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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의 화신 덕숭 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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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2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1-24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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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심일화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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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2 08:14 조회 2,0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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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불교설화 (40회)

관음의 화신 덕숭 낭자
예산 수덕사

『도련님, 어서 활시위를 당기십시오.』

시중 들던 할아범이 숨이 턱에 차도록 채근을 하는데 과연 귀를 쫑긋 세운 노루 한 마리가 저쪽 숲속에서 오 고 있었다.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고 화살이 막 퉝겨 지려는 수간 수덕은 말없이 눈웃음을 치며 활을 거두었 ,『낭자! 나는 그대로 인하여 책을 놓은 지 벌써 두 달, '다.

『아니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몰이를 하느라 진땀을 뺀 하인들은 활을 당기기만 하면 노루를 잡을 판이 기에 못내 섭섭해 했다.

『너희들 눈에는 노루만 보이느냐? 그 옆에 사람은 보이지 않느냐?』

『이 산골짜기에 저런 처녀가?』

하인들은 모두 의아해 했다.

『도련님, 눈이 부시도록 아리땁습니 다. 노루 대신 여인을… 헤헤.』

『에끼 이녀석, 무슨 말버릇이 그리 방자하냐. 자 어서들 돌아가자.』

수덕은 체통을 차리려는 듯 일부러 호통을 치고 갈 길을 재촉했으나 가슴 은 뛰고 있었다. 노루사냥이 절정에 달 했을 때 흘연히 나타난 여인, 어쩜 천 생연분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수덕 도령의 가슴은 더욱 뭉클했다.

「차라리 만나나 볼 것을…」

양반의 법도가 원망스럽기조차 했다.

『이랴.』

마상에서 멀어져가는 여인을 뒤로 하고 집에 돌아왔으 나 들떠있는 수덕의 가슴은 진정되지를 않았다. 책을 펼 쳐도 글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눈에 어리는 것은 여 인의 모습뿐. 하는 수 없이 도령은 할아범을 시켜 그 여 인의 행방을 알아오도록 했다. 할아범은 그날로 여인이 누구이며 어디 사는가를 수소문해 왔다.

그녀는 바로 건넛마을에 혼자 사는 덕숭 낭자였다. 아 름답고 덕스러울 뿐 아니라 예의범절과 문장이 출중하여 마을 젊은이들이 줄지어 혼담을 건네고 있으나 어인 일 인지 모두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덕 의 가슴엔 불이 붙었다. 자연 글읽기에 소홀하게 된 수 덕은 훈장의 눈을 피해 매일 처녀의 집 주위를 배회했 다. 그러나 먼 빛으로 스치는 모습만을 바라볼 뿐 낭자

를 만날 길이 없었다. 어느 날 밤. 가슴을 태우던 수덕은 용기를 내어 낭자의 집으로 찾아 들었다.『덕숭 낭자, 예가 아닌 줄 아오나….』『지체 높은 도련님께서 어인 일이십니까?』

대장부 결단을 받아주오.』

두 볼이 유난히 붉어진 낭자는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일찍이 비명에 돌아가신 어버이의 고혼을 위로하도록 집 근처에 큰 절 하나를 세워 주시면 혼인을 승낙하겠습 니다.』

『염려마오. 내 곧 착수하리다.』

마음이 바쁜 도령은 부모님 반대도, 마을 사람들의 수 군거림도 상관치 않고 불사에 전념했다. 기둥을 가다듬 고 기와를 구웠다. 이윽고 한 달만에 절이 완성됐다. 수 덕은 한걸음에 낭자의 집으로 달려갔다.

『이제 막 단청이 끝났소. 자 어서 절 구경을 갑시다.』

『구경 아니하여도 다 알고 있습니다.』'

『아니 무엇을 다 안단 말이오.』

그때 였다. 

도련님 저 불길을….』

절에서 불길이 솟구치고 있는 게 아닌가. 수덕은 흐느

끼며 부처님을 원망했다.

낭자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수덕을 위로했다.

『한 여인을 탐하는 마음을 버리고 오직 일념으로 부처 님을 염하면서 절을 다시 지으십시오.』 수덕은 결심을 새롭게 하고 다시 불 사를 시작했다. 매일 저녁 목욕재계하 면서 기도를 했으나 이따금씩 덕숭 낭 자의 얼굴이 떠오름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마다 일손을 멈추고 마음을 가다 듬으며 절을 완성 할 무렵 또 불이 나 고 말았다.

다시 또 한 달.

드디어 신비롭기 그지없는 웅장한 대웅전이 완성됐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수덕은 흡족한 마음으로 합장을 했 다.

『도련님, 소녀의 소원을 풀어주셔서 그 은혜 백골난망이옵니다. 이 미천한 소녀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마침내 신방이 꾸며졌다. 촛불은 은 밀한데 낭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부부간이지만 잠자리만은 따로 해주세요.』 ‘

이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수덕은 낭자를 덥썩 잡았 다/

순간 뇌성벽력과 함께 돌풍이 일면서 낭자의 모습은 문밖으로 사라졌고 수덕의 두 손에는 버선 한짝이 쥐어 져 있었다. 버선을 들여다보는 순간 눈앞에는 큼직한 바 위와 그 바위 틈새에 낭자의 버선 같은 하얀 꽃이 피어 있는 이변이 일어났다. 신방도 덕숭 낭자도 세속의 탐욕 과 함께 사라졌다. 수덕은 그제야 알았다. 덕숭 낭자가 관음의 화신임을.

그리하여 수덕은 절 이름을 수덕사라 칭하고 수덕사가 있는 산을 덕숭산이라 했다. 지금도 수덕사 인근 바위 틈에서는 해마다「버선꽃」이 피며 이 꽃은 관음의 버선 이라 전해 오고 있다.

-심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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