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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마침내 경찰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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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8-30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통신원 소식 서브카테고리 아름다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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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1 05:24 조회 3,4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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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마침내 경찰관이 되다
10년 도전 21번 낙방, 왜 경찰이 되려했나?

‘2008년 1·2차 필기 불합격, 2009년 1·2차 최종 탈락…2017년 1차(상반기) 필기 불합격, 2017년 2차(하반기) 최종 합격.’ 10년 동안 같은 시험에 스물한 번 도전했다. 마침내 스물두 번째 최종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6월 30일 경찰 공무원에 임용된 김모(36) 순경의 이야기다. 그의 합격이 더 의미 있는 건 긴 시간 굴하지 않는 도전을 했다는 점 외에 한 가지 더 있 다. 그는 ‘소년범(少年犯)’ 출신이다. 소 년범 출신의 경찰 임용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법의 심판을 받던 그가 법을 집행하 는 일을 맡기까지의 과정은 긴 고통이 었다. 실패가 반복되자 2011년 5번째 도 전 때부터는 가족들에게조차 시험준 비를 숨겼다. 문득 불합격의 원인이 과 거 범죄전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 괴로움·좌절감에 허덕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직업으 로서 가장 선(善)한 일은 경찰’이라는 신념이었다. 지난 16일 경기도 안성에 있는 사찰 영평사에서 김 순경을 만났다. 영평사 는 10대 소년범 김군의 절망을 깨뜨리 는 ‘울림’을 준 박삼중(전국교도소재소 자교화후원회 회장) 스님이 거처하는 곳이다. 김 순경은 스님께 정복 입은 모 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고 했다. 그는 익명을 요청했다. 울림의 인연은 15년 전이다. 당시 전 국 12개 소년원에서 선발한 17명의 모 범 보호 학생이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문화체험을 떠났다. ‘전례 없는’ 한·일 교류였다. 한국 부산의 자비사와 일본 후쿠오카의 남장원이 함께 후원하면 서 성사됐다. 당시 자비사 주지가 바로 삼중 스님이었다. 김 순경은 모범 보호 학생 중 한 명이었다. 

김 순경은 “부산으로 돌아오는 여정 에서 삼중 스님께서 ‘너 한테서 좋은 향 기가 난다’고 말씀하신 게 가슴에 깊이 박혔었다”며 “‘세상에 악취를 풍기기 보다는 향기를 퍼뜨리는 사람이 되라’ 는 뜻이셨다”고 회상했다. 김 순경은 “마음에 연꽃이 피는 듯 했었다”고 당 시 울림을 기자에게 전했다. 울림은 삶 의 전환점이었다. 그는 “그래서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 택했다. 직업으로서 가장 선한 일이라 고 여겼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주위 에서 다들 말렸고, 돌아오는 답은 늘 이 랬다. ‘음주운전 전력만 있어도 안 되는 데…, 넌 안될 가능성이 커’였다”고 말 했다. 김 순경은 26살 되던 해인 2008년 첫 도전 후 21번의 잔인한 좌절을 경험 했다. 최종 면접단계에서는 14번 떨어 졌다. 소년원을 가게 된 사연은 이랬다. 

고 교 3학년 때 시인으로 등단한 뒤 2002 년 모 대학 문예창작과에 수석 입학했 다. 하지만 ‘인생의 끝(심연)을 보고 싶 다’는 문학 열병을 앓았다고 한다. 방랑 아닌 방황을 이어간다. 세상에 대한 회 의도 컸다. 그해 11월 술에 취해 한 은행 현금인출기를 돌로 부수려 했다. 돈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곧 출동 경찰에 의 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만 19세 로 소년범 적용 대상이었다. 김 순경은 운명의 마지막 면접을 떠 올렸다. 그는 “그동안에는 ‘이번에 떨 어지면 또 도전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해 2차 시험 마지막 면접 때는 ‘다시 응 시할지 모르겠다’고 한 걸로 기억난다” 며 “다만, 면접관에게 ‘살아가면서 많 은 부분이 바뀌고 변하겠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과 세상에 대한 선의 한 가지 만큼은 끝까지 품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합격 통지서를 받은 날은 하염 없이 울었다. 9년10개월의 세월 자체가 큰 공부였다고 전한다. 향기를 품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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