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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불교영화 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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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31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10-15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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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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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8:10 조회 3,0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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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영화에서 불교보기 (12회)

한국 최고의 불교영화 만다라

영화〈만다라〉를 보고 밖으로 나왔을 때 날은 어둑어둑하게 바뀌어 있었습 니다. 오후 서너 시 밖에 안됐지만 두 껍고 낮게 내려앉은 회색 구름 때문 에 저녁이 다 된 것처럼 여겨졌습니 다. 내 마음도 하늘을 덮고 있는 짙고 무거운 구름처럼 무거웠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힌 것처럼 답 답하고 절망적인 감정에 사로잡혔지 요.

그런데 이런 감정에 사로잡혔던 이 유는 영화 때문이었습니다. 좀 전에 봤던 영화〈만다라〉의 주인공에게 완 전히 감정이입이 돼 너무나 강렬한 절망감과 슬픔에 사로잡혔던 것입니 다. 그날의 그 강렬했던 느낌 때문에 20여년이 지난 영화지만 여전히 생생 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만다라〉는 참 어두운 영화였습니 다. 영화를 지탱하는 또 다른 주인공 인 지산스님(전무송 분)의 처지가 신 산하고 또 그가 느끼는 감정이 어두 워서, 그리고 마지막 자살을 통해 마 감하는 그의 삶이 너무나 절망적이어 서 보는 내내 안타깝고 괴로운 영화 였습니다.

영화는 법운스님(안성기 분)이라는 여법하게 수행을 잘하는 수자가 지산 이라는 '파계승을 통해 삶의 이면을 경험하면서 깨달음을 얻고, 그래서 마 침내 자신의 삶의 자양분으로 삶는 게 기본 골격입니다.

대승불교의 두 축인 ‘상구보리 ’와 ‘하화중생’에서 지금까지 법운은‘상구보리’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산을 통해 ‘하 화중생’ 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 니까 선방에서 깨달음을 찾던 승려가 세속의 나락에 떨어져서 추악한 현실 에서 오히려 깨달음을 체험하게 된다 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법운 수자가 안거를 끝내고 만행 길에 올랐다가 버스에서 지산스님을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당시는 군부정권 때라 버스에 서 불심건문을 받게 됩니다. 승려증도 주 민등록증도 없는 지산 스님은 검문소에 끌려 가게 되고 같은 승려 로서 일종의 책임감을 느낀 법운이 그를 변 호해주러 따라가면서 인연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지산과 의 만남에서 법운은 묘한 끌림을 느 낍니다.

줄담배를 피우고, 사찰이고 법당이 고 가리지 않고 술을 퍼마시는 등 일 찌감치 계율 같은 건 지킬 생각도 안 하는 지산이지만 그에게서 법운은 순 수한 절망을 봅니다. 적당하게 계를 지키고 적당하게 살아가는 다른 승려에게서는 일찍이 경험 하지 못한 극한의 절망입니다. 지산의 순수한 고통이 법운에게 묘한 매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법운은 모두들 “땡초‘라고 비웃 는 지산과 어울려 다니면서 그의 내력을 듣게 됩니다.

지산은 원래 올곧은 수행자였 습니다. 고시공부를 하다가 불교 에 심취해서 홀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산으로 들어온 지산은 정말 열심히 수행했습니다. 결재 가 끝나고 모두를 만행을 떠났을 때도 그는 수행에 박차를 가했습 니다. 그러나 그의 심층의식에 자리 잡은 욕망은 수행이 깊어질 수록 더 강렬해졌고, 결국 그는 이 치열한 싸움에서 욕망에게 백

기를 들게 됩니다소 ’:

지산어 머물던 사찰에 요양하러 왔 던 여대생과의- 사이에 염문이 챙겨나고,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그는 승적 을 박탈당합니다. 6때부터 그의 인생 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원효대 사는 요석공주와의 하룻밤에서 설총 이라는 아들까지 얻었지만 이에 굴하 지 않고 더욱 하심하고 수행하여 우 리나라 최고의 고승이 되었는데 지산 은 이런 큰 스님의 그릇이 못됐던 것 입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처럼 고승대덕의 씨도 따로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하면서 지산은 자신 을 더욱 학대하였습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여자를 탐하고,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낭비했습니다.

