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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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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0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9-11-22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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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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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2 06:05 조회 2,7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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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단상

어쩐지 스치는 바람이 스산하게만 느껴진다.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이 가을 난 예쁘게 물든 단풍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 싸 늘한 바람이 내 가슴을 쓸어내고 있다. 가슴이 찬 바람을 맞은 듯 얼얼하다. 내 마음도 메말라 가는 풀잎처럼, 또 곱게 키운 자식같 은 소중한 잎을 다 떨구어 버린 나무처럼 조금씩 물기를 잃어가 고 있다. 다행히 국화꽃이 화려하게 피어 내 마음에 위안을 주고 있다. 나는 다시 마음이 촉촉해 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역시 국화꽃은 그리움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꽃이다.

나는 국화꽃을 좋아한다. 국화꽃은 모든 식물이 빛을 잃어 갈 때 더욱 꿋꿋하게 피어나 자칫 마음마저 삭막해 질 때 우리들에 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생존에 어려운 기후 조건과 열악한 환경을 뛰어 넘어 그렇게도 화려한 모양과 예쁜 빛깔의 꽃을 피 워내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국화꽃을 보고 있으면 나 자신도 국화꽃처럼 풍성하고 넉넉해 지는 느낌이다. 국화꽃은 가을에 피어야 제대로의 향기를 지닌다. 요즈음에는 사시사철 국화를 볼 수 있다. 가을이 아닌 다른 계절 에 피는 국화는 국화로서의 멋을 잃어 버려 마음의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이 되면 곳곳에서 국화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죽제에 참가할 기회가 없어 서운하다. 지난해에는 ‘미당 서 정주’ 시인의 고항어서 열리는 국화꽃 축제에 다녀 왔 다. 서 정주 시인의 묘소 인근의 광활한 면적에 펼쳐진 국화꽃들 은 온 야산을 뒤덮었다. 마치 국화꽃 나라에 초대되어 온 듯한 착 각을 일으켰다. 초대되어 온 귀부인 같이 우아하게 꽃길을 걷기 도 하고, 나비처럼 날개 짓을 하기도 하며 국화꽃 나라에서 꿈속 을 거닐 듯 그날 하루는 마음껏 국화에 취해버렸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국화차도 여러 잔 마셨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너무 상업 적인 것 같아 조금의 실망감은 있었다. 하지만 축제에 맞춰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그들의 수고 로움이 짐작이 된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라는 시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탐스럽고 화려하게 핀 국화 보다는 소박한 모습의 들국화를 난 더욱. 좋아한다. 들국화는 아무도 찾지 않는 산이나 들에도 다소 곳이 피어있다. 색깔도 은은하고 모습도 가냘프고 청초하다. 들국 화를 보면 그리움이 절절이 배어 있고 가슴 시린 사랑이 묻어나 는 둣 해서 더욱 가슴이 조여 오는 아름다움이 있다.

국화꽃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먼 곳에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가꾸어진 꽃을 볼 수 있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마음이 통 하는 사람들과 함께 국화꽃을 찾아 가 내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아 오고 싶다.. 가까운 야산에라도 가서 들국화가 피어 있는 모습을 찾아 보고 싶다. -,

그들은 그 여린 몸에서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보아 주는 이가 없다는 것은 얼마나 쓸쓸하고 외 로울까? 그들의 외로움이 내 외로움으로.다가 오는 것 컽다. 나를 위해서라도 그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

요즈음 절에 갈 때 마다 국화꽃 길을 따라 간다. 역삼 역에서부 터 길 가에 국화꽃이 심겨져 있다. 난 평소에도 이 길을 좋아한 다. 항상 계절에 맞는 아름다운 꽃이 심겨져 있고 또 아름드리 느 티나무가 있어 그 길을 걷는 내게 즐거움을 더해 준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예쁘게 심어 놓은 꽃을 어느 누가 꼭 뽑아 가는 것이다. 새로 심어 놓으면 쥐가 파 놓은 것처럼 여기 저기 구멍이 나 있다. 볼 때 마다 민망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뽑 아 간 사람도 꽃이 예뻐서 자기 집에 심으려고 가져 갔을 것이다. 아마도 꽃을 사랑하는 그 사람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 된다. 하지 만 그 꽃이 다 질 때까지 또 그 길을 지나 갈 때마다 그 사람의 마음이 편했을까? 아무리 꽃이 예뻐도 이런 행동은 아니라고 생 각한다. 그 사람도 언젠가는 자기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고쳐지 리라 믿는다.

-박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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