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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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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5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7-30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통신원 소식 서브카테고리 아름다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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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반야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수인사 필자호칭 - 필자정보 수인사 교도 반야정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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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1 04:38 조회 2,8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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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거목

원봉님이 입적하셨다. 이 날은 하늘 에 별이 뚝 떨어진 것과 같았다. 나는 심장이 뛰고 온몸이 후들후들 떨려서 장례식장까지 못 갔다. 정신이 없었다. 자식들한테 다녀오라고 하고 나는 앓 아누웠다. 원봉정사님은 나한테는 마을 어귀에 큰 나무 같으신 분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여름날, 언제 든지 누구든지 와서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가더라도 편안함을 주는 나무. 갑 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비 피해 갈수 있도록 양팔 벌려 환영하듯 가지 많고 잎이 무성한 나무. 바람이 불면 아름드리 큰 나무 뒤에 몸을 숨겨 바람도 막아주는 나무. 

원봉님은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큰 나무 같은 그런 든든한 분이셨다. 내가 자식들 데리고 힘들게 살 때, 부 모님같이 나와 내 자식들을 돌봐주셨 다. 절에 못 갈 때도 전수님과 함께 우 리 집에 찾아 오셔서 가정 불공도 해 주 시고, 쌀 떨어지면 쌀도 보내주셨다. 태 풍에 물난리가 나서 집이 잠겨 오갈 데 없는 우리를 위해 사택 방을 내 주시기 도 했다. 집에 물이 다 빠질 때까지 절 에서 지내면서 참 고마웠다. 대가도 바 라지 않으시고 도움을 주시는 정사님 은 우리한테는 넓은 가지를 가진 나무 와 같으셨다. 그래서 나와 내 자식들은 원봉님과 전수님한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 각한다. 힘들게 살 때, 아무도 나한테 손 내밀지 않았는데 정사님은 전수님 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살펴 봐 주셨다. 

내 자식들 취직할 때도 도움을 주셨고, 애들 학비며 사소하게 들어가 는 돈을 못 구해 쩔쩔 맬 때도 정사님은 도움을 주셨다. 자식들한테 들어가는 돈은 무조건 빌려 주셨던 것 같다. 때 를 놓치면 배움을 놓칠까봐 걱정해주 셨다. 그 덕으로 애들 다 번듯하게 자라 제 몫의 삶을 잘 살고 있다. 남편이 빚 만 남기고 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도 성심성의껏 도와주시고 장례식 내내 불공을 해 주셨다. 덕분에 49제도 여법 하게 잘 마쳤다. 사춘기를 겪는 어린 자 식들도 잘 붙잡아 주시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 정사님 고 마운 거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고마운 거 아는 자식들은 종종 용돈도 드리는 것 같고 안부 전화도 하는 것 같은데 이 렇게 갑자기 열반하셔서 많이 슬프다. 

지난 번, 서울에 오셨을 때 잠시 뵌 것 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그 때 귀가 잘 안 들리셔서 많은 이야기 를 나누지는 못하였지만 오랜만에 친 정 오라버니를 만난 듯이 기뻤는데 다 시 못 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원봉님은 나를 허튼 생각 안하고 여기 까지 오게 하신 분이시다. 어려웠을 때 도와주고 격려해 주시지 않았다면 나 와 내 자식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지 생각하면 아득하다. 늘 우리를 위해서 불공해 주시고 늘 걱정해 주셨 던 원봉님 감사합니다. 당산나무 같으 신 정사님 덕분에 우리도 잘 살았습니 다. 서러운 세상 풍파에도 나무 같으신 정사님 덕에 잘 건너왔습니다. 감사합 니다. 왕생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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