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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지켜줬던 옴훔야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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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5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7-30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신행담 공모작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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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리라이팅=황보정미 리라이터 황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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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1 04:24 조회 3,5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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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지켜줬던 옴훔야호사
벽룡사 양재범 교도

‘3기이지만 거의 말기에 가깝습니다. 잘 견디면 일 년은 살 것이고, 운이 좋지 않으면 반년도 힘들 수 있습니다.’ 암을 진단하는 의사의 말을 듣는 순 간,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 픈 것이나 힘든 것을 티내지 않았던 아 내의 인내심에 처음으로 화가 치솟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웠으면서 왜 이제 야 병원에 올 생각을 했는지 속에서 천 불이 났습니다. 옴마니반메훔을 외우 며 서둘러서 입원 병실을 알아보고, 의 사가 하는 당부와 조언을 하나하나 수 첩에 옮겨 적었습니다. 믿을 것은 부처 님과 의사뿐이었습니다. 의사가 시키는 것을 무조건 따라서 아내의 건강을 지 켜주고 싶었습니다. 입원을 한지 이튿날 밤에 아내의 혈압 이 40까지 떨어졌습니다. 

달려온 당직의 사가 말하길, 치료가 불가능할 것 같다 고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는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비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 의사는 한 가지 방법이 있 다만 몹시 망설여진다고 했습니다. 혈 관에 주사를 꼽아서 수혈을 하면 환자 가 못 견딜 게 분명하므로, 어깨에 구멍 을 뚫어서 피를 쏟아 붓듯 넣어줘야 한 다고 했습니다. 다만 후자의 경우, 심장 에 무리가 가서 잘못될 수도 있다고 덧 붙였습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죽게 되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렇다면 어깨에 구멍을 뚫어서 피를 넣는 것이 라도 제발 하게 해주세요.’ 저는 염주를 든 채 애걸했고 탈진한 아내 곁에서, 일이 잘못되더라도 병원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 습니다. 

서명을 하는 손이 바들바들 떨 렸지만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새벽 내내 어깨를 통한 수혈이 계속되 었습니다. 모두들 그 밤이 고비일 거라 고 말했고, 아내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 해 노력했습니다. 피곤하고 지친 심신 을 억지로 깨우기 위해 커피만 하염없 이 마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옴마니반메 훔 진언 외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 습니다. 밤은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모 든 것이 부처님 은덕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밤 열시만 지나면 난리가 났습니다. 밤마다 집사람이 외마디 소리 를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자기 머리채를 마구 잡아당기 고, 목을 누른다면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내는 귀신들이 나를 죽이려한다며 무 섭다고 고래고래 소리질러 대는 통에 혼 이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옴훔야호사가 퍼뜩 생각났습니다. 진언 의 힘이 세서 귀신을 물리치는데 효과적이 라는 걸 아주 오래 전 흘러가는 말로 들은 기억이 났습니다. “옴훔야호사!” 외치는 순간, 머리카락 끝이 쭈뼛쭈 뼛 서면서 진언을 더 이상 못 외우게 하 려는 것처럼 입이 저절로 막혔습니다. 눈도 침침해졌습니다. 염주를 돌리면서 옴훔야호사를 반복하자 신기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팔다리에 돋았던 소름도 가라앉고, 마 음도 조금씩 진정되었습니다. 시야도 밝아졌습니다. 새벽 네 시 즈음, 화장실 에서 샤워를 하고 있는데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아내의 비명이 들렸습니다. 아 내는 살려달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반 벌거숭이로 샴푸 거품을 뚝뚝 흘려 가면서 밖에 나와서 염주를 돌리며 옴 훔야호사를 외쳤습니다. 아내도 저를 따라 함께 진언을 외웠습니다. 그제야 아내는 겨우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날이 밝았습니다. 일단은 아내 를 보다 안정적인 곳으로 옮기고 싶었 습니다. 병실을 옮기고 싶다고 하여 이 인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일인실 보다는 시달림의 정도가 나았지만 그래 도 아예 힘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 니다. 몸이 약하다 보니 피를 순환시키 는 힘이 부족해서 혈액순환이 전혀 되 지를 않았습니다. 회진 때마다 의사는 오늘이 고비일 수도 있다, 힘들 수도 있 다. 라고 했지만 죽자 살자 옴마니반메 훔과 옴훔야호사에 매달린 덕인지 하루 하루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고통스러워 할 때마다 마음을 다해 진언을 외우고 염주를 돌렸습니 다. 그렇게 병원 생활한 어느 날, 처음에 아내의 어깨에 구멍을 뚫던 의사를 우 연히 만났는데 저희 부부 내외가 아직 도 병원에 있는 것을 보며 적잖이 놀란 눈치였습니다. 나중에서야 들은 말이지 만, 의사들 상식으로는 아내의 상태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1년도 채 버티지 못 할 게 틀림없었는데 4년 이상을 버티고 7년을 채우고 있으니 놀랄 만도 했습니 다. 하지만 역시, 암은 만만한 녀석이 아 니었습니다. 긴 시간의 병원생활로 지 친 아내는 통증을 이기지 못할 때가 많 았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의 사들도 이미 아내에게 다가올 끝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꼬챙이처럼 마르고 수척해진 몸임에도 온 병원이 울릴 만 큼 커다란 목청으로 고함치듯 의사를 불러서 진통제를 놓아달라고 몸부림쳤 습니다. 그만큼 아내의 고통은 심각했습니다. 암세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아내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그 렇게 아내는 독한 진통제를 맞고 나서 모처럼 곤히 잠에 든 다음, 잠을 자는 것 처럼 가만히 세상을 떴습니다. 아내를 보내기 얼마 전 꿈을 꾸었습 니다. 여러 사람이 택시를 타고 어디론 가 가는 꿈이었습니다. 

택시에는 아내 도 있었고, 오래 전 세상을 뜬 조상님들 도 몇몇 있었습니다. 그러고 얼마 안 있 어 아내의 숨이 끊어졌으니, 조상님들 이 아내를 데리고 간 것이라고 생각합 니다. 옴훔야호사라는 진언과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는 불공이 아니었다면 아내는 결코 기 운을 낼 수 없었을 테고, 제 곁에 그토록 오 래 머물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불공의 힘 으로 저희 부부는 투병생활을 그나마 수월 하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의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 도, 여전히 많은 질병들이 존재합니다. 치료법을 찾지 못한 병도 많습니다. 혹 시, 어떤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보살님이 계시다면, 옴훔야호사와 옴마 니반메훔에 보다 더 의지를 해서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저와 저의 아내가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감사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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