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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장소에 맞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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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99호 발행인 발간일 2008-02-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설화 / 교리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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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최영해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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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6 14:27 조회 4,0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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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불교설화 (19회)

때와 장소에 맞는 말
- 잡보장경

옛날 사위성 안에 재물이 많은 장자가 있었다. 이 장자는 차례대로 사문을 집으 로 청해서 공양을 올리곤 했다. 사리불과 마하라의 차례가 되었다. 그들이 장자의 집에 갔을 때에 장자에게는 매우 큰 경사 가 겹쳤다. 장자의 아들들이 멀리 장사를 나갔다가 많은 돈과 보물을 벌어서 집으 로 돌아왔고, 또 국왕은 장자에게 영토를 봉해 주었으며, 장자의 부인은 마침 아들 을 순산했다. 이런 경사 속에 사리불과 마 하라는 장자의 공양을 후하게 받았다. 공 양이 끝나자 사리불은 장자 집안을 위해 축원을 해 주었다.

“오늘 좋은 과보를 받아 재물과 돈이 많이 모이게 되어 마음이 매우 기쁘고 즐 겁다. 이러한 즐거움과 기쁨 가운데 늘 신 심을 내어 부처님을 생각한 다면 오늘처럼 훗날에도 이 러한 과보를 받을 것이다.”

이 축원을 들은 장자는 마음이 너무도 기뻐서 아주 희귀한 천 두 필을 사리불 에게 보시했다. 그러나 마하 라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 았다. 그래서 마하라는 절에 돌아와서도 섭섭한 마음이 풀리지 않아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 사리불이 보시를 받은 것은 그 축원이 장자 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다. 나도 그 축원을 외워야겠 다.’

그래서 즉시 사리불에게 가서 간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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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축원은 항상 쓰는 것이 아닙니다. 쓸 때가 있고 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사리불은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마하라 의 끈질긴 간청을 계속 거절할 수가 없었 다. 그래서 사리불은 그 축원을 마하라에 게 일러주었다. 마하라는 그 축원을 달달 외웠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차례가 와서 축원을 외게 되면 아주 멋들어지게 외리 라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의 세월이 지나 마침 마하라가 웃 어른이 되어 그 장자의 집에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장자의 아들들이 멀리 장사하러 나갔다가 손해를 보고 많은 보물을 잃어 버렸다. 장자의 부인 또한 관가의 일에 걸 려 고생을 하고 있었으면 또 태어난 아이 도 죽고 없었다.

그러나 마하라는 공양이 끝나자 사리불 에게 배운 축원 그대로 멋들어지게 외웠 다.

“오늘같이 훗날에도 이러한 과보를 받 을 것이다.”

이 축원문을 듣고 있던 장자는 노발대 발하여 마하라 사문을 두들겨 패고는 문 밖으로 내동댕이치다시피 하여 쫓아내었 다.

갑자기 두들겨 맞고 쫓겨나온 마하라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서 여기를 빠져 나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아픈 몸을 끌고 가 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왕을 위해 심어 놓 은 깨밭을 가로질러 갔던 것이다. 심어 놓 은 모종이 다 부러졌다. 이때 그 깨밭지기 에게 걸려 또다시 심한 채찍질을 당했다. 마하라는 거의 신음소리에 가깝게 깨밭지 기에게 물었다.

“무슨 잘못이 있기에 이처럼 때리는 가?”

깨밭지기는 그 이유를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마하라는 다시 터벅터벅 걸어 몇 리쯤 가다가 어떤 사람이 보리를 베어 쌓아 둔 보릿단 무더기를 만났다. 당시의 풍 속에는 처음 그 보릿단을 본 사람은 오른 쪽으로 돌아야 한다. 오른쪽으로 돌면 풍 년을 비는 것이지만 왼쪽으로 돌면 불길 하다는 징조를 나타내는 겻으로 되어 있 다. 마하라는 그 보릿단을 왼쪽으로 돌아 나갔다. 주인은 화를 내며. 몽둥이로 마하 라를 내리쳤다. 마하라가 다시 무슨 이유 로 때리는가를 묻자: 주인이 말했다.

“너는 왜 보릿단을 오른쪽으로 돌면서 ‘많이 들어오라’고 축원하지 않는가. 우리 의 풍속을 어겼기 때문에 너를 때리는 것 이다.”

마하라가 그곳을 떠나 얼마를 가다가 장 사지내는 무리를 만났다. 마하라는 보릿단 생각이 나서 무덤을 오른쪽으로 돌면서

“많이 들어오라. 많이 들어오라” 하며 축원을 했다. 이 소리를 들은 상주가 그를 붙잡아 마구 패면서 말했다.

“너는 죽은 사람을 보았으면 불쌍하게 생각하여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말라고 해야 하거늘 무슨 이유로 많이 ‘들어오라’ '많이 들어오라’ 하는가?”

실컷 맞은 마하라는 백배 사죄하고 지 금부터는 당신 말대로 하겠다고 하고 그 곳을 떠났다. 또 얼마 후 어느 마을을 지 나다가 결혼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집 을 만났다. 그는 상주의 말대로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말라”고 하였다가 거기 모 인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아 머리까지 깨 졌다.

그는 그곳을 겨우 빠져나와 미친 듯이 달려가다가 비둘기를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에 걸려서 넘어졌다. 그래서 그물 가 까이에 앉아 있던 비둘기들이 놀라서 모 두 달아나 버렸다. 머리끝까지 화가 오른 사냥꾼은 막대기로 마구 두들겨 팼다. 마 하라는 이제 지칠 대로 지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사냥꾼에게 용서를 빌 었다.

“나는 곧은 길로 간다고 갔는데 정신이 없어 그만 그물에 걸렸습니 다. 너그러이 생각하여 용서 해 주십시오.”

사냥꾼이 말했다.

“당신은 침착하지 못하고 허둥댔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왜 침착하게 걷지 못하는가.”

마하라는 다시 그곳을 떠 나 도중에서 빨래하는 사람 들을 만났다. 그는 빨래터 근처에 으르자 사냥꾼의 말 이 생각나서 마치 고양이 걸 음처럼 조심조심 걸으며 머 뭇거렸다. 그러자 빨래하던 사람들은 옷을 훔치러 온줄 알고 그를 잡아 또 두들겨 팼다. 마하라는 그물에 걸렸다가 매맞은 이야기를 한 뒤 또 실수를 할까봐 조심조 심 걷는 중이라고 해명을 하고 풀려 났다. 마하라는 겨우 제타 절에 이르러 여러 비 구들에게 말했다.

“나는 전날에 사리불이 했던 축원을 외 다가 큰 봉면을 당했다. 매를 맞아 거의 죽을 목숨을 겨우 건졌다.”

이 말을 들은 비구들은-마하라를 데리 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마하라의 이야기 를 자세히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말 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지금부터는 설법을 하거나 축원을 할 때에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 야 한다. 그리고 보시와 계율과 인욕과 정 진과 선정과 지혜를 닦는 것도, 그리고 근 심하거나 슬퍼하거나 기뻐하거나 즐거워 하는 것도 모두 때와 장소를 따라 해야 하 느니라.”

무릇 깨달음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 고 모방하는 수행자의 모습은 참 진리에 도 달하지 못한 우리들 중생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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