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아닌 마음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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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8-30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불교와 드라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은주 자유기고가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1 05:23 조회 3,499회본문
2002년 MBC에서 방영했던 <네 멋 대로 해라>를 인생 드라마로 꼽는 사 람이 많습니다. 15년이나 지났는데 도 여전히 최고의 드라마로 생각하 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과 무관하게 최초의 마니아드 라마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다 수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특정 한 사람들의 열광정인 지지를 얻었 습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 ‘고복 수(양동근)’는 아주 신선했습니다. 지 금까지 드라마에서 결코 볼 수 없었 던 캐릭터였습니다. 우선 그는 잘생 기지 않았습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점입니다. 로맨스가 주축인 드라마 라면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엔 더욱 외모가 중요했습니다. 사실 외모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 른 모든 조건이 안 좋더라도 얼굴은 잘 생겼어야 했습니다.
이게 드라마 주인공의 불문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이런 불문율을 깨뜨렸 습니다.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 전경(이나 영)은 경찰서에 고복수를 찾으러 가 서 경찰관한테 인상착의를 설명할 때 “좀 웃기게 생긴 사람”이라고 했 습니다. 웃기게 생겼다는 말은 평균 에서 아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까 드라마에서 의도한 고복수의 외 모는 보통 수준보다도 못 미치는 것 입니다. 그런데 고복수는 ‘좀 웃기게 생긴 얼굴’로 두 여자의 순애보적 사 랑을 받았습니다. 웃기게 생긴 얼굴 로도 모자라 달동네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으며 전과 2범의 소매치 기인 고복수를 두고 엄청 나게 예쁘 고 엄청나게 날씬한 여자 둘이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설정은 드라마 공식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믿기 어 려운 상황입니다.
드라마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갖 고 있기 때문에 소매치기처럼 사회 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 인공이기 어렵습니다. 물론 고복수 가 나중에는 소매치기를 그만두고 스턴트맨이 되지만 어쨌든 그는 나 쁜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아주 나쁘고 일반인과는 많이 다를 거라는 생각. 그런데 드라마는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을 깨뜨려주었습니다. 소매치기 고 전과 2범의 범죄자인데 그는 평범 한 사람보다도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비록 소매치기지만 부모님에 게 한없이 다정한 아들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 가 가출하면서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살 고 있는데, 퇴근한 아버지의 발을 씻 겨주고, 여전히 가난한 엄마에게 자 신이 번 돈을 주는 원망이나 미움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없는 따뜻함과 연민이 많은 성격이었습니다. 증거를 조작해서 고복수를 억울 하게 감옥에 넣은 박형사를 대하는 태도도 고복수가 거인의 마음을 가 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 다.
억울하게 감옥생활한 그는 분노 와 원망하는 마음을 갖고 복수를 꿈 꿀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출 감 후 고복수가 하는 일이라곤 박형 사를 앞에 두고 그 누군가와 박형사 가 한여름에도 똥폼을 잡기 위해 골 프장갑을 끼고 다닌다고 흉을 보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고복수의 행동 을 봐서는 전혀 미움이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고복수에게는 사람에 대한 미움 자 체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 신들의 이기심으로 고복수에게 이런 저런 상처를 내지만 상처를 받지 않 았습니다.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그 사람들을 이해기 때문에 그들이 주는 상처가 고복수에게 아무런 흉터도 남 기지 않는 것입니다. 고복수는 실로 거인의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네 멋대로 해라>의 매력을 한 줄 로 요약하면, 기존 드라마와 달리 외 모가 아닌 따뜻한 마음이 가진 매력 을 잘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모와 달리 마음씨는 밖으로 잘 드 러나지 않기도 하지만 상대 또한 착 한 마음씨를 가졌을 때만 그 아름다 움을 알아본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드라마는 아름다운 마음 보다는 잘생긴 외모에 치중해 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 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욱 특별 한 것입니다. 마음씨가 아름다운 주 인공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 하고 훈훈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 래서 여전히 이 드라마를 역대 최고 의 한국 드라마이자 인생드라마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살아오면서 솔직히 고복수와 같은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고복수 가 언제나 유머와 따뜻함이 넘치는 사람이지만 그것보다도 더 감동적인 것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타인에 대 해서 원망하는 마음을 절대로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로 사 람으로서 갖기 어려운 특징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전생에 인욕선인 시절 에 가리왕이 자신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지만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 았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나’라는 생각이 없었고, 에고에 대한 집착이 없었기 때문입 니다. 그런데 고복수가 바로 그런 인 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전경이 고복 수에 대해서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사 람’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아 름다운 인물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내 내 마음이 따뜻하고 훈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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