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와 현실 정치, 그리고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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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92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03-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박희승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03-12 13:23 조회 1,001회본문
불자와 현실 정치, 그리고 선거
4년마다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4월이다.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후보 공천과 선거 준비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 사회에서 선거는 축제이다. 우리나라 국가 질서의 근본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국가 권력이 국민을 위해 바르게 정치를 하는지 잘못하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은 선거 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그런데 선거 때가 되면 여와 야,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다투니 정치에 신물이 나고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게 생긴다. 여와 야가 서로의 약점과 허물을 들추어 비판하고 공격하니 국민들의 인식에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자주 보일 수 밖에 없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라면 이런 사회 정치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부처님은 이 세상 만물이 연기(緣起)로 존재한다고 하셨다. 연기란 나와 이 세상의 일체 존재가 서로서로 의지하여 존재할 뿐 독립적인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의 세계관이다. 이렇게 세상 만물, 만사를 연기로 보게 되면 정견이 서고 반야 지혜가 나온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지지고 볶고 치열하게 갈등하는 사회 정치 현실도 그대로 연기로 존재함이다. 여도 연기고 야도 연기로 존재한다. 나도 연기로 존재하고 너도 연기다. 여와 야, 진보와 보수도 모두 연기로 존재하니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이것을 대승에서는 불이(不二) 중도(中道)라 한다. 대승적으로 보면 여당도 야당도 중도 연기로 존재하니 둘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다투고 갈등하는가? 자기 본성을 모르고 ‘내가 있다’ ‘내가 옳다’고 착각하고 집착하니 나와 남을 다르게 보고 분별하고 시비하여 이기려고 한다. 나와 남을 가르고 내 편과 네 편을 나누고 승부심으로 권력을 다투니 대립과 갈등이 멈출 날이 없는 것이다.
특히나 세속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연기법을 모르니 자기 본성을 알지 못하고 ‘내가 있다’는 착각과 분별에 빠져 이기적인 욕망을 추구한다. 나와 내편, 내당을 위한 정치를 하니 상대를 깎아내리고 공격하고 비난하면서 스스로 화와 어리석음에 빠져 진흙탕에 뒹구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불자라면 이렇게 이기적인 욕망으로 지지고 볶고 대립 갈등하는 정치가 그대로 연기법의 이치이니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 공동체가 잘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 연기 무아로 존재한다는 진리를 모르니 이기적인 욕망으로 정치하고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미워하거나 화로 받아들인다면 그 역시 분별에 떨어져 시비심을 내는 것이다. 현실 정치도 연기법으로 보게 되면 여와 야, 진보와 보수의 어느 한 편에 집착하거나 분별하지 않고 바로 보는 지혜가 난다.
이기심과 욕망을 추구하는 정치인이 보일 것이고 반대로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정치인도 보일 것이다. 입으로는 온갖 달콤하고 현란한 말과 정책을 이야기할지라도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말과 함께 행동을 보아야 한다. 국회의원 후보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성취를 이룬 사람인지, 진정 국민과 지역을 대표하는 인격과 역량을 갖춘 사람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후보가 이기심을 버리고 진정 지역 사회와 국민과 나라를 위한 공심을 지닌 사람인지 두루 살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면 투표는 국민이 주인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현실 정치에서 부정적인 모습이 보일지라도 서로 잘하려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는 몸부림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불자라면 우리 공동체를 바르게 이끄는 사람을 뽑는 투표에 반드시 참여해서 주인 된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박희승 / 불교인재원(사)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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