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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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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31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10-15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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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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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7:53 조회 2,6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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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이하며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

날마다 찌푸린 얼굴로 하루에도 여러 차 례 비를 뿌리던 하늘이 모처럼 환하게 웃 고 있다. 밝은 햇살이 온 세상을 골고루 비 춰 주어서 나무와 풀들만 아니라 모든 살 아있는 생물들에게 축복을 내려 주고 있다. 내 가슴에도 늘 먹구름이 가득 끼어 있어 몸과 마음이 천근처럼 무거웠는데 오늘 드 디어 밝은 햇살을 받아 날아 갈 듯 가벼워 졌다.

조용하던 아파트 놀이터에도 아이들 떠 드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아이들이 재 미있게 뛰어 다니는 소리가 활력소가 되어 내게도 힘이 솟는 것 같다. 조금 멀리 내려 다 보니. 하천에도 오늘 따라 물이 힘차게 흐르고 나무돌도 초록빛을 더하고 있다.

며칠 전만 해도 태풍 곤파스의 위력으로 너무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빨리 일으켜 세우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여 러 날이 지나도록 그냥 방치하고 있어 안 타까뭤다. 쓰러진 나무들을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비가 자주 오고 흐린 날이 많아 죽자 않고 생명은 이 어 가고 있다. 나무들이 쓰러진 채로 그대 로 시들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우 리들의 가슴도 목이 마르다 못해 타 들어

가는 것 같다.

지난 일요일 절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 데 그 곳에 쓰러져 있던 나무들이 모두 세 워져 있고 다시 쓰러지지 않게 버팀목으로 잘 잡아 주었다. 도저히 살 가망이 없는 나 무는 깨끗이 치워버렸다. 쓰러졌던 나무들 은 버팀목에 의지해서 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다시 새로 심을 때까지 잘 버티어준 나무들의 힘이 놀랍다. 죽음 직전까지 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 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나무들의 의지력은 우 리 사람들도즈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다.

그렇게 맹위를 떨치던 여름은 어디엔가 살짝 숨었는지 아침 저녁은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계절의 변화는 신기하게도 때 를 놓치지 않는다. 아파트 베란다에도 어김 없이 가을은 찾아 오고 있다. 태양빛은 가 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라도 하 려는 듯 따갑기만 하다.

난 이 가을 볕에 적은 양이지만 빨간 고 추를 말리기 위해 깨끗이 씻어 마른행주로 닦아 놓았다. 널어 말릴 채반을 찾느라 한 참 동안 나 혼자 바빴다. 드디어 채반에 넓 게 펴서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놓고들 여다 보고 있다. 베란다는 햇빛이 들어 오 는 공간이 좁아 계속 조금씩 옮겨 주어야 한다. 햇빛을 받아 고추는 더욱 빨간 색깔 로 빛나고 있다, 고추의 빨간 색깔이 파란

가을 빛과 어울려 더욱 반짝이고 있다. 그 어떤 꽃 보다 더 예쁘다.

가을이 마치 우리 집으로 찾아온 것 같 다. 집안이 가을 빛으로 조금씩 물들어 가 고 있다. 빨간 고추로 인해 하나 가득 가을 을 안고 있는 것 같다. 채반에 널어놓은 빨 간 고추를 보고 있는 내 마음도 가을 빛으 로 물들어 파란 하늘의 새하얀 뭉게구름처 럼 가볍고 깨끗해 진 것 같다.

이 고추는 남편의 회사 뜰에 조그맣게 밭 을 일구어 심어 놓은 곳에서 자라던 것이 다. 여름 내내 직원들 점심때에 싱싱하고 맛있는 먹을 거리를 제공해 주던 그 고추 가 가을이 되어 빨갛게 익어서 조금 따 가 지고 온 것이다. 빨간 고추를 그냥 먹어 버 리기 아까워서 말려 보기로 했다. 농사가 잘 되었는지 고추가 아주 탐스럽게 잘 자 라 예쁘게 익었다. 소중한 고추를 잘 말려 겨울에 가족들이 먹을 음식 만들 때 조금 씩 넣을 생각이다. 시중에서 돈을 주고 사 는 것과는 무엇이 달라도 다를 것이다. 땅 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 조그만 땅에서도 이렇게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니 땅의 고마 움을 느끼게 해 준 좋은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게 될 것이다.

올해의 가을은 더욱 특별하다. 여름 동안 계절이 자기 멋대로 왔다 갔다 하고 우리 나라가 마치 아열대 지방처럼 하루에 몇 차례씩、소나기가 내렸다. 늘 흐리고 습한 날씨에 사람들 기분 마저 우울하게 만드는 날씨였다.

우리들은 그 동안 우리나라 날씨의 고마 움을.모르고 지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의 4계절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줄은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여름 같은 날씨만 1년 내내 계속 된다면 새%것이 얼만나 자루하고 힘들까? 또 건걍에돈바 은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생각 조차 하거 싫다.

오늘 같이 화창하고 서늘한 가을이 있어 여름도 견디기 어렵지 않다. 하늘은 높고 파랗고 공기도 맑고 깨끗하다. 지상의 낙원 이라고 한다면 조금 과장 되기는 해도 아 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제 가을의 시작이다. 가을은 바쁜 계절 이기도 하다. 저마다 좋은 결실을 맺기 위 해 노력하는 계절이다 나도 막연하지만 가 을을 맞이하여 무엇인가를 해 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거창한 계획은 필요 없 다. 내가 지금 있는 위치에서 아주 작은 일 이라도 내게 주어 진다면 최선을 다 할 생 각이다.-박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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