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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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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1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3-30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정성준 교수의 후기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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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정성준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전임연구원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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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0 10:04 조회 2,2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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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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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준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전임연구원


티벳 <사자의 서>는 사망 후 중음의 단계에 있는 망자들을 위한 경전이지만 사실상 살아있는 유정들을 위한 경전이 다. <사자의 서>는 생전에 죄악을 많이 지은 자들에게 대한 경고이다. 이름 높은 성직자라도 수행의 힘이 부족하면 중음 의 단계에서 마음의 환영에 고통 받고 윤 회에 떨어진다고 경고한다. 생전 유정의 의식은 자신의 육체와 깊이 결합되어 있 다. 사망 후 육체와의 결합으로부터 자유 로워진 의식은 자신에게 육체가 존재하 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이 만들어 낸 자아를 여전히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중 음의 단계에서 보이는 자아와 육체는 상 상이자 환영이다. 사후 유정들의 의식의 질은 사후에 전 이된다. 마음을 닦지 못한 부자의 사후에 후손들이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제사를 지내주어도 부자가 선한 마음을 닦지 못 했다면 그의 사후여행은 고통과 공포만 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의 마음이 만 들어낸 환영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후에 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생전의 현실에 서 그의 마음이 이웃이나 세상에 대해 이 기와 소유의 마음만이 남아있다면 그는 이미 악도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자의 서>는 사후의 세계를 논 하지만 실제는 생전에 마음을 닦을 것을 가르치는 교훈을 던진다. 중국에 달마대사가 선불교를 개창한 후 당조의 선을 크게 발전했다. 당시 선 사들은 앉아서 입적하는 좌탈입망(坐脫 入亡)의 풍속이 크게 유행한 때도 있었다. 수행이 성숙하면 자신의 사망 시기를 알 수 있는 것 같다. 석가모니붓다는 제자들 에게 수식관(數息觀)을 지도하였는데 수 식관은 마음과 함께 명(命)과 풍(風)을 함 께 관상할 것을 설한다. 의식을 통해 생 명의 온기를 나르는 풍을 관찰하면 죽음 이 다가오면서 생명의 뿌리가 옅어짐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자의 서>는 사후의 세계를 논하지만 실제는 생전에 마음을 닦을 것을 가르치는 교훈을 던진다


임종이 다가오면 징조에 대해 <사자의 서>에는 사대와 오온이 해체되는 과정 으로 설한다. 마치 집이 부서지는 것처럼 먼저 색온 가운데 지대가 해체되면 육체 의 근골격계가 약화되어 서거나 걷기 힘 들어 진다. 수대가 해체되면서 몸의 진액 이 마르고 피부가 건조해진다. 화대가 해 체되면서 몸의 체온조절이 불가능해진 다. 풍대가 해체되면 몸의 순환계가 느려 지면서 혈액의 순환과 호흡의 장애가 온 다. 이때 즈음이면 죽음을 앞둔 자는 침 대에 누워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수온이 해체될 때에 외계의 의식적 수용이 불가 능해지고 상온이 해체되면서 기억의 연 상작용이 불가능해진다. 행온이 분해될 때는 생전의 의식작용이 단절되고 식온 이 분해될 때 비로소 의식과 명근의 단절 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유정의 죽음이다 . 

그러나 의식은 여전히 육체에 머물러 있으며 이때 임종자는 최초로 광명을 경 험하게 된다. 사후에 일어나는 광명의 경 험은 여러 차례 이루어진다. <비밀집회 딴뜨라>는 광명에 대해 ‘법신의 빛이며 의식의 바다’라고 설명하였다. 자신의 본 성에서 비롯된 순수한 빛인 것이다. 유정 은 생전에 표층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사 후에는 중음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삶으 로부터 죽음으로 전이하는 과정에서 의 식의 지배영역에 대한 공백이 생기는 것 이다. 사자가 최초 경험하는 광명은 법 신의 광명이다. 

생전에 수행을 많이 하면 광명을 보자마자 본성임을 알아차리고 해탈을 얻는다고 한다. 광명의 지속시간 도 길다. 그러나 수행이 부족하면 광명을 두려워하게 되며 그 시간도 짧다. 광명을 체험한 후 육체 전신에 퍼져있 던 생명의 기운은 육체 중심에 소재한 중 맥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의식과 함께 육 체로부터 빠져 나가는데 수행이 높으면 의식은 정수리의 범혈을 통해 빠져 나간 다. 반면 삼악도에 떨어질 경우 육체의 다른 위치를 통과해 빠져 나간다. 사자의 죽음 후 육체의 온기가 남아있는 곳을 가 늠하면 그가 사후에 경험할 세계를 짐작 한다고 한다. 육체를 빠져 나온 사자는 완전한 중음신을 이루게 된다. 이때 중음 신은 환신이라 부른다. 그것은 실제의 몸 이 아닌 의식이 만들어 낸 가상의 몸이 라는 뜻이다. 

이때 사자는 두 번째 광명 을 경험하게 되며 해탈의 두 번째 기회를 마주한다. 평소 자신이 만들어 낸 의식적 환상으로부터 본성을 경험할 절호의 빈 틈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초 광 명보다 지속시간은 짧다. 이때부터 육신 은 비로소 부패하기 시작한다. 



사자의 죽음 후 육체의 온기가 남아있는 곳을 가늠하면 그가 사후에 경험할 세계를 짐작한다고 한다


<사자의 서>에 남겨진 나머지 여정은 마음의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 의 해체이며 자신이 생전에 남겨놓은 의 식적 흔적을 마주하면서 공포와 도피, 또 는 환희와 행복을 경험하면서 악도나 천 상, 또는 붓다가 거주하는 정토로의 재 탄생과정을 설한다. <사자의 서>는 빠 드마삼바와가 탐구한 사후세계의 기록 이다. 그러나 <사자의 서>는 사후세계에 대한 불가피한 현상이나 사후세계의 절 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마치 여행서 와 같이 주관적일 수 있지만, 많은 참조 가 되는 안내서이다. <사자의 서>는 한 가지 교훈을 남긴다. 그것은 살아있는 자 의 생전 의식이 사후에 영화처럼 펼쳐 질 사후여정의 그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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