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늙어 가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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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31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10-15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문화2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자인행 필자법명 - 필자소속 운천사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7:54 조회 2,873회본문
정말 오랜만에 배낭을 메고 등산화 에 등산복 차림으로 산에 올랐다. 코 끝을 간지럽히는 풀잎향기 가득 업 은 바람은 내 겨드랑이를 들어 올리 고, 아직은 조금 따가운 초가을 햇살 이 내 등을 밀어 발걸음이 가벼운 기 분 좋은 산행을 상상하면서 산 입구 에 들어섰다. 오늘 산행은 몇몇 보살 님과 그리고 각자님 몇 분과 같이 동 행했다. 그중에는 부부도 한 팀 있었 는데 그분들은 처음부터 손을 꼭 잡 고 힘들어 하는 보살님을 각자님이 끝까지 잡은 손을 한번 놓지 않으:며 두어 시간을걸어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들 중에서 제일 마지막에 도착 했지만 정상에 서서 산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보살 님과 연신 이마위로 흐르는 땀을 수 건으로 훔치면서 보살님을 쳐다보는 각자님의 따사로운 눈길은 산 정상 바위 위로 쏟아지는 초가을 햇살보 다 더 밝고 눈부셨다. 서로가 고희
를 바라보는 '나이까지 살면서 저 부부라고 어찌 다툼 한 번 없었을 까마는 오늘 그분들의 모습은 평생 서로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살아온 부부 같이 보인다.
우리는 다녀갔다는 표시로 정상에 서 모두 사진 한 장씩 찍었다. 물론 그 부부는 서로의 다정함을 한껏 과 시하며 둘만의 포즈로, 너무 심하게 다정한 것 아니냐며 우리들이 짓궂 게 놀려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굳 센 애정을 보이면서 그렇게 사진을 찍었다.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우리들 때보 다 훨씬 감정표현이 솔직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길에서나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서로 다정한 포즈나 혹은 가벼운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젊어서 그러한지 그 모습 이 매우 싱그럽고 푸르름까지 느껴 지곤 했다.
그러나 이른 아침 집 근처 공원이나 가까운 약수터에서 손을 잡고 가 는 노부부들의 모습에서는 싱그러움 이나 푸르름은 없지만 노을빛 같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보는 이로 하여 금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 게 한다. 삶의 깊이가 더해진 애정은 보는 이조차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모로아는 “진실하게 맺어진 부부는 젊음의 상 실이 불행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왜 냐하면 같이 늙어 가는 즐거움이 나 이 먹는 괴로움을 잊게 해주기 때문 이다” 라고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 어간다는 것은 결코 즐거움이라 표 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불교에서도 설한 사고 중의 하나로 우리들을 항상 힘들 게 하고 참고 이겨내기 어렵게 만든 다. 그런데 모로아의 ‘같이 늙어가는 즐거움’이라는 표현은 아마도 같이 한 시간을 이야기 한 것 같다. 같이
살아온 시간이 행복했다면 당연히 같이 늙어가는 즐거움이 있었을 것 이다.
같이 늙는 것조차 행복하게 서로가 느끼게 하는 부부, 현실 속에서 가능 한 것인지 지금 내 나이에서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지만 혹시 있다면 오 늘 나와 함께 산행한 그 부부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살가운 말 한마디 하지 않지 만 힘겨워 숨을 헐떡이는 보살님을 이끌고 끝까지 산 정상에 오르는 각 자님과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끝까 지 따라가는 보살님을 보면서 묵묵 히 앞서 걸어가는 우리정사님 등과 보살님을 꼭 잡은 각자님의 손이 비 교되면서 조금은 부러움이 내 마음 에 가라앉는다.
십수 년 후 산행 길에서 나도 손 잡혀 산 정상까지 끌려 올라가는 행 복함을 맛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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