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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채우면 둘을 원하는 것이 욕망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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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8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10-3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불교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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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자유 기고가 김은주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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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1 09:39 조회 3,5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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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채우면 둘을 원하는 것이 욕망의 속성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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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생긴 일>은 기존 멜로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새로 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대부분 드라마가 예쁘고 착한 여 주인공을 내세워 신데렐라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이라면 이 드라마는 사 회 밑바닥에 속하는 여주인공의 채 워지지 않는 욕망을 보여주고 있으 며,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 또한 소유 욕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인물들로 여주인공을 두고 서로를 질투하는 캐릭터였습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수정(하지 원)은 새로운 유형의 인물이었습니 다. 그녀는 대놓고 돈을 밝혔습니다. 

재민(조인성)이 재벌 2세 라는 걸 알 게 되자 그를 통해 팔자 한 번 고쳐볼 까, 하고 재민 주변을 서성였습니다. 물론 인욱(소지섭)이라는 옆 방 사는 남자에게 더 마음이 있었지만 수정 에겐 사랑 보다는 돈이 먼저였던 것 입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 이는 재벌 2세 재민이 약혼자가 있는 남자지만 상관 않았습니다. 자신과 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것을 알면 서도 그를 찾아가 돈을 빌리고, 그가 마련해준 일자리에서 일하고, 나중 에는 그가 마련해준 오피스텔로 들 어가 살기까지 합니다. 멜로 주인공이 되기에 그녀는 너 무 많이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다른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들도 가난하지 만 수정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습니 다. 

그녀들은 대체로 사랑을 택하고 자존심을 선택했는데 수정은 자존 심도 버리고 사랑도 버리고 오직 돈 을 쫓아갔습니다. 수정이 이런 선택 을 하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여자들 의 판타지를 채워주고자 하는 데 있 지 않고 현실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현실을 바탕으로 했을 때 수정의 삶은 너무나 치열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오빠와 함께 친척집 에 맡겨졌다가 고아원으로 보내지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고 아원을 나와 오빠와 자립해서 살게 됐을 때도 오빠는 수정에게 폐만 끼 치는 존재였습니다. 산다는 것이 전쟁과 다름없는 것 입니다. 가난은 의식주와 관련된 것 이기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에 해당하는 이 욕구가 충족되지 못 한 수정에게는 이것을 채워가는 것 이 가장 시급했습니다. 

그런데 재민이 오피스텔 키를 주 고, 사고 싶은 것 마음껏 사라고 골드 카드까지 주었습니다. 산동네 허름 한 단칸방에서 살던 수정은 번듯한 아파트에 살게 됐고 또 재민이 사준 옷과 구두, 핸드백을 소유하게 됐으 며, 오빠에게 용돈까지 건네줄 수 있 게 됐는데, 이제야 경제적 결핍으로 부터 해방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즉 의식주의 기본 욕구에서 벗어났습니 다. 그런데 수정은 행복해지지 않았 습니다. 평생 자신을 구속하던 지긋 지긋한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면 행복 할 줄 알았는데 마음은 괴롭기만 했 습니다. 

이유는, 낮은 단계의 욕망이 충족되자 다른 욕망이 생겨났기 때 문입니다. 수정은 재벌 2세와 인욱이라는 옆 방 남자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완전 히 마음을 주지 않은 채 이리저리 옮 겨 다녔는데 재민의 집에 와있으니 인욱이 그리웠던 것입니다. 모든 게 채워진 상황에서 인욱이라는 결여감 이 생겨났고, 이 결여감은 다른 모든 것을 상쇄할 만큼 커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마음을 채우지 못한 현실 은 하나도 의미가 없고 괴롭기만 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수정이 인욱을 사랑한 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 에 수정은 인욱과 함께 발리로 떠났 습니다. 그때 이들은 최고급 호텔에 묵었습니다. 인욱이 회사 돈을 횡령 해서 수정과 함께 발리로 도망 온 것 입니다. 그런데 이때도 수정은 행복 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인욱도 있고, 불법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많 은 돈도 있고, 이전에 그녀가 바랐던 모든 것이 갖춰졌지만 수정의 마음 은 만족을 몰랐습니다. 다른 욕망이 또다시 생겨난 것입니다. 이번에는 재민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났습니 다. 재민과 함께 있을 때는 좋아하는 줄 몰랐는데 재민이 옆에 없자 이번 에는 재민이 자신의 전부로 여겨졌 던 것입니다. 그래서 재민이 없는 현 재가 조금도 행복하지 못하고 마음 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공허했던 것 입니다. 욕망을 쫓으며 살아온 수정의 삶 은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을 채우면 또 다른 욕망이 생겨 나고, 결코 결핍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정의 마지막 은 파멸이었습니다. 질투에 이성을 잃은 재민이 쏜 총에 죽으면서 수정 의 욕망은 드디어 포기를 배우게 됐 습니다. 이 드라마는 인간의 욕망의 속성 을 매우 밀도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욕망은 채운다고 하여 만족하는 것 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를 채우면 둘 을 원하는 것이 욕망의 속성이고, 끊 임없이 욕망에게 끌려 다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이러한 속성 을 간파하고 부처님께서는 인간계를 욕계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인 간은 이 욕망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 것일까요? 부처님께서는 <<법 구경>>에서 “나무를 아무리 잘라내 어도 뿌리가 견고하면 그 나무는 다 시 자라나는 것처럼 욕망의 뿌리를 잘라내지 않으면 괴로움은 자꾸자 꾸 생기게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 다. 그러니까 욕망은 채우기 보다는 없애는 것이 행복을 위해서는 현명 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 서 보면 수정은 잘못된 선택을 한 것 입니다. 계속 욕망을 채우려고만 했 고, 결국 그 결과는 파멸이었던 것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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