 대립 자체를 넘어서는 쪽에 무게가 실리 는 듯하다. 필자가 이해하는 화쟁은 토론을 통해 한 가지 공통된 결론을 도출해 내는 일이 아니다. 

그런 방식은 결국 각자의 입장을 부정하게 되고 반발도 불러오기 쉽다. 그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보다 넓고 큰 차원에서 의미와 맥락을 연결시켜줌으 로써 버리지도 않고 또한 고집하지도 않 으면서 화합할 수 있게 한다. 우리 모두 파사현정과 화쟁의 뜻을 되새기며 복된 삶을 구가하는 한해가 되길 축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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