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하의 노래
페이지 정보
호수 219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2-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정성준 교수의 후기밀교페이지 정보
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정성준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전임연구원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7 10:23 조회 3,009회본문
정성준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전임연구원
후기밀교의 한 갈래인 사하자야나는 삼보와 스승에 대한 절대적 귀의를 통해 번뇌와 알음알이를 짧은 삶 동안 태우는 실천중심의 수행을 지향한다. 이들의 시 를 담은 벵갈의 도하문학은 실용적 경향 의 불교를 전하는데, 여기에는 논리학자 와 형식적 의례에 빠진 밀교사제들을 비 판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보인다. 사하 자야나의 전승은 <마하무드라의 노래> 와 <사라하의 노래>, <84성취자전> 등 에서 볼 수 있다. <밀라레빠의 십만송> 은 마르빠를 비롯한 티벳인들의 구도와 전승을 담은 것이다.
사하자야나가 남긴 오도의 시들은 고 벵갈어로 티벳대장경에 현존한다. 사하 자야나의 원류는 붓다로 거슬러 올라가 아들인 라훌라로 전해지고, 다시 쉬르끼 르띠로부터 사라하-용수보살로 이어진 다. 라훌라로부터 쉬르끼르띠까지는 무 려 천삼백 여년 이상의 시간적 간극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전승은 역사적 실존 이 아닌 종교적 신념에 입각한 것이다. 여기서 용수보살은 중관학파의 용수가 아니고 <비밀집회딴뜨라>의 한 유파로 10세기경 활동하였다. 사라하는 <84성취자전>에 등장한다. 사라하는 동인도 라즈니Rajnī 출신으로 바라문교의 위대한 학승으로서 마하빨 라왕의 스승이 되어 존경을 받았다. 그 러나 출가해서는 나란다사 대학에서 현 교와 밀교를 수학했다. 마지막에는 대학 을 떠나 화살을 만드는 낮은 신분의 젊 은 여인을 요기니로 받아들여 대성취를 이루었다.
사라하는 ‘화살로 관통한다’ 는 뜻으로 딴뜨라의 깊은 깨달음을 상징 하는 것이었다. 사라하 이후 전승은 깐 하 Kanha, 샤와리 Savar, 루이빠 Luipa 등 으로 이어지면, 이미 친숙한 틸로빠와 나로빠에게 전해진다. 사라하의 밀교수행은 후원자인 마하 빨라왕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사라하가 타락한 것으로 오해한 왕은 네 명의 브 라만을 보내 설득하려 하였다. 사라하는 160송의 시로 이들을 감화시켰고, 다시 왕비를 위해 80송, 마라빨라왕을 위해 40송의 시를 남겼는데, 지금도 전해진 다. <사라하의 노래> 제1 게송에는, “고요 한 연못 위에 바람이 불면 수면(水面)은 파도로 부서지듯 왕(王)이여, 그대는 나 를 여러 측면으로 생각하지만 나 사라 하는 한 사람이네”라고 하였다.
마음현 상을 수면의 파랑에 비유한 <능가경>의 도입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15번째 게송 에는, “어리석은 자는 거울에 비친 얼굴 을 자신의 얼굴로 착각하네, 진리를 거 절해 버린 마음이여 진리 아닌 것을 진 리라고 굳게 믿고 있네”라고 하였다. 마 음의 경계를 비실재의 공성으로 보고, 형상을 만들어 내는 마음에 주목하는 것 은 전형적인 유가행중관파의 논리이다. <사라하의 노래>에는 열반, 유식, 인식, 연기공성 등 주요한 대승의 교학이 게송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사하자야나 싯다들의 실용적 경향은 밀교수행에 대해 적극적 지지를 보내지 만 결코 교학의 기초를 소홀히 하지 않 았다. 인간의 현실을 직시하고 내면의식 의 경험에서 야기된 번뇌를 벗어나는 것 은 인간의 삶속에서 가능한 것인지 모른 다.
인간의 피붙이로 태어나 육신의 욕 망과 갈증을 끌어앉고 성장하면서 사회 적 권위와 가식, 폭력을 익히며 스러지 는 몸에서 병고와 죽음의 고통을 느끼며 외로이 죽어간다. 싯다들은 존재의 현실 을 피하지 않았다. 무수히 나부끼는 의 식적 습관들을 버리고, 권력, 돈, 갈애 등 의 욕망을 마주했다. 그래서 천족의 요 기니와 살고,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시장 에서 매춘부와 어울려 살았다. 인도 사하자야나의 성립은 10세기 전 후 극렬해진 이슬람의 대대적인 침공으 로 인해 불교교단이 더 이상 인도에서 존속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교단의 흥망을 보장할 수 없는 현실이 문헌의 문학적 수사나 논리적 유 희를 거부한 배경일 수도 있다.
수백 년 이 지난 후 티벳인인 마르빠 Marpa는 꿈 속에서 사라하로부터 관정을 받고, 오의 의 가르침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밀교 수행자들은 사하자야나의 스승들로부 터 여전히 관정과 가피를 받는 이적들을 보인다. 밀교의 스승들은 열반에 들지만 성취자로서 법신과 화신을 성취한 분들 이며 여전히 유정의 고통과 함께 하며 그들을 찾는 제자들에게 가피를 내리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