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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밀쌍수 『밀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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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92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03-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밀교법장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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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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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03-12 13:17 조회 1,0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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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밀쌍수 『밀교집』

선밀쌍수는 갑진년 필자가 마음먹은 지정주재라 생각한다. 자료의 희귀성 때문에 형식은 자유롭게 취할 수 밖에 없다. 역사나 문헌, 인물이나 문화재 등 다양한 곳에서 자료를 취할 것이다. 한국불교사에서 선밀쌍수의 행적을 남긴 선사들을 발굴해 정리하는 것은 현대 한국 사찰의 산문에서 종지, 종풍 진작과 관련해 중요한 사업이다. 무상과 무언의 수행 가풍이 의례와 도량이 가득한 밀교와 만나 어떤 조화를 이룰지 그 화해점을 찾아내는 것은 초심자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사찰문화 가운데 밀교와 가까운 것은 범패다. 범패를 평생 해온 스님도 오방색을 부처님색이라 말하지만 오방색의 원리는 알지 못한다. 조선시대부터 출세간의 선수행과 사찰문화의 소재를 제공하는 범패는 한 공간에 마주해 왔다. 조선시대 선사들은 수행에 전념하면서 중생과 인간사회를 위해 범패의 소재에 익숙해져야 했다.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문집에도 이러한 흔적들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조선시대 발간된 문헌을 보면 밀교와 관련된 많은 저술이 출간되었다. 밀교 종단이 절멸한 지경에 있지만 선사들에 의해 선과 밀교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들이 눈물겹게 이루어진 것이다. 동국대학교 불교문화 아카이브사업단은 조선시대 선사들의 문집을 다수 번역했다. 베일에 가렸던 조선시대 선사들의 정신과 삶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선과 더불어 조선시대 밀교 문헌마저 드러내야 선의 정신과 밀교의 문화가 온전하게 조화를 이룬 조선불교의 면목을 볼 수 있다. 

????밀교집????은 조선후기 승려 몽은이 1784년에 간행한 밀교서책이다. 다른 이름으로 『밀교개간집』 또는 『밀교집』이라고도 한다. 몽은은 그의 스승인 위기의 범서를 기초로 설악·연파·혜봉 등과 함께 찬술하였다. 다른 곳에서는 이 책을 밀교의례서라고 말하는데 의례는 밀교의 일부일 뿐이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밀교를 의례와 동일시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른 예로 불교수행을 명상이라 부르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불조에 의해 전승된 불교수행을 명상이란 이름으로 타종교와 공유하는 것은 반갑지 않다. 상업의 시류를 좇아 대중의 편한 시야에 잣대를 맞추면 그것이 곧 말법을 재촉하는 일이다. 

????밀교집????은 환우와 산포의 서가 있다. 책을 개간할 때 도움이 된 속인과 승려의 명단을 보면 사찰의 불사와 범패를 두고 세간의 관리와 백성, 출세간의 승려들이 희사해 출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불사의 소재를 제공하는 밀교는 도량과 의궤, 범패를 제공하고 삼보를 시련에 모셔올 때는 청욕과 공양을 올리고, 참회와 귀의, 발복을 기대하면서 한마당 도량에서 상하가 어울려 흐드러지게 마음을 풀었다. 삼보를 청해 불보살과 중생이 소통하는데 어찌 소홀할 것인가? ????밀교집????은 밀교 전적으로는 종합적 성격을 지닌 점에서 유일하다. 최초 1784년(정조 8) 경상북도 성주 불영산 수도암에서 출간된 사실을 보면 지난 무안 총지사의 기고와 관련해 영호남 가릴 것 없이 조선시대 전도에 밀교의 전승이 산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밀교집????에도 진언에 대해 범어와 한글음의 병기를 시도해 한글 창제의 역사성을 덤으로 부가하고 있다. 이외 의식의 개설방법과 절차, 그리고  등을 자세히 밝혀주고 있다. 행문에는 택일과 장소, 관문에는 관심법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선밀쌍수와 관련해 주목할 내용이다. 특히 대일여래의 오지와 오불을 밀교의 관법 중에 등장시키고, 여기에 만다라단, 수인, 작단법 외 양부만다라가 등장하여 이 수법에 대한 복원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환우(喚愚)의 <서>를 보면 ????밀교집????이 단순한 의례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현교와 밀교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선밀쌍수의 원리와 실천 양면에 투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서>의 일부를 인용하면, “여래의 일대 가르침은 현교와 밀교 이문을 넘지 않으니 여기서 밀교는 양 문 가운데 하나이다”라고 하여 현교와 밀교를 명확히 구분하고, 또한 다라니에 대해, “이것은 제불의 어머니로 보살의 생명이며 중생의 근원이다. 범부가 성인이 되는 훌륭한 약이며 생사를 바꾸어 열반에 들어가는 요문이다. 대개 불자의 요체로서 대승에 드는 자는 이것을 무문이라 부른다”라고 하여 다라니를 출세간의 유가로 해석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으로 서의 귀결인 현밀의 인용을 추가해 소개한다. 

“설악, 영파, 몽은 세 스승이 가래나무에 새긴 뜻이 현교에 있는가? 밀교에 있는가? 밀교라고 하면 곧 밀교에 드러내지 않아야할 비밀이 없게 되어 밀교라 이르지 못할 것이고, 현교라 말하면 즉 현교에 비밀 없이 드러내는 현이 없을 것이니 현교라 말하지 못한다. 만약 현밀을 하나라 말하면 곧 현교는 십이분교의 경전을 포함하고, 밀교는 무수한 다라니를 가지니 하나가 될 수 없다. 만약 현밀을 둘이라 말한다면 현교는 곧 밀교이고, 밀교는 곧 현교가 되어 현밀이 무애하여 둘이라 말할 수도 없다. 밀교인가? 현교인가? 현교가 무애하여 하나이기도 하고 둘이기도 하며, 하나와 둘이 서로 호응하고 수용하여 구경에는 일치한다. 오직 이 소략한 중생이 하루에 운용하는 것은 마음 한자일 뿐이니 어찌 다시 더할 것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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