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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들꽃을 닮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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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85호 발행인 발간일 2006-12-01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종단 서브카테고리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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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박묘정 보살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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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6 15:43 조회 3,6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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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들꽃을 닮고자

헤어지기 싫어 끝내 가지 않겠다던 가 을이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여름의 끝자 락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하던 나뭇잎들도 예쁘게 물들기 시작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가을이 늦게 시작되었 다. 나뭇잎 한 두 잎이 물들기 시작하더 니 어느 틈엔가 내기라도 하듯이 모두 모두 물들었다.

이제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어느 누가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말 하듯이 모든 사람들이 차분하게 다음 계절을 준비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때로는 가슴시린 추억에 잠자기도 하고 아름다운 추억 여행을 하기도 한다. 낙엽 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산!

낙엽위에 누워본다. 아주 작은 가냘프 고 외로운 꽃 한송이 아무도 돌보지 않 는 낙엽쌓인 가을 산에 외롭게 핀 꽃, 너무도 애잔한 아름다움에 취해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가로등 하나 둘 켜지는 가을 저녁.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내 인생을 돌아 본다. 허둥지둥 다려온 인생 어느 노랫가 락의 가사처럼 “생를 마감할 때 내 인생에 후회는 없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점점 깊어가는 가을을 보며 나는 초조 해 진다. 내 인생에 아직 이렇다 할 아름 다운 흔적 하나 남기지 못했다. 지금 부 터라도 준비를 해야겠다. 하지만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을 모르겠다.

아마 끝까지 해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 겠다. 나름대로 열심히 바쁘게 산 것 같은데…

돌아보면 아무것도 남은 것 같지 않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가?

울긋불긋 물 든 나무들을 본다. 나무 어디에 저렇게 아름다운 색깔을 간직하고 있다가 가을에 맞추어 일제히 예쁜 물감 을 칠 했을까? 정말 위대한 힘이다!

어느 예술가가 나무의 재주를 따를 수 있을까? 마지막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나뭇잎들은 우리들에게 큰 감 동을 주며 사라진다.

우리도 마지막 순간 가장 아름답게 빛 날 수 있는 인생이라면 “후회는 없었노라" 말할 수 있는 최고의 인생이 아닐까?

가끔 TV나 신문을 보면 예전에 영화배 우였으나 말년에는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위해 생의 마지막 날까지 봉사한 사람,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오 지에서 평생 의료봉사하는 사람들이 나온 다. 이런 사람들이 마지막을 가장 아름답 게 장식하는 나무와 같은 인생이 아닐까?

그러나 우리 모두 그런 위대한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야산이나 들판에 아무렇게 나 핀 꽃들. 그들도 나름대로 얼마나 청 초한 아름다움인가?

욕심과 자만, 아상 이 모든 것을 멀리 한 채 누가 보지 않아도 저 혼자 열심히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욕심없는 삶 이런 삶도 후회없는 삶이 아닐까?

나도 욕심을 버리고 이름 없는 들꽃과 같이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가까운 가을 산을 찾아 이름 모를 많은 풀들과 꽃들을 찾아보고 그들의 아름다운 삶의 흔적을 마음껏 느끼고, 마지막을 가 장 아름답게 빛내고 있는 나무들에게 찬 사를 보내 주고 싶다, "그대들은 정말 최 고의 삶을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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