이렇게 막 살면서도 지산은 편치 않 았습니다. 그는 심한 고통을 느끼며 자신의 나약함을 혐오했습니다. 그의 이상은 언제나 더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큰 삶일수록 고통이 따르게 되는 것이지 요. 적당하게 속물적인 자신에게 별 불만이 없다면 그냥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지만 순수한 지산은 자신의 타 락을 조금도 용서하지 못했고, 허무와 고독을 십자가처럼 지고 사는 존재였 습니다.

지산은 이런 자신의 처지를 인간의 한계로 여겼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런 극단의 허무와 고통에서 결코 헤어날 능력이 못 된다고 본 것이지 요. 깨달음을 얻어 모든 고통에서 벗 어나는 것은 부처님과 같은 선택받은

소수에 해당하고 이는 헛된 희망이라 는 것입니다. 이 비극을 끝낼 방법은 자살뿐이라고 생#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는 어느 눈 오는 날 들판에서 현생과 작별했습니다.

지산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제 지산의 고통은 끝났 을까, 하는 의문요. 그러나 불교의 윤 회관에 입각해서 보면 현생은 미래세 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숙제는 다음 생으로 미 뤄진 것이니 그는 다시 그 고통과 비 극이라는 숙제를 안아야 하는 것입니 다. 그런 까닭에 지산은 그렇게 쉽게 죽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살 아남아서 자신이 천형으로 부여받은 고통과 허무를 해결히기 위해 노력해 야 했습니다.

한편 지산의 시신을 데려와 다비식 을 치러준 법운은 어머니를 만날 결 심을 합니다. 법운의 어머니는 어린 법운을 버리고 재가를 한 여인입니다. 그래서 법운의 가슴 한 쪽에는 어머 니에 대한 증오와 그리움이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산의 죽음 을 목격하면서 법운은 어떤 마음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엄마에 대한 증오 와 그리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의 존재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고통에서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합니다 .

법운은 왜 심경의 변화를 경험하게 됐을까요? 아마도 지산의 고통을 옆 에서 지켜보면서 사는 것은 다 고통- 이고, 그 누구의 삶도 예외가 없다는 보편적 진리를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통찰은 오랜 시간 생 채기로 남아있던 엄마에 대한 감정까 지 녹여냈던 것 같습니다. 깨달음을 추구하면서 흘로 고고한 학처럼 선방 을 지킬 때는 극복하지 못했던 감정 을 오히려 질펀한 인생사 속에서 극 복해낸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 화는 ‘상구보리’ 보다는 ‘하화중생’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법운스님이 길고 먼 만행 길에 오르면서 끝납니다. 삶은 여전히 고달프고 깨달음은 요원하지 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묵묵 히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슬프고 무 거웠던 영화는 막을 내렸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75번째 작품인〈만다 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그간 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임 감독은〈만 다라〉를 통해 그의 존재를 세상에 알 리게 됐으며, 이 작품을 시작으로 영 화의 예술성에 눈 뜨기 시작했으니 이 영화는 임 감독에게는 툭|하 영- 화인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창1 자료원에서 임 권택 감독 특별전을 개최할 때〈만다라〉가 오프닝을 장식 했러 것입니다.

또한〈만다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불교영화입니다. 실재 승려였던 작가 김성동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영 화는 작가의 특별한 경험이 녹아있어 그 어떤 불교영화 보다도 진정성과 함께 구도의 열정을 엿볼 수 있기에 최고의 불교영화인 것입니다. 그래서 〈만다라〉는 외국에서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수작으로 알려져 있는 것입 니다.

-김은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